[중국의 역습-자동차②] 유럽 차 삼킨 중국 자본… 한국 시장 노린다
입력 2026-09-09 15:44:58 | 수정 2026-09-09 15:48:30
김연지 기자 | helloyeon610@gmail.com
지난해 유럽 자동차 투자 76억유로…93% 전기차 공급망 집중
중국 브랜드 국내 유통망 확대…KGM·체리, 자본·기술협력도
중국 브랜드 국내 유통망 확대…KGM·체리, 자본·기술협력도
"싸지만 품질은 떨어진다" 이러한 인식은 자동차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중국 제품에 대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자동차 업계에서 가격 경쟁력을 넘어 전동화 기술과 자본, 제조혁신을 앞세워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중국 차는 저가형 중심에서 벗어나 고성능·프리미엄까지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중국 자본은 유럽 자동차 산업의 브랜드와 기술·생산 네트워크 안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기지까지 확대하며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디어펜은 이번 기획을 통해 중국 자동차 산업의 확장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짚어본다.<편집자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중국 자동차 자본이 완성차 수출을 넘어 현지 인수합병과 지분투자, 핵심 부품 공동개발로 영역을 확장하며 유럽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브랜드 국적과 지분구조,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전통적인 국가 단위의 산업 구분도 흐려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중국 완성차업체와 더불어 중국 자본의 영역 확장은 유럽을 넘어 한국시장에서도 본격 침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직접 판매와 유통망 확대가 이어지는 한편 ,국내 완성차업체와의 자본·기술 협력으로 진출 방식이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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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자동차 자본과 기술이 유럽과 한국의 완성차·배터리·부품 산업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사진=AI 생성 | ||
9일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와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유럽연합(EU)·영국 자동차산업 투자액은 76억 유로로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중국의 전체 유럽 직접투자 가운데 자동차산업이 차지한 비중은 45%였으며, 자동차 투자액의 93%는 전기차 공급망에 집중됐다.
이는 중국 자본이 유럽 완성차의 지분에 스며든 것을 넘어, 중국 메이커들이 유럽 시장으로 본격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유럽 완성차들은 상대적으로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늦은 만큼, 전기차 시장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 인수·합작·지분투자까지…유럽 삼킨 중국 자본 지도
중국 자본의 유럽 진출을 상징하는 기업은 지리홀딩그룹이다. 지리홀딩은 2010년 미국 포드로부터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데 이어 2017년 영국 스포츠카 업체 로터스의 지분 51%를 확보해 지배주주가 됐다. 이후 지리 생태계에 속한 로터스 테크놀로지가 지난달 21일 지리와 말레이시아 에티카 오토모티브가 보유했던 로터스 UK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로터스의 스포츠카 개발·생산과 전동화 사업은 하나의 기업 구조로 통합됐다.
영국에서 출발한 MG도 중국 기업 산하에 있다. 난징자동차가 2005년 MG를 인수한 뒤 상하이자동차(SAIC)가 2007년 난징자동차를 합병하면서 MG의 소유권도 SAIC로 넘어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차 브랜드였던 스마트는 현재 벤츠와 지리가 각각 50%를 출자한 합작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차세대 스마트 차량은 벤츠가 내·외장 디자인을 맡고 지리의 글로벌 엔지니어링 네트워크가 개발과 생산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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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분 구조로 보는 중국 자동차 자본 지도. | ||
메르세데스-벤츠그룹에도 중국계 자본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의결권 9.98%를 보유한 최대 단일 주주다. 지리홀딩 창업자 리수푸도 투자회사를 통해 지분 9.69%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주요 주주로 참여한 것과 경영권을 확보한 것은 다른 만큼 지분 관계에 따른 소유·경영 구조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협력 범위는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 부품으로도 넓어졌다. 르노그룹과 지리는 내연기관·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전문기업 호스파워트레인을 공동 설립했다. 현재 지분은 르노그룹과 지리가 각각 45%,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10%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유럽 완성차업체와 핵심 파워트레인 사업을 공동 운영하는 구조다.
복잡해진 지분관계는 통상 규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등 우려국 소재 주체가 합산해 지분이나 의결권 등을 15% 초과 보유한 제조사의 커넥티드카 수입·제조·판매·재판매를 제한하는 미국의 '커넥티드차량보안법안'은 지난 7월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아직 의회 최종 문턱을 넘지는 않았지만 현재 법안 기준대로라면 BAIC와 리수푸 측이 합계 19.67%를 보유한 벤츠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완성차 넘어 자본·기술까지…한국 넘보는 중국
중국 업체들은 최근 한국시장에서도 완성차 판매와 유통망 구축, 자본투자와 기술협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 BYD는 순수전기차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YD는 올해 8월 3002대를 신규 등록해 테슬라와 BMW, 벤츠에 이어 수입차 브랜드 4위에 올랐다.
지리홀딩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7X의 사전예약을 받고 고객 시승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강동과 동대문에 전시장을 추가로 열었으며 10월부터 고객 인도에 나설 예정이다. BYD와 지커의 공식 딜러에는 BMW와 MINI, 벤츠, 볼보, 아우디 등을 취급해 온 국내 주요 수입차 딜러사가 다수 참여했다. 기존 딜러사의 판매 경험과 애프터서비스 기반을 활용해 한국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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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KG모빌리티와 중국 체리자동차가 자본 및 기술 협력에 나선다./사진=KMG 제공 | ||
후발 주자들도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설립한 샤오펑은 최근 국내 주요 수입차 딜러사들을 중국 광저우 본사로 초청해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등을 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분기 딜러 선정 작업을 거쳐 내년 국내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출시 차종과 판매 시점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체리자동차는 국내 완성차업체와의 자본·기술 협력을 택했다. KGM은 지난달 체리로부터 75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계약은 2024년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과 지난해 중·대형 SUV 공동개발 협약에 이은 후속 조치다. 투자는 체리가 KGM이 발행하는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KGM은 이번 투자가 경영권 참여가 아니라 미래차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양 사는 KGM의 상품기획·디자인 및 차량 개발 경험에 체리의 플랫폼과 친환경 파워트레인 기술을 결합해 신차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첫 공동개발 차종인 프로젝트명 'SE-10'은 체리의 T2X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중형 SUV로, PHEV와 2.0ℓ 가솔린 모델을 내년 초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체리는 오모다·재쿠·레파스 등 산하 브랜드의 국내 상표를 출원하고 자동차업계 인력을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독자적인 한국시장 진출은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의 국내 진출이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가격과 상품성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국내 자동차산업도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업체는 중국 기업과의 공동개발을 통해 비용과 개발기간을 줄이는 효과를 얻는 동시에 핵심 기술과 부품 공급망의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