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억원 일감 몰아주고 반대파 숙청까지…‘공적 윤리’ 무너진 삼성 노조
입력 2026-09-10 15:26:36 | 수정 2026-09-10 15:29:13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집회물품 장인 업체 몰아주기 논란…의혹 제기 간부 불신임 투표로 ‘역공’
‘총파업’ 외치고 뒤에선 사익 편취…성과급 독점 위한 ‘노조 쪼개기’ 추진
‘총파업’ 외치고 뒤에선 사익 편취…성과급 독점 위한 ‘노조 쪼개기’ 추진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이 위원장의 친족 수의계약 의혹에 이어 비판 간부 숙청, 성과급 독점을 위한 조직 쪼개기까지 추진하며 도덕적 해이에 휩싸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수억 원대 조합비 사업을 자신의 장인 회사에 몰아준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이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집행부 간부들에 대해 전격적인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면서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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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
여기에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성과급을 독점하겠다며 타 사업부 조합원을 배제하는 규약 개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사측의 경영을 견제해야 할 노조가 공적 윤리를 저버린 채 권력 투쟁과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 ‘3억7000만 원 장인 업체 수의계약’…기초적 이해충돌조차 외면한 집행부
논란의 발단은 최 위원장의 친족 특혜 의혹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3월 공동투쟁본부 출범 이후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며 조끼 등 물품 제작을 장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일괄 발주했다. 거래 규모는 약 3억7000만 원에 달한다.
최 위원장은 “복수 견적 중 단가가 가장 낮았고 긴박한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며, 개인적 금전 이익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30 젊은 엔지니어가 주축인 조합원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노조가 조합비를 집행하며 기초적인 ‘이해충돌 방지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사내에서는 법적 소송 검토까지 거론되는 등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상반기 노사 교섭 과정의 강경 행보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최 위원장은 지난 5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 직후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쟁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바 있다.
생산 중단 우려를 낳으며 대외 신인도를 실추시켰던 지도부가, 정작 물밑에서는 장인 업체와 억대 계약을 맺고 집안싸움의 불씨를 키우고 있었던 셈이다. 강경 투쟁을 외치던 리더십의 심각한 도덕적 결함이 드러나며 노조의 대표성은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 도덕성 논란을 ‘조직 와해 공작’ 몰아…16일부터 DX 간부 불신임 투표 돌입
사태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지도부의 행태는 조직 내홍을 부채질하고 있다. 친족 특혜 의혹에 대해 객관적인 소명과 자정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반대파의 음해 공작’을 강조하며 내부 숙청에 나섰기 때문이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9일 ‘2026년 5차 총회’를 공고하고, 오는 16일부터 22일까지 이송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에 대한 불신임 모바일 투표를 부치기로 했다. 두 간부는 모두 가전·모바일 부문인 디바이스경험(DX) 소속이다.
최 위원장은 “두 간부가 노조의 반도체(DS) 중심 규약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위원장을 이슈화해 끌어내리려 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며 조직 와해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 안팎에서는 장인 업체 계약이라는 중대한 도덕적 결함으로 궁지에 몰리자, 이를 비반도체 간부들의 ‘위원장 흔들기’ 탓으로 돌리며 역공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도덕성 검증 국면을 사업부 간 권력 다툼으로 치환해 비판 세력을 배제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 “돈 번 사람만 남는다”…10월 6일 총회서 ‘성과급 이기주의’ 표결
윤리적 파탄은 ‘노동자 간 연대’ 파괴로도 이어지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다음 달 6일 총회를 소집해 가입 자격을 반도체 사업부(DS) 직원으로만 한정하는 규약 개정안을 표결에 부친다.
발단은 성과급 격차다. 노사는 올해 DS 부문에만 사업 성과의 10.5%를 특별성과급으로 신설하고, DX 부문에는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으로 매듭지었다.
이에 DX 중심 동행노조가 균등 분배를 요구하자, 초기업노조는 2027년 분리 교섭을 통보하고 비반도체 직원의 가입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실적이 좋은 부서끼리 뭉치겠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사측의 불투명성을 비판하던 노조가 사적 이해관계로 일감을 몰아주고, 비판을 숙청하며, 성과급 독점을 위해 동료를 배제하는 행태는 대기업 노조의 도덕적 해이가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스로 윤리적 잣대를 버리고 신뢰를 잃은 노조는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도 동력을 상실한 채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