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바다 위 5성급 호텔"…해진공 선박금융이 쏘아 올린 '팬스타 미라클호'
입력 2026-09-10 13:28:39 | 수정 2026-09-10 13:28:39
유태경 기자 | jadeu0818@naver.com
국내 1호 크루즈페리…해진공 5300만 달러 정책 보증 결실
부산-오사카 바닷길 '활짝'…여객·고급 위락·화물 수송 동시에
부산-오사카 바닷길 '활짝'…여객·고급 위락·화물 수송 동시에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이게 정말 배라고?"
6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승선 수속을 마치고 오사카로 향하는 2만2000톤급 대형 크루즈 페리 '팬스타 미라클호' 선내로 들어서는 승객들 사이에서는 연신 감탄이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해양 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선언답게 화려한 시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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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승객들이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유태경 기자 | ||
배에 들어서자마자 반긴 것은 은하수가 쏟아지는 듯한 에스컬레이터 터널이었다. 터널을 지나자 2개 층을 통째로 터놓아 탁 트인 로비가 나타났다. 쏟아지는 밝은 채광과 함께 중앙에서는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웰컴드링크를 나눠 주며 반갑게 맞이했다. 로비 좌측에는 안내데스크와 게임기·파칭코 구역이, 우측에는 아기자기한 어린이 놀이방이 위치해 여행을 시작하는 승객들의 마음을 한층 설레게 했다.
과거 다른 크루즈를 타본 경험이 있어 '객실은 다들 비슷하겠지' 싶었지만, 배정 받은 객실 문을 열자마자 그 선입견은 보기 좋게 깨졌다. 한쪽 벽면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몰랐는데, 걷어보니 프라이빗 발코니 너머로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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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스타 미라클호 객실 내부./사진=미디어펜 유태경 기자 | ||
객실 가구는 모두 국내 브랜드 현대 리바트 제품으로 채워졌고, 화장대와 욕실 거울은 터치식 조도 조절 기능까지 탑재됐다. 어메니티로는 영국 프리미엄 브랜드 몰튼 브라운이 비치돼 '바다 위 5성급 호텔'이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이른 승선 덕에 선내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맞은편 4인실은 원목 소재의 2단 침대 2개가 배치돼 일본 캡슐호텔을 연상시키는 효율적인 구조를 자랑했다. 개별 도어락 잠금장치가 달린 짐 보관함과 소파가 구비됐고, 또 침대 대신 접이식 매트리스를 깔아 사용하는 패밀리룸까지 갖춰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선택의 폭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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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층 복도에서 로비를 내려다 본 모습./사진=유태경 기자 | ||
6층 복도에서 로비를 내려다본 모습은 마치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연회장 축소판인 듯했다. 나선형 계단과 은하수 조명을 지나 5층 안쪽에 위치한 카지노 구역으로 들어서자 슬롯머신과 룰렛, 바카라와 블랙잭 테이블이 세팅돼 있었다. 해당 카지노는 정식 허가 전 단계로, 현재는 승객들이 가볍게 체험할 수 있는 연습용 게임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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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루즈 내 카지노 구역./사진=미디어펜 유태경 기자 | ||
이어 발걸음을 옮긴 야외 갑판에서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탁 트인 해상 전경이 펼쳐졌다. 오렌지빛 'PANSTAR' 포토존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로 붐볐다. 7층 야외 풀장과 토요일마다 열리는 포차 공간이 시선을 끌었으나, 취재 당일은 기상 악화로 인한 높은 파고로 아쉽게 풀장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 외에도 선내에는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사우나와 피트니스 센터,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마사지숍 등 여러 부대시설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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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층 야외 풀장. 기상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한다./사진=미디어펜 유태경 기자 | ||
금강산도 식후경. 저녁식사 시간이 돼 식당으로 들어서니 잘 차려진 뷔페 메뉴가 승객들을 맞이했다. 노릇하게 구워진 피자와 일식, 한식 등 다채로운 메뉴가 정갈하게 세팅돼 골라 먹는 재미를 더했다.
수평선이 아득히 보이는 창가 좌석에 앉아 식사를 즐기니, 마치 바다 한가운데 떠서 밥을 먹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식당 내에 설치된 대형 TV 패널에는 '선박 운항 정보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송출돼 현재 위치가 대한해협 어디쯤인지, 부산에서 오사카로 향하는 항로와 위도·경도, 현재 속도까지 한눈에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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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당 내에 설치된 대형 TV 패널에는 '선박 운항 정보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유태경 기자 | ||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나자 식당 무대에서는 화려한 조명과 함께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 관람 후 갑판으로 올라서자, 바다 너머로 반짝이는 도시 야경과 새빨간 관람차 불빛이 밤바다에 반사되며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객실 발코니 너머로 고요하고 잔잔하게 일렁이는 아침 바다가 곧바로 눈에 담겼다. 비록 먹구름이 낀 날씨였지만, 침대에 누워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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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실에서 찍은 아침 바다./사진=미디어펜 유태경 기자 | ||
팬스타 미라클호는 단순히 화려한 관광선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조선소인 대선조선에서 건조된 '국내 1호 크루즈페리'로, 여객 수송과 위락시설, 화물 적재 기능을 동시에 갖춘 하이브리드 선박이다. 총 정원 355명가량 탑승 가능하며, 최고 시속은 60노트다. 비상시를 대비해 선내 조타실을 세 군데 갖추고 있다.
사실 사업 초기 대형 신조 사업 특성상 7000만 달러 규모의 초기 투자가 필요해 민간 금융만으로는 조달이 불가능했던 상황이었다. 이때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중특프)'을 통해 약 5300만 달러의 보증을 적기에 제공하며 신용을 보강했다. 해진공의 금융지원이 마중물이 돼 성공적으로 조달된 자금 덕분에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잇는 새로운 해상 관광·물류길이 열릴 수 있었던 것이다.
바다 위에서 직접 경험한 팬스타 미라클호. 화려한 크루즈 시설 너머에는 정책금융의 마중물과 국산 조선 기술이 합작해낸 국내 해양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이 넘실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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