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기회 왔는데”...정유업계, 정부 물량 제한에 발목
입력 2026-09-10 16:41:37 | 수정 2026-09-10 16:41:37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정유 4사, 올해 상반기 수출액 급증…정제마진 상승에 수익성 ↑
국내서는 최고가격제 시행…손실 규모 놓고 정부와 업계 이견
수출액 늘었으나 정부의 물량 제한에 발목…“규제 완화해야”
국내서는 최고가격제 시행…손실 규모 놓고 정부와 업계 이견
수출액 늘었으나 정부의 물량 제한에 발목…“규제 완화해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정유업계의 수출액이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석유제품 가격과 정제마진이 상승한 영향이다. 정부의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내수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 높아진 수익성을 실적 개선의 동력으로 활용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석유제품 수출물량을 통제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 특수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내 수급 상황과 해외 시장 여건을 고려한 탄력적인 수출 관리 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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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정유업계 내에서 수출 물량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울산석유화학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10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의 올해 상반기 정유사업 누적 수출액은 17조7589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11조8427억 원보다 50% 증가한 수치다.
HD현대오일뱅크도 같은 기간 정유부문에서 수출액 17조456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12조2910억 원보다 42% 늘었다. SK에너지 역시 석유사업에서 상반기 누적 수출액 14조656억 원을 올려, 전년 동기 9조8516억 원보다 42.8% 늘었다.
S-OIL도 상반기 정유부문 수출액(나프타 제외) 8조2570억 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6조8285억 원 대비 20.9% 증가했다.
이처럼 정유업계의 수출액이 급증한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등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중동지역에서의 원유 공급선이 제한되자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했고, 국내 정유사들의 수출액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정유사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의 폭등이 결정적이었다. 올해 2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24.7달러를 기록해 손익분기점(배럴당 4~5달러)의 5배 수준을 보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출물량 자체는 줄었지만 전체적으로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 상승이 나타나면서 수출액을 끌어올렸다”며 “수출 단가가 높아진 데다 정제마진까지 개선되면서 정유사들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수출 ‘골든타임’ 진입…“규제보다는 탄력적 운용 필요”
하반기 들어서도 수출을 확대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기회가 남아있지만 정부의 촘촘한 규제 장벽이 정유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국내 물가 안정과 수급 관리를 이유로 휘발유·경유·등유 등 주요 석유제품의 월별 수출물량을 전년 동월 대비 100% 이하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내수 소비가 정체된 상황에서 수출길마저 가로막히다 보니 정유사들의 물량이 대거 재고로 쌓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재고 관리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오랜 기간 공들여 구축한 글로벌 신뢰 관계마저 깨질 위기에 처했다.
내수 시장에서의 수익성 확보도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도입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정유사들이 최고가격제로 인해 손실을 보지 않도록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손실을 얼마나 보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정부와 정유업체들은 손실 규모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정제해 해외에 판매하는 수출 중심의 구조를 다지며 대표적인 ‘수출 효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수출 제한으로 해외 판매에 제약이 생기면서 기존 수출 중심의 사업구조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획일적인 물량 통제에서 벗어나 국내 수급과 국제 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수출 관리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내 석유제품 수급에 차질이 없고 재고도 충분한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수출 제한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하반기 역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국제 유가 상승이 나타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수출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온 정유사들의 수출을 과도하게 제한하기보다 국내 수급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판매처를 넓힐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입국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적 수준의 정제 설비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수출 구조를 만들어왔는데 물량 제한으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기회마저 제약받고 있다”며 “국내 수급에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는 수출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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