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모친, 딸 이름 내세운 사기 혐의로 1심 징역 10개월
사건 설명에 필요한 이름과 클릭을 위해 빌린 이름의 경계
[미디어펜=김민서 기자] 가수 장윤정의 모친 육모 씨가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육 씨가 2024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유명 가수인 딸 장윤정을 언급하며 지인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총 31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장윤정은 이번 재판의 피고인이 아닙니다. 장윤정 측은 지난 수십 년간 모친과 직접 연락을 나눈 바가 없다며, 자신의 이름을 이용한 추가 피해를 우려해 입장을 밝힌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판결을 전한 기사 제목에는 장윤정의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했습니다. 모친이나 가족이 유명인의 이름을 범행에 이용한 사건에서 언론은 그 이름을 어디까지 사용해야 할까요.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유명인의 이름을 앞세운 제목의 경계를 살펴봤습니다.

   
▲ 판결 보도마다 반복된 ‘장윤정’…차이는 실제 행위자의 위치. /사진=AI 챗GPT 제작

AI 잼 리포터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 판결 보도마다 반복된 ‘장윤정’…차이는 실제 행위자의 위치

AI가 10일 오후 네이버 뉴스와 다음 뉴스에서 ‘장윤정’을 제외하고 사건 금액과 형량, 피고인의 성씨, 법원과 재판부 정보 등을 조합한 다섯 가지 검색어로 판결 보도를 확인했습니다. 새로운 제목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검색 결과를 페이지 단위로 살핀 뒤 동일한 제목과 선고 전 예고 기사를 제외하자 분석 대상은 79개 제목으로 집계됐습니다.

79개 제목에는 모두 ‘장윤정’이 들어갔습니다. 실제 행위자 역시 모든 제목에서 구분됐습니다. 77개 제목은 ‘모친’ 또는 ‘母’를 사용했고, 나머지 2개는 각각 ‘친모’와 ‘엄마’라고 표현했습니다. 장윤정이 직접 사기를 저지른 것처럼 행위자를 감춘 제목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름의 배치는 한결같았습니다. 79개 제목 모두 ‘장윤정’이 실제 행위자를 나타내는 표현보다 먼저 등장했습니다. 일부 제목은 ‘장윤정 모친’처럼 관계를 곧바로 밝혔지만, 다른 제목은 ‘딸 장윤정 이름 팔아’, ‘장윤정 이름 내세워’, ‘우리 딸, 가수 장윤정’처럼 유명인의 이름과 범행 수법을 먼저 제시한 뒤 모친을 밝혔습니다.

이 결과만으로 해당 제목을 오보나 왜곡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장윤정의 이름이 범행 과정에서 이용됐다는 점은 사건을 설명하는 핵심 사실이고, 모든 제목이 실제 행위자를 구분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확인한 79개 제목에서 예외 없이 유명인의 이름이 실제 행위자보다 앞에 놓였다는 사실은 판결 보도의 첫인상이 피고인보다 장윤정을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번 보도의 쟁점은 장윤정의 이름을 썼느냐가 아닙니다. 사건 설명에 필요한 이름이 실제 행위자보다 앞에 놓이며 제목의 중심으로 확대됐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번 집계는 10일 오후 특정 시점의 포털 노출 결과를 분석한 표본으로 전체 보도에 대한 전수조사는 아닙니다.

   
▲ 이름은 범행 수단이었다…보도에서 뺄 수만은 없는 이유. /사진=AI 챗GPT 제작

▲ 이름은 범행 수단이었다…보도에서 뺄 수만은 없는 이유

이번 사건에서 장윤정의 이름은 범행과 무관한 장식이 아닙니다.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공소사실에는 육 씨가 유명 가수인 딸을 언급하며 피해자를 속이고 투자금을 받은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장윤정의 이름이 피해자를 속이는 과정에 사용됐다는 사실은 사건의 성격을 설명하는 핵심 정보입니다.

언론이 이를 ‘70대 여성의 투자 사기’라고만 전한다면 피해자가 육 씨의 말을 믿게 된 배경과 구체적인 범행 수법이 사라집니다. 장윤정 측이 모친과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이유 역시 자신의 이름을 이용한 추가 피해를 막으려는 취지였습니다.

따라서 장윤정의 이름을 제목에서 완전히 빼는 방식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름을 쓰느냐보다 그 이름을 누구의 행동과 연결하고, 실제 책임자를 얼마나 분명하게 밝히느냐가 중요합니다.

   
▲ 오보가 아니어도 인상은 달라진다. /사진=AI 챗GPT 제작

▲ 오보가 아니어도 인상은 달라진다…제목 순서와 대표 이미지

헤드라인은 독자가 본문을 이해하는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울리히 에커 등 연구진이 2014년 ‘실험심리학 저널: 응용(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Applied)’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본문과 어긋나거나 부차적인 내용을 강조한 제목이 독자의 기억과 추론, 인물에 대한 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가 이번 판결 기사의 제목을 곧바로 오보나 왜곡으로 규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장윤정’과 ‘사기’를 먼저 배치한 제목이 ‘장윤정 모친’을 곧바로 밝힌 제목보다 장윤정에게 강한 연상 부담을 남길 가능성을 설명하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대표 이미지는 같은 연상 작용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실제 피고인이 모친인 사건에 장윤정의 사진이 대표 이미지로 놓이면 독자는 사건의 시각적 중심을 장윤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제목에서 모친의 범행이라고 밝혔더라도 이름과 얼굴이 반복되면 범죄와 장윤정의 연관성이 필요 이상으로 크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습니다.

   
▲ 필요한 이름인가, 빌린 이름인가…판단 기준은 네 가지. /사진=AI 챗GPT 제작

▲ 필요한 이름인가, 빌린 이름인가…판단 기준은 네 가지

유명인의 가족 사건에서 실명을 사용할 필요성은 네 가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첫째, 유명인의 이름이 범행 수법이나 사건을 이해하는 데 직접 연결돼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모친이 장윤정의 이름을 피해자를 속이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관련성이 인정됩니다.

둘째, 제목은 실제 행위자를 즉시 밝혀야 합니다. ‘장윤정 모친’을 주어로 삼거나 ‘모친이 딸 이름을 내세웠다’고 서술하면 책임의 주체가 분명해집니다.

셋째, 기사 리드는 유명인이 재판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과 당사자의 입장을 빠르게 설명해야 합니다. 독자가 제목에서 생긴 오해를 안은 채 기사를 읽지 않도록 만드는 장치입니다.

넷째, 언론사는 대표 이미지와 수식어가 판결 내용보다 유명인의 가족사를 부각하지 않는지 살펴야 합니다. 특히 ‘또’처럼 반복의 주체가 누구인지 불분명하게 읽힐 수 있는 표현은 모친의 행위를 뜻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충격’, ‘눈물’ 같은 수식어가 재판 결과보다 갈등을 부각한다면 유명인의 이름은 사건 정보가 아닌 관심 유도 수단으로 바뀝니다.

   
▲ 이름은 단서, 책임은 행위자에게. /사진=AI 챗GPT 제작

▲ AI 잼 리포터 총평

장윤정의 이름은 이번 사건에서 완전히 제외하기 어려운 정보입니다. 모친이 그 이름을 사기 수법에 이용했고, 장윤정 측이 추가 피해를 우려해 관계 단절 사실을 직접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름을 사용할 필요성이 장윤정을 기사 전면에 세워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목의 주어는 모친이어야 하며, 장윤정의 이름은 범행 방식을 설명하는 범위에 머물러야 합니다. 기사 역시 장윤정이 재판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초반부터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명인의 이름은 범행을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책임의 주인을 대신해서는 안 됩니다.
[미디어펜=김민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