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풍년'인데 경쟁수주는 '흉년'
입력 2026-09-11 14:02:09 | 수정 2026-09-11 14:02:09
서동영 기자 | westeast0@mediapen.com
대형 정비사업장 잇단 시공사 확정…건설사 수주고 역대급 전망
입찰 비용 부담에 경쟁 기피…단독 응찰·수의계약으로 경쟁 실종
입찰 비용 부담에 경쟁 기피…단독 응찰·수의계약으로 경쟁 실종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올해 대형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예년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서울 등 다수의 대형 정비사업장에서 잇달아 시공사가 확정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작 두 개 이상 건설사가 맞붙는 '진짜 경쟁'은 갈수록 자취를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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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사들의 올해 정비사업 수주고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작 경쟁수주보다는 수의계약으로 따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현대건설의 정비사업 수주고가 14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올해 누적 수주액은 8조3605억 원이다. 하지만 수의계약이 유력한 목동10단지(2조6135억 원)와 여의도 광장아파트(4470억 원) 등을 더하면 지난해 실적(약 10조5105억 원)은 물론 올해 목표치인 12조 원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13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누적 4조9973억 원이지만 1조8275억 원에 달하는 성수3지구 재개발을 비롯 목동13단지(2조73763억 원), 여의도 시범(2조 원) 등의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 현재 2위인 GS건설(5조5477억 원)은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6조3461억 원)에 근접해 이를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 대우건설(4조3530억 원)과 롯데건설(4조110억 원), 포스코이앤씨(3조4267억) 등도 상위권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이처럼 수주 실적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올해 압구정을 비롯한 강남권과 성수, 여의도, 목동 등 대형 정비사업장들이 한꺼번에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간 사정이 있다.
문제는 이들 사업장 대부분에서 경쟁입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반포19·25차, 성수4지구, 압구정5구역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단독 응찰 후 유찰, 재입찰을 거쳐 수의계약으로 마무리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실제로 예정 공사비 2조 원대인 성수2지구, 1조8000억 원 규모 목동12단지는 각각 DL이앤씨와 GS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압구정3구역(5조5610억 원)에는 현대건설만, 총 사업비가 약 2조 원인 여의도 최대어 시범아파트에는 삼성물산만 참여했다. 시범아파트의 경우 현장설명회에 7개 사가 몰렸지만 정작 본입찰에는 한 곳도 남지 않았다.
건설사들이 경쟁 구도를 꺼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입찰에 뛰어들려면 수백억 원대 보증금은 물론 특화설계, 금융지원, 홍보 등에 상당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탈락하면 모두 매몰처리 된다. 승산이 불확실한 싸움에 자금을 묶어두느니 차라리 다른 사업장을 노리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여러 사업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입찰이 진행 중인 목동에서 수의계약이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업계 투톱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으로의 쏠림 현상도 경쟁 실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의도와 목동 등에서 두 회사가 찜해놓은 사업장은 애초에 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현대건설은 목동10단지와 여의도 광장, 삼성물산은 여의도 목화, 시범을 수의계약으로 따낼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가 나란히 10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는 노릴 수 있는 사업지가 많은 만큼 굳이 무리해서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며 "출혈을 피하면서도 규모 있는 공사를 확보할 수 있다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 [이런 기사 어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