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자율주행 '투트랙' 가동…엔비디아로 시간 벌고 아트리아에 집중
입력 2026-09-13 09:00:00 | 수정 2026-09-13 09:00:00
김연지 기자 | helloyeon610@gmail.com
2028년 엔비디아 기반 양산…데이터·노하우 쌓아 2029년 하반기 아트리아 AI 탑재
40여 대 수집차 주야간 운영…실도로 엣지 케이스로 독자 AI 고도화
40여 대 수집차 주야간 운영…실도로 엣지 케이스로 독자 AI 고도화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이 외부 협업을 통한 조기 양산과 독자 기술 내재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자율주행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검증된 기술을 활용해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이면서 자체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장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활용한 레벨 2+와 레벨 2++ 기능을 2028년부터 양산차에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노하우는 자체 개발한 '아트리아 AI(Atria AI)' 고도화에 활용해 2029년 하반기 독자 레벨 2++ 양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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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포티투닷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 데이'에서 자율주행 개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 | ||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포티투닷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 데이'를 열고 자율주행 개발 전략과 양산 로드맵을 공개했다. 행사에서는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시험차가 서울 도심을 주행하는 영상도 처음 공개됐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자율주행 경쟁은 더 이상 특정 기능의 우열을 가리는 경쟁이 아니다"라며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며, 그 결과를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 엔비디아로 먼저 양산…독자 AI는 완성도에 초점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차량용 AI 컴퓨팅 플랫폼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SDV 차량 아키텍처에 통합하고 있다. 엔비디아 솔루션 기반 레벨 2+ 기능은 2028년 상반기, 레벨 2++는 같은 해 하반기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자체 기술인 아트리아 AI 기반 레벨 2++ 양산차는 2029년 하반기 적용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AVP본부는 양산차에 필요한 안전성과 품질, 규제 대응을 맡고 포티투닷은 아트리아 AI의 핵심 모델과 지식재산권 개발을 담당한다. 두 조직은 개발 환경과 업무 체계를 통합해 공동 모델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독자 기술의 양산 시점을 2029년으로 잡은 것은 속도보다 완성도를 우선한 전략적 결정이다. 2027년까지 주행과 주차, 능동안전 등 주요 기능을 제품 수준으로 구현하고 2028년에는 다양한 엣지 케이스를 축적해 안전성을 높인다. 2029년에는 국내를 비롯해 북미와 유럽의 안전 인증을 준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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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운데)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사장이 지난 11일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 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 ||
박 사장은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완전한 '노스 스타'인데, 지금 서둘러 양산하면 노스 스타보다 거리가 먼 어정쩡한 레벨 2++를 양산하게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려는 것이 아니라, 엔비디아 기반 차량을 양산하는 동안 자체 기술인 아트리아 AI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2029년 하반기를 목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솔루션을 적용하는 과정은 아트리아 AI의 양산을 준비하는 선행 단계로도 활용된다. 실제 차량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며 발생하는 문제와 검증 경험을 아트리아 AI에 반영하고, 엔비디아 기반 차량에서 확보한 데이터도 자체 모델 학습에 활용할 계획이다.
권정현 현대차·기아 자율주행개발센터장 부사장은 "엔비디아 솔루션으로 먼저 양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 대부분이 아트리아 양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그 노하우와 데이터를 아트리아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실도로 주행이 AI 학습으로…'데이터 플라이휠' 가동
두 갈래의 자율주행 전략을 연결하는 핵심은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차량에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학습해 AI 모델을 개선한 뒤 검증된 모델을 다시 차량에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구조다.
현재 포티투닷은 아이오닉 5 기반 데이터 수집차 약 40대를 주야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차량 한 대당 매주 80시간 이상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며 도로공사와 악천후, 갑작스러운 차로 변경, 이면도로 주정차 차량 등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의 양만 늘린다고 자율주행 성능이 곧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수집되는 데이터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직선 차로를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유사한 장면이다. 현대차그룹은 '하드 이그잼플 마이닝'을 활용해 AI가 인식하거나 판단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을 자동으로 선별하고, 학습 가치가 높은 엣지 케이스를 집중적으로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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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포티투닷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 데이'를 개최하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전략과 로드맵, 주요 개발 성과 및 향후 실행 방안을 발표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
박 사장이 부임한 뒤 가장 먼저 요구사항을 정의한 것도 주행 중 중요한 순간을 기록하는 '스페셜 이벤트 리코더(SER)'였다. SER은 운전자의 요청이나 급가속·급제동, 불안정한 차간거리, 자율주행 기능 해제 등이 발생하면 해당 시점 전후 15초의 센서 데이터와 차량 신호 등을 저장한다. 향후에는 아트리아 AI가 자신의 인지·판단·제어 결과를 분석해 취약한 상황을 스스로 찾아 기록하는 기능도 검토한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190여 개 국가와 지역에서 연간 7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는 양산 역량을 데이터 확보의 잠재적 기반으로 보고 있다. 정성균 포티투닷 Atria Group GL은 자율주행 시스템의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되면 5년 안에 글로벌 경쟁사가 누적한 데이터의 양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현재까지 확보한 데이터 규모와 테슬라 등 경쟁사와의 구체적인 격차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는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시험차가 강남 출근길과 대형 차량이 많은 잠실, 비가 내리는 판교 등을 주행했다. 갓길 주정차 차량 회피와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비보호 좌회전, 보행자와 이면도로 대향차 인식 등 복잡한 도심 상황에 대응하는 모습도 담겼다.
박 사장은 "기술 개발 속도와 안전은 서로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다"라며 "더 많은 예외 상황을 발견하고 학습할수록 자율주행은 더욱 안전해질 수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충분히 검증된 기술만을 차량에 적용한다는 원칙 아래 개발 속도와 안전성을 함께 높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