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현지화 통해 스페인·크로아티아서 수주 성과
현대로템·LIG D&A도 생산거점 확대하며 현지화 전략 강화
글로벌 방산시장서 현지화 전략은 필수…경쟁 차별화 요소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방산업체들의 글로벌 영토 확장 공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단순 완제품을 수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과 MRO(유지·보수·정비), 현지 공급망 구축까지 결합한 '밀착형 현지화’가 수주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방산업계는 향후에도 이 같은 전략을 통해 후속 사업 기회를 선점하고, 생산거점의 인접 국가를 상대로도 세력을 확장해 추가 수주를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 국내 방산업체들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글로벌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오른쪽)와 K10 탄약운반차량./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현지화 전략을 내세워 잇따라 수주를 따내는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스페인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 K9 자주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경영상의 이유로 자세한 계약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K9 자주포 128문과 탄약 운반차 120대 등 1조 원이 넘는 규모로 추산된다. 

이번 수주 성과의 핵심은 현지화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페인 자주포 사업 수주를 위해 현지 방산업체인 인드라시스템즈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인드라의 현지 공장에서 K9 자주포가 생산될 예정이다. 

또 기술 이전은 물론 현지 부품 공급망 구축도 지원할 계획이다. 스페인은 K9 자주포를 기반으로 더 광범위한 자주포 제품군을 개발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로아티아와의 계약에서도 현지화 전략은 빛났다. 크로아티아와는 10일 다연장로켓 천무 18문을 비롯해 탄약운반차량, 사격지휘차량, 중·장거리 정밀유도탄 등을 포함해 약 6411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에서는 현지 기업과의 MRO 체계 구축이 힘을 보탰다. 천무 공급에만 그치지 않고 운용 과정에서 필요한 후속 지원까지 현지에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사업 가능성도 키웠다는 평가다. 

현대로템과 LIG D&A도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에서 K2 전차 생산을 위해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와벤디 등 현지 업체들과의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형 K2 전차에 적용할 수 있는 특수 위장막은 물론 현지 지형과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폴란드형 교량전차도 개발하면서 현지 수요에 맞춘 제품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IG D&A는 독일 라인메탈과 파트너십을 통해 유럽 현지에서 중·장거리 방공체계를 생산·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천궁-Ⅱ 수주에 성공한 중동 지역에서도 생산기지 구축을 검토하며 현지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럽은 물론 호주, 이집트 등에서의 현지화 전략을 통해 수주잔고를 확실하게 늘려나가고 있다”며 “다른 기업들도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화 움직임 지속…“장기 수익 확보 기대”

방산업계 내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안보 강화 움직임 속에서 무기체계 도입국들이 자국 내 방산 공급망 내재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 업체와의 공동개발이나 기술 전수, 생산거점 구축이 수주 경쟁에서도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화는 국내 방산업체 입장에서도 일회성 판매를 넘어 MRO와 성능개량 등 후속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MRO의 경우 무기체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지속적인 매출과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에서 생산거점을 구축하게 되면 추가 수주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폴란드와는 지난 2022년 K2 전차 1000대를 납품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했는데, 현재까지 맺은 실행계약은 360대다. 아직 640대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폴란드 생산거점은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나아가 생산거점 국가를 기반으로 인접국 시장으로의 세력 확장도 가능해진다. 이미 검증받은 현지 생산·정비 체계는 인접국의 유사 무기체계 도입 협상 시 강력한 경쟁우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크로아티아 천무 수출 계약에서는 폴란드 현지 업체의 지휘통제체계를 적용하는 등 기존 현지화 사업을 다른 국가로 확장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방산업체들의 현지화 전략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보고 있다. 방산 블록화 움직임에도 대응할 수 있는 동시에 현지 공급망을 확보해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갈 수 있어서다. 이에 현지화 전략이 K-방산이 영토를 넓히고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지화는 국내 방산업체들이 유럽이나 미국 등 방산 선진국에 대응할 수 있는 차별화 요소”라며 “기술 이전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핵심 기술은 보호하면서 유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