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홍해 길목' 파죽지세 장악…양대 바닷길 경색에 유가 장중 110달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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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박소윤 기자]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송망이 잇따라 타격을 받으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해 가동한 육상 송유관이 드론 공격으로 멈춘 데 이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관문까지 장악하면서다. 주요 수송로가 동시에 막힐 경우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과 글로벌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을 찍은 위성사진./사진=AP 연합뉴스

1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전날 리야드와 메디나 일대에서 발생한 드론 공격 이후 동서 파이프라인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공격 이후 안전 점검 등을 위해 예방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해당 송유관은 동부 유전지대의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는 약 1200㎞ 길이의 핵심 수송망이다.

동서 파이프라인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걸프 지역의 원유를 홍해 쪽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의 핵심 우회로로 꼽힌다. 최대 하루 5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어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약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우디가 원유 수출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주요 기반시설이기도 하다.

문제는 육상 수송망만이 아니다. 홍해로 빠져나가는 해상 통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도 후티의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다.

후티는 최근 예멘 서부의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한 데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적 요충지인 페림섬까지 진출했다. 페림섬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해협 한가운데 위치해 해상 교통로를 통제하는 데 중요한 지점이다. 후티가 해협 주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수록 사우디가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사우디는 동쪽의 호르무즈 해협과 서쪽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사이에서 원유 수송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특히 호르무즈를 피해 홍해로 수출 경로를 돌려놓은 상황에서 대체 수송망인 동서 파이프라인까지 공격받으면서 선택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 여력은 이미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홍해 연안 얀부항을 통한 사우디의 원유 수출은 지난 8월 하루 250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져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후티의 홍해 공격으로 해상 운송이 제약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라크에서도 이번 공격과 관련한 후속 조치가 나왔다. 이라크 정부는 사우디를 겨냥한 드론이 자국 마이산주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하고 현지 군 지휘관을 해임했다. 이라크는 이란과 맞닿은 샬람체 국경 검문소도 폐쇄하고 공격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라크 측의 요청을 받아 현 단계에서는 보복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사우디는 후티의 공세를 막기 위한 미국의 지원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과의 충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홍해에 새로운 전선을 확대하는 데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후티 대응에 직접 개입할 경우 이란과의 충돌 범위가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11일 장중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다가 104달러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주간 기준으로도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중동의 원유 수송로가 추가로 훼손될 경우 유가 상승 압력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라는 두 주요 해상 관문에 더해 사우디의 육상 우회망까지 차질을 빚으면 중동산 원유의 공급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어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원유 시장을 넘어 글로벌 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이미 급등한 가운데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소비자 물가와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부로서는 유가와 물가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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