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P51·CT-P44 임상 규모 축소…규제 완화 타고 개발 속도전
산도즈, 제품군 확대…후속특허 둘러싼 글로벌 소송도 변수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미국 규제 완화와 글로벌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새로운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개발 부담은 낮아지고 시장 기회는 커지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파이프라인 확대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 전경./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공개한 가이드라인 초안은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널 의약품의 유사성이 충분히 입증된 경우 약동학(PK) 시험 등 일부 임상시험을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 규제 완화에 개발 부담↓…K-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

미국은 바이오시밀러의 상호교환성 제도 역시 손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7 회계연도 예산요구안에서는 상호교환가능 바이오시밀러를 별도로 구분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승인된 모든 바이오시밀러가 대체조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규제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의 비용과 개발 기간을 줄이는 동시에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업들도 변화에 맞춰 개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7일 FDA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CT-P51'과 다잘렉스 바이오시밀러 'CT-P44'의 임상 3상 대상자 규모를 축소하는 임상시험계획(IND) 변경 승인을 받았다. CT-P51의 임상 대상자는 기존 606명에서 220명으로 CT-P44는 486명에서 394명으로 줄었다.

셀트리온은 규제 완화로 절감되는 개발 비용을 후속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에 투입해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임상 비용과 기간 단축을 계기로 후속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실제 처방 확대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셀트리온의 스테키마는 지난 7월 미국 바이오시밀러 처방 점유율 16.2%를 기록했고 트룩시마는 리툭시맙 시장에서 38%대 처방 점유율을 확보하며 오리지널 의약품을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선두권에 올라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30년까지 바이오시밀러 제품과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키트루다·듀피젠트·트렘피아·탈츠·엔허투·엔티비오·오크레부스 등 대형 바이오의약품을 후속 개발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규모를 키우면서 ADC 신약 개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다.

◆ 산도즈 'Bio100'…제품 수 넘어 포트폴리오 경쟁

규제 완화가 국내 기업에 기회로 작용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사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강자인 스위스 산도즈다.

산도즈는 지난 8일 캐피탈 마켓 데이에서 'Bio100' 전략을 발표하고 현재 13개인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2040년까지 100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35년 이후 특허가 만료되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산도즈가 제품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장가치 비중도 현재 약 50%에서 80%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산도즈가 주목하는 시장은 향후 10년간 60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특허만료 의약품이다. 이 가운데 바이오시밀러로 대체 가능한 시장을 약 322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산도즈의 바이오시밀러 매출은 약 33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했으며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생산 인프라도 확대한다. 산도즈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 약 3억 달러를 투자해 바이오시밀러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2029년부터 8000ℓ 규모의 생산능력을 추가할 예정이다. 자체 개발뿐 아니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중국 헨리우스 등 외부 개발사와 협력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 인천 송도 셀트리온 전경./사진=셀트리온


국내 기업들도 맞불을 놓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상업화한 바이오시밀러를 2038년까지 41개로 확대할 계획이며 삼성바이오에피스도 2030년까지 20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및 파이프라인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요 기업들이 특허 만료 예정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선점하기 위해 제품군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 경쟁은 개별 품목에서 포트폴리오 경쟁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특허도 변수로 꼽힌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물질특허가 만료된 이후에도 제조공정·제형·투여방법 등을 둘러싼 후속특허가 남아 있어 바이오시밀러의 실제 출시 시점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와 벌이는 특허 소송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규제 완화로 바이오시밀러 개발 비용과 기간이 줄어들면서 국내 기업들이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며 "다만 산도즈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도 동시에 제품군 확대에 나서고 있어 향후에는 개발 속도뿐 아니라 원가 경쟁력과 생산능력, 특허 대응력까지 종합적인 경쟁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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