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14일 만에 물러나…민주당도 거취 결단 요청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여당 우려 속 직무 수행 어려워"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14일 만에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장관직 겸직 문제를 비롯해 배우자의 당직 임명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민주당도 용 후보자에게 거취 결단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 후보자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장관 후보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신을 믿고 중책을 맡긴 이재명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면서도 소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하다는 뜻을 전했다.

용 후보자의 사퇴 결정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려도 고려됐다. 용 후보자는 민주당으로부터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결단해달라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는 국무위원이 국회와 정부를 연결하고 양측의 협력을 끌어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여당마저 우려하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민주진보 진영의 연대를 이어가기 위해서도 물러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는 김민석 대표가 용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 비서실장인 김태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 안팎의 여론을 종합한 김 대표의 사퇴 권유를 자신이 용 후보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의원직과 장관직을 겸하는 것이 법률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에는 충분히 부합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 후보자가 앞으로도 진보 정치와 선거제도 개혁 과정에서 역할을 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기본소득당은 전날 민주당 지도부의 뜻을 전달받은 뒤 내부 논의를 거쳐 용 후보자의 거취를 결정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지도부의 의사가 전날 전달됐으며 이후 당 지도부가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사퇴 문제를 별도로 협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용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후 현역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직을 겸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배우자의 기본소득당 당직 임명 과정과 당 운영이 용 후보자 부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이른바 '사당화' 의혹도 제기됐다.

용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차기 총선에서는 비례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0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현행법이 허용하고 있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반박했다.

당시 후보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사흘 만에 사퇴로 입장을 바꿨다. 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의혹을 직접 소명하고 싶었지만 사실과 다른 정보와 억측이 이어져 기자회견을 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용 후보자는 장관 후보직에서는 물러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저를 돌아보고 겸허하고 성숙한 자세로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용 후보자의 사퇴 발표 이후 "후보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국정과 민생에 미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용 후보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향후 필요한 후속 절차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위해 검증과 인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용 후보자의 사퇴로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이후 물러난 것은 강선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