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두 달 만에 200원 급락…수혜 기대
중동 불안에 유가 급등…원화 강세 효과 반감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원·달러 환율이 두 달여 만에 200원 넘게 떨어지면서 비용 부담 완화 기대감이 커졌던 항공업계가 다시 치솟는 국제유가에 긴장하고 있다.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료 등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항공사에는 원화 강세가 호재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환율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1일 장중 1559.2원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1340원대로 내려왔다. 지난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45.9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중동 지역 무력 충돌과 원유 수송 차질 우려로 국제유가는 급등해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 원·달러 환율이 1340원대로 하락하며 항공업계의 비용 부담 완화 기대가 커진 가운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항공사 수익성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사진=AI 생성


◆ 원화 강세에 비용 부담 완화…연료비·리스료 부담↓

항공업은 환율 변동에 민감한 대표적인 업종이다. 항공유 구매비와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같은 규모의 달러를 지출하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비용이 줄어든다.

특히 연료비는 항공사 영업비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항공유는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원화 가치가 오르면 원화 기준 구매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항공기 임차료와 해외 정비비 등 달러로 지급하는 비용 역시 원화 강세에 따라 부담이 줄어든다.

외화부채 부담도 완화된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도입과 리스 등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외화부채를 보유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따라 외화평가손익이 크게 움직인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감소해 재무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순외화부채(외화부채-외화자산)는 약 56억 달러다.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외화평가손익이 약 560억 원 개선되는 구조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다른 항공사들도 항공기 리스료와 연료비 등 달러 지출 비중이 높아 환율 하락이 비용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원화 강세는 상반기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컸던 항공업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환율과 함께 항공사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인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원화 강세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100달러 넘어선 국제유가…환율 효과 상쇄하나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원유 공급과 주요 해상 운송로의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브렌트유와 WTI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6.34% 오른 배럴당 107.63달러, WTI는 6.69% 상승한 102.4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나란히 지난 5월 1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일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둘러싼 협상 진전 기대감에 브렌트유가 104.61달러, WTI가 100.05달러로 각각 2% 넘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다.

국제유가 상승은 항공사의 핵심 비용인 항공유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원화 강세로 달러 결제에 따른 부담이 낮아지더라도 달러로 표시되는 항공유 자체 가격이 상승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이처럼 치솟은 국제유가는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9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21단계로 전월 14단계보다 7단계 상승했다. 9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49.29달러로 전월 산정기간의 119.06달러보다 25.4% 올랐다. 유류할증료가 오르면 항공사가 연료비 증가분 일부를 운임에 반영할 수 있지만 소비자의 항공권 구매 부담이 커지는 만큼 여객 수요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환율 하락이 연료비와 리스료, 외화부채 부담을 낮추는 긍정적인 요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원화 강세에 따른 비용 개선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는 항공사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용 요인인 만큼 지금처럼 높은 수준이 이어지면 환율 하락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며 "중동 정세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어서 당분간 환율과 유가 움직임을 함께 지켜보며 비용 변동성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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