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 공제 12억 유지해도 세 부담 증가 가능
서울 84㎡ 신규·재계약 보증금 격차 8000만 원…임대 유지 여건도 살펴야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실거주 혜택을 확대하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두고 전세 세입자의 재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을 세놓은 소유자가 세 부담을 고려해 직접 입주를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실거주 유도와 함께 기존 임대주택을 유지할 여건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실거주 혜택을 늘리는 종부세 개편이 세입자의 재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기존 임대주택 유지 여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1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확정한 세제개편안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달 발표 당시 9억 원으로 낮추려던 방안을 수정한 것이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4억 원으로 높이는 방향은 유지했다. 개정안은 국회 심사를 거쳐야 하며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기본공제는 종부세를 계산할 때 주택 공시가격에서 빼주는 금액이다. 공제액이 클수록 세금을 매기는 금액이 줄어드는 만큼 정부안은 자기 집에 직접 사는 1주택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구조다.

임대차시장에서 주목하는 대상은 자기 집을 세놓고 다른 곳에 사는 집주인이다. 임대를 유지할 때와 직접 거주할 때의 세 부담이 달라지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세놓은 집에 들어가 살지 검토할 수 있다. 집주인의 세금 문제가 해당 주택 세입자의 재계약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집주인이나 부모·자녀 등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금이 늘어난다는 이유만으로 갱신을 거절하거나 계약기간이 남은 세입자를 내보낼 수는 없지만, 실제 입주는 갱신 거절 사유가 된다.

비거주 집주인의 기본공제 축소를 철회한 조치는 이러한 부담을 완화했다. 그러나 기본공제가 유지된다고 세금까지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정부안은 공시가격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 중 세금을 매기는 비중을 60%에서 70%로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일부 구간의 세율도 올리는 만큼 공제액이 같아도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재경부에 따르면 2027년 과세를 가정한 공시가격 20억 원의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산출세액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때 227만5000원에서 정부안 적용 시 277만4000원으로 49만9000원 늘어난다. 단독명의이면서 만 60세 미만인 소유자를 대상으로 세액공제와 세부담상한을 적용하기 전 비교한 금액이다. 실제 납부액은 연령과 보유·거주기간 등에 따라 달라진다.

집을 오래 보유하면 받던 세액공제도 실제 거주한 기간을 기준으로 바뀐다. 정부안은 2027년에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따른 공제 중 유리한 것을 적용하고, 2028년부터는 거주기간 공제로 전환하는 구조다. 거주기간 공제는 5년 이상부터 적용하도록 설계돼 직접 입주한다고 곧바로 최대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세입자에게는 재계약을 하지 못했을 때 새 전셋집을 구하는 비용이 부담이다. 살던 집에서 계약을 이어가는 대신 현재 시세에 맞춰 새로 계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오르는 시장에서는 필요한 보증금도 커질 수 있다.

직방이 지난 7월 발표한 상반기 전세 거래 분석에서 서울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신규·재계약 보증금 차이는 1월 4375만 원에서 6월 8000만 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재계약 비중은 47.4%에서 55%로 높아졌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재계약은 보증금 증액이 제한되는 반면 신규 계약에는 현재 시세가 반영된다.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느냐에 따라 해당 세입자는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지뿐 아니라 이사할 때 필요한 보증금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업계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 유지가 기존 임대 물량을 지키는 데 긍정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도 기본공제 유지가 검토되던 지난달 비거주 집주인의 세 부담이 줄면 직접 입주할 필요성이 낮아져 전세 물량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토연구원 역시 2023년 연구에서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춰 공급을 유지할 여건을 마련하고, 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넘어가는 것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과세 방향과 변화 폭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집주인의 세 부담뿐 아니라 임대 유지와 세입자의 주거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안에도 근무·취학·치료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비거주 기간을 최대 3년까지 거주기간 공제 계산에 포함하는 방안이 담겼다. 불가피하게 자기 집에 살지 못한 기간도 일부 인정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거주를 유도하는 취지는 살리되 기존 전세를 유지하는 집주인의 여건도 함께 봐야 한다. 근무나 취학 등으로 직접 거주하기 어려운 경우의 인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세 부담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세입자도 안정적으로 재계약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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