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정비법 개정안 시행…기본계획 수립 기준 50ha→30ha
농경지 국가·지방정부 비용 분담…배수 개선·용수 개발 탄력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상습 침수나 가뭄 피해에 노출된 중소 규모 농경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농업생산기반 정비가 확대된다. 그동안 지방재정에 의존했던 30~50ha 규모 농경지도 국가와 지방정부가 사업비를 분담할 수 있게 되면서 배수 개선과 용수 개발 등 재해 예방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농어촌정비법’이 1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지방재정에 의존했던 30~50ha 규모 농경지도 국가와 지방정부가 사업비를 분담할 수 있다./자료사진=농어촌공사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3월 10일 개정된 ‘농어촌정비법’이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11일부터 시행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의 최소 수혜면적을 기존 50ha에서 30ha로 낮춘 것이다. 

이에 따라 30ha 이상 농경지는 국가 차원의 기본계획 수립 대상에 포함되며, 특히 30~50ha 규모 사업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사업비를 함께 부담하는 체계가 마련됐다.

기존에는 수혜면적이 50ha 이상인 집단화된 농경지만 농식품부 장관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국가 지원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50ha 미만 농경지는 시·도지사가 계획을 수립하고 지방비로 사업을 추진해야 했다.

이 때문에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방정부에서는 사업 추진 자체가 쉽지 않았다. 특히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가 반복되거나 가뭄에 취약한 농경지라도 지방비 확보가 어려우면 배수개선이나 용수 개발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제도개선으로 이러한 사각지대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기본계획 수립 대상이 30ha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그동안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30~50ha 규모 사업에도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정비와 지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가령 매년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는 40ha 규모 농경지가 있다고 가정하면, 기존에는 50ha 미만이라는 이유로 국가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지방비만으로 배수개선사업을 추진해야 했다. 앞으로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사업비를 분담할 수 있어 지방재정 부담을 낮추면서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개정은 현장의 제도개선 요구가 법령 개정으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조경태·문대림 국회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률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심사해 하나의 위원회 대안으로 통합했고, 농식품부와 협의를 거쳐 최종 개정안이 마련됐다. 농식품부는 법 시행에 맞춰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정비도 마쳤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확대된 국가지원 기준을 적용해 신규 사업 대상지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특히 기후 재난에 취약한 농경지를 중심으로 배수 개선과 용수 개발 등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후변화로 집중호우와 가뭄이 동시에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이번 기준 완화는 농업 생산기반의 재해 대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국가 지원 대상 면적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지방재정 여건에 따라 좌우됐던 농업 기반시설 정비의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인중 농어촌공사 사장은 “집중호우와 가뭄 등 기후재난 양상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그동안 지방비로 추진되던 30~50ha 규모 사업에도 국가 차원의 재해 예방 사업 추진 기반이 마련됐다”며 “이번 제도개선을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업생산기반 정비를 계속해서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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