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입찰·장기고정가격’으로 시장 일원화
낙찰 사업자, 한전과 장기 고정가격 계약
수익 불확실성 낮춰 금융조달 여건 개선
가격 경쟁으로 전기요금 부담 완화 기대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재생에너지 보급 제도가 15년 만에 전면 개편된다. 정부가 그동안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 온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를 단계적으로 일몰시키고, 경쟁입찰을 기반으로 한 장기 고정가격 계약시장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체계를 일원화한다.

   
▲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오는 30일 대국민 공정회를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추진한다./자료=기후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법률이 15일 공포되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2012년 RPS 제도 도입 이후 15년 만에 이뤄지는 재생에너지 보급체계의 전면적인 변화다.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정부가 제시하는 상한가격을 기준으로 경쟁입찰에 참여하고, 낙찰된 사업자는 한국전력공사와 장기간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거래하도록 시장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 RPS 체계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 변동 등이 사업자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사업 수익을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정부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업의 금융조달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자는 ‘수익 안정성’, 시장은 ‘가격 경쟁’에 초점

새로운 계약시장에서는 사업자 간 가격 경쟁이 핵심 요소가 된다. 정부가 제시한 상한가격 이내에서 사업자가 경쟁하고, 경쟁 결과에 따라 낙찰 여부가 결정된다.

낙찰된 발전사업자는 장기 고정가격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큰 만큼 안정적인 장기 수익구조가 사업 추진 여부와 금융비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수익 변동성을 낮추는 계약시장으로 전환할 경우 금융조달 가능성(bankability)이 높아지고 금융비용도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대로 전력 구매가격 측면에서는 경쟁 효과가 작동한다. 정부가 정한 상한가격 안에서 사업자들이 가격 경쟁을 벌이는 만큼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가격이 점차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기요금 부담 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산업·공급망도 평가, 기존 사업자 충격은 최소화

이번 제도 개편에서 주목할 부분은 가격만으로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경쟁입찰 과정에서 가격 외에도 국내 산업 및 공급망 기여도, 에너지 안보 기여도 등을 평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가격 경쟁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국내 관련 산업과 공급망을 육성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의 목표가 발전설비 확대에서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공부문과 민간 발전사업자에 대한 관리체계도 마련된다. 발전공기업 등 공공기관과 민간 발전사 등에 설비용량 단위의 보급의무자 및 목표관리대상자 지위를 부여해 국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에 맞춘 계획적인 보급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제도 전환 과정에서 기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받을 수 있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된다.

기존 RPS는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계약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일몰되며, 기존 사업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최대 20년간 REC가 계속 발급된다. REC 현물시장도 법 시행 이후 3년간 유예해 2029년 12월 31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소규모 재생에너지 설비를 위한 별도의 계약시장도 운영한다. 정부가 기존 사업자의 사업 안정성을 고려하면서 신규 사업부터 새로운 시장체계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82차례 의견수렴…9월 30일 대국민 공청회

정부는 제도 개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4년 제도 개편을 공식 발표한 이후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 태양광·풍력업계 및 협·단체, 기후·환경단체,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기업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와 토론회, 설명회 등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총 82차례 의견수렴을 거쳤으며, 법률안 국회 통과 이후에도 하위법령에 담을 세부 내용을 놓고 논의했다.

정부는 오는 9월 30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 개편 대국민 공청회’를 개최한다. 공청회에서는 계약시장 운영방안과 RPS 일몰 방안 등 세부적인 제도 개편 내용을 설명하고 전문가 토론과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공청회와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연내 하위법령 개정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개정법률을 시행한다. 이어 내년도 첫 태양광·풍력 경쟁입찰 계약시장 입찰도 공고할 계획이다.

장기 고정가격 계약으로 사업자의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경쟁입찰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비가격 평가를 통해 국내 산업과 공급망까지 육성하는 구조가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가 향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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