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국무회의 보고…선로 통합해 철탑 2214기 감축·지중화 우선 추진
지자체 지원금 3분의2 마을 태양광에…'깜깜이' 입지 선정 절차도 손질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가동을 위한 필수 인프라이지만, 극심한 주민 반발로 줄곧 지연돼 온 '송전망 건설'의 물꼬를 터트리기 위해 사업 패러다임을 갈아엎는다. 신설 철탑을 대폭 줄여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고, 송전선로 주변 마을에 연간 수백만 원대의 실질 소득을 제공하는 등 상생 카드를 내놨다.

   
▲ 일방향 전력시스템과 지산지소형 전력시스템./사진=기후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송전망 건설 수용성 제고방안'을 보고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원전, 화력, 재생에너지 등 발전설비는 비수도권, 대규모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편중됨에 따라 비수도권에서 발전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일방형 전력 시스템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보급도 확대되면서 적기에 전력망을 확충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호남 반도체 산단(약 6GW), 동해 DC(2.4GW), 울산 DC(1GW) 등 신규 대규모 전력 수요를 비수도권에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등 체계 자체를 일방향에서 양방향-지산지소형으로 전환하고 있다. 따라서 송전망 주변지역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기후부는 이번 방안을 주민 눈높이에 맞춘 피해 최소화·실질 보상·투명 절차 등 3대 전향적 개혁에 중점을 뒀다.

우선 철탑 개수 자체를 물리적으로 대폭 축소한다. 기존 2회선 선로와 신설 선로를 하나의 철탑(4회선)으로 통합 구축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한다. 국가기간망 사업에 이를 적용할 경우 개별 건설 대비 신설 철탑의 40%에 달하는 2214기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세종·청주·대전·장성 등 주민 밀집지와 345kV 신규 변전소 인출 구간(2km 내외)은 정부 재정을 적극 투입해 지중화 사업을 우선 추진한다.

주민 보상체계는 일회성 지원금을 넘어 지속가능한 '소득 창출형'으로 탈바꿈한다. 전력망 특별법에 따라 지자체에 지급되는 지원금(km당 20억 원)의 3분의 2를 송전망 주변 마을 태양광 설치에 우선 배정하도록 연내 시행령을 개정한다. 이를 통해 '계통햇빛소득마을'이 조성되면 마을별 세대당 연간 300만~380만 원 수준의 햇빛소득이 지속적으로 창출될 전망이다.

갈등의 발단이 됐던 '깜깜이' 입지 선정 절차도 대폭 손본다. 입지 선정 초기 사업설명회를 의무화하고, 운영 중 설명회도 2회에서 3회로 확대한다. 그간 원칙적으로 불허됐던 주민의 입지선정위원회 회의 참관을 원칙 허용으로 바꾸고, 후보 경과대역을 2개 이상 제시해 주민 선택권을 넓히기로 했다.

또한 국가 송전망 계획 수립 단계인 전력수급 기본계획과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송전망 건설의 필요성을 충실히 점검하고, 전문가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김성환 장관은 "전력망은 에너지 대전환과 첨단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필수 국가기반시설"이라며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나눠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필요한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고창 주민들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변전소 유치를 스스로 결정한 사례는 진정성 있는 소통과 실질적인 지역 혜택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전력망 확충이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민과의 상생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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