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저조' 필수의약품, 공공계약 재편...제약업계, 유휴 설비 가동률 높인다
입력 2026-09-15 15:27:27 | 수정 2026-09-15 15:27:27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자가치료용 10종 긴급도입 전환…공급난 4종도 공적 공급
2030년 주문제조 17개 확대…중견·중소사 새 시장 기대
2030년 주문제조 17개 확대…중견·중소사 새 시장 기대
[미디어펜=박재훈 기자]환자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수요와 수익성이 낮아 민간에서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웠던 의약품 시장에 정부가 구매자로 나선다. 해외 의약품 긴급도입을 확대하는 데 이어 국내 제약사에 생산을 의뢰하고 물량을 전량 구매하는 주문제조를 확대하면서 필수의약품 공급체계가 공공계약 중심으로 재편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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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의약품안전처./사진=식약처 | ||
15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가치료용으로 환자가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던 의약품 10개를 긴급도입 방식으로 전환하고 공급중단·감소 등으로 수급이 어려운 4개 품목을 긴급도입 대상으로 새롭게 인정했다. 이번 14개 품목 조치가 곧바로 국내 제약사의 생산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2030년까지 주문제조 품목을 17개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중장기적으로 국내 제약사에 새로운 공공조달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 정부가 물량 보장…중견·중소 제약사 기회
이번 긴급도입 확대의 직접적인 영향은 국내 제조사보다는 해외 공급처를 확보하고 수입·유통 역량을 갖춘 업체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자가치료용 의약품은 그동안 환자가 진단서와 처방전 등을 제출하고 해외에서 직접 구매했지만 긴급도입으로 전환되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해외 물량을 확보해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 공급하게 된다.
국내 제약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후 진행될 주문제조다. 주문제조는 정부가 필요한 필수의약품 생산을 국내 제약사에 의뢰하고 센터가 생산 물량을 전량 구매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유한양행, 휴온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제일제약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닥티노마이신, 이소프로테레놀, 페노바르비탈 등의 생산을 맡고 있다.
정부는 주문제조 품목을 2026년 7개에서 2030년 17개로 늘리고 긴급도입 필수의약품 40개 가운데 약 25%를 주문제조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필수약은 시장 규모가 작아 대규모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정부가 생산 물량을 전량 구매하면 미판매 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전문의약품 생산설비를 보유한 중견·중소 제약사에는 유휴설비 가동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공공계약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 긴급수입에서 국내 생산으로…가격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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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의약품안전처./사진=식약처 | ||
정부는 긴급수입과 함께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수급불안정 의약품 생산지원 대상을 확대해 국내 제약사의 생산시설과 장비 구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해외 긴급도입으로 치료 공백을 우선 막고 이후 국내 업체의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구조다.
특히 무균주사제처럼 높은 수준의 GMP 관리와 생산설비가 필요한 품목은 관련 역량을 보유한 제약사의 참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다만 주문제조 확대가 곧 업계 전반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필수의약품은 약가가 낮고 생산량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무균 생산시설, 밸리데이션, 품질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단순히 물량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기업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계약가격에 원료비와 인건비, 설비 유지비 등을 얼마나 반영할지도 핵심 변수다. 최소 구매량과 다년 계약, 시설투자 지원 등이 함께 마련돼야 생산 중단 위험이 높은 품목의 국내 제조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도 역시 과제다. 국내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더라도 핵심 원료를 특정 국가나 업체에 의존하면 공급망 위험은 남는다. 주문제조 확대가 단순한 완제품 국산화에 그치지 않으려면 전략 원료의 복수 공급처 확보와 국내 생산 기반 강화까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 기반도 강화된다. 개정 약사법이 오는 11월 12일부터 시행되면서 국가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긴급도입과 주문제조의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 정부가 긴급수입을 통해 단기적인 공급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국내 생산까지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수의약품은 시장 규모가 작아 일반적인 사업성만으로 생산을 유지하기 어려운 품목이 많다”며 “정부가 필요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구매하고 생산시설과 원가 부담까지 일정 부분 뒷받침한다면 기존 생산 역량을 가진 중견·중소 제약사들이 공공 생산시장에 참여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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