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 15일~16일 개최
해운시장 공급과잉부터 AI·탈탄소 전략까지 논의
위기에 '회복탄력성’이 관건, 실행 전략이 제시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맞아 세계 주요 항만의 최고경영자(CEO)와 국제기구 고위급 인사들이 부산에 모여 급변하는 글로벌 해운·항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와 해운시장 공급과잉 우려, 탈탄소 규제 강화, 인공지능(AI) 기반 항만 전환 등 산업의 핵심 현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부산항만공사(BPA)는 15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제14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BIPC 2026)’를 개최했다. 행사는 16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 제14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BIPC 2026)가 15일 개막됐다./사진=BPA


올해 BIPC는 ‘계획을 넘어 실행으로, 변화의 시대를 이끄는 혁신’을 주제로 열렸다. 특히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맞아 역대 가장 많은 세계 주요 항만 CEO와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해 해운시장 전망과 항만 회복탄력성, 탈탄소, AI, 안전, 북극항로 등을 놓고 경험과 전략을 공유한다.

해운시장 최대 변수는 '공급과잉'…신조선 발주잔량 43%

첫날 가장 주목받은 이슈 가운데 하나는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공급과잉 가능성이다.

세션 1의 ‘변동성 시대, 컨테이너 해운의 회복탄력성’에서 앨런 머피 씨인텔리전스 대표는 현재 신조선 발주잔량이 기존 선대의 43%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선박 해체가 부진한 가운데 수에즈 운하 운항이 정상화 될 경우 초과 선복이 최대 2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최근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 고유가 등에도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규모 신조선이 시장에 투입될 경우 수요 증가만으로 공급을 흡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탄화주 라이너리티카 대표는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6% 이상 증가한 배경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제품 및 AI 데이터센터 관련 화물 증가를 꼽았다. 다만 신조선 인도가 본격화되면 선복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해상운임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해운시장이 당면한 과제는 단순한 물동량 확대가 아니라 수요와 선복 공급의 불균형에 대응할 수 있는 시장의 회복탄력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위기 대응 핵심은 '회복탄력성'…항만 간 협력이 관건

기조연설에 나선 옌스 마이어 국제항만협회(IAPH) 총재 겸 함부르크항만공사 사장은 미래 항만 경쟁력의 핵심으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제시했다.

예상하지 못한 전쟁과 분쟁, 기후변화, 공급망 차질 등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항만이 충격 이후 얼마나 신속하게 정상 운영을 회복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체 시설과 운송로, 백업 시스템 등을 확보하는 한편 평상시부터 항만 간 신뢰와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상근 BPA 사장도 개회사를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와 사실에 기반해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 항만이 하나의 글로벌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개별 항만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항만에서 발생한 차질이 다른 항만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만 간 데이터와 기술,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책을 마련해야 공급망 전체의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제14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에서 송상근 BPA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BPA


탈탄소·AI, '계획'에서 '현장 실행'으로

탈탄소와 디지털 전환 역시 이번 컨퍼런스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세션 2 ‘항만 탈탄소의 새로운 지평’에서는 로테르담항만공사의 바우더바인 시몬스 사장이 수소 인프라와 암모니아 연료 공급 실증, 녹색해운항로 추진 사례 등을 소개했다.

친환경 연료 전환 과정에서 공급 인프라 구축과 경제성 확보, 국가별·지역별 규제 차이 등이 여전히 주요 장애물로 꼽혔다. 이에 따라 개별 항만의 투자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항만 간 협력을 통해 친환경 연료와 저탄소 기술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논의가 모아졌다.

AI를 활용한 항만 운영 혁신도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제시됐다.

세션 3의 ‘디지털 전환을 넘어선 AI’에서 송상근 사장은 데이터 통합과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부산항을 지능형 자율운영 항만으로 전환하는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을 발표했다.

AI를 활용해 항만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현장에서 검증된 AI 모델을 국내외 항만으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화 수준을 넘어 항만 운영 자체를 데이터와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부산항 개항 150주년이라는 상징성도 이번 행사에 의미를 더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남재헌 해양수산부 차관은 부산항이 지난 150년간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물류를 선도하는 국제 컨테이너 허브항이자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친환경 선박과 항만 에너지 인프라 투자, AI·디지털 기술 접목 등을 통해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부산항의 역할을 강조했다.

오석근 부산시 미래혁신 부시장도 탈탄소 전환과 AI 기반 스마트 물류, 북극항로 개척,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이 항만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산을 글로벌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항만을 중심으로 도심 경제와 해양문화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둘째 날인 16일에는 IAPH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공동으로 특별세션을 열고 항만과 국제기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어 ‘현장 중심의 항만 안전관리’, ‘북극항로의 미래를 향한 항해’ 등을 주제로 항만 안전과 북극항로의 가능성 및 과제를 다룰 예정이다.

송상근 BPA 사장은 “부산항의 새로운 150년을 여는 출발점에 역대 가장 많은 세계 항만 리더들이 함께해 더욱 뜻깊은 행사”라며 “앞으로도 BIPC를 통해 세계 항만의 지혜를 모으고 논의의 성과가 항만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BIPC 2026은 부산항이 지난 150년의 성장 경험을 넘어 향후 150년을 준비하는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해운시장 공급과잉과 지정학적 리스크, 탈탄소 규제, AI 전환이라는 복합적인 변화 속에서 ‘계획’보다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행력과 항만 간 협력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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