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묻히면 찾기 어렵다”…불법 성·복토, ‘사전 차단’ 나서야
입력 2026-09-15 16:40:53 | 수정 2026-09-15 16:40:53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최근 5년 공개 사례 75건·135만t…재활용 제품 출하 뒤 추적 끊겨
허가 단계서 출처·성분·반입량 확인…감리·이행보증 도입 제언
허가 단계서 출처·성분·반입량 확인…감리·이행보증 도입 제언
[미디어펜=조태민 기자]농지 개량과 자원 재활용을 내세운 불법 폐기물 성·복토를 막기 위해 사후 단속 중심의 관리체계를 사전 예방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폐기물이 재활용 제품으로 출하된 뒤 끊기는 추적망을 최종 사용지까지 잇고, 개발행위 허가와 농지개량 신고 단계부터 성토재의 출처와 성분, 반입량을 확인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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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활용 제품으로 출하된 뒤 추적이 끊기는 불법 폐기물 성·복토를 막기 위해 최종 사용지 관리와 감리·이행보증 등 사전 차단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모습./사진=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 ||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법 폐기물 성·복토 근절 방안 마련 토론회’에서는 최근 달라진 폐기물 불법투기 수법과 관리 사각지대, 피해 복구 방안이 논의됐다. 토론회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했다.
성토는 낮은 땅에 흙을 쌓아 높이는 작업이며 복토는 그 위를 흙으로 덮는 것을 말한다. 폐기물관리법은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폐기물을 성·복토재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불법투기 수법이 제도의 틈을 파고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토지나 폐공장을 빌려 폐기물을 쌓아둔 뒤 달아나는 방식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폐기물을 일반 토사와 섞어 농지나 임야에 묻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계약서와 시험성적서를 갖춘 재활용 제품으로 반입되기 때문에 성토 당시에는 정상적인 흙과 구분하기 어렵다. 매립이 끝나면 땅을 다시 파내지 않는 이상 불법 여부와 정확한 물량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김기현 의원실이 최근 5년간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집계한 결과 불법 폐기물 성·복토는 75건, 확인된 물량만 135만6760t을 웃돌았다. 전체 사례 가운데 물량이 파악된 경우는 41%에 그쳐 실제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충남 당진 신당리에서는 주차장 조성을 위해 일반 흙을 사용한다고 신고했지만 폐기물성 성토재 8만3885t이 반입됐다. 집중호우 뒤 침출수가 인근 논으로 흘러들면서 벼가 집단 고사했고 수확한 쌀에서는 식품 기준을 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
울산 울주군 두서면에서는 3개 부지에 불법 성토재 4만6037t이 매립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토지를 모두 처분해도 가격이 2억 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복구에는 130억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성수 법무법인 엘프스 변호사는 기존 불법투기가 지상에 폐기물을 쌓아둬 발견과 물량 확인이 비교적 쉬웠던 반면 성·복토형은 토사와 섞여 땅속에 들어가기 때문에 적발과 복구가 모두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출과 수집·운반·처리 단계에서는 올바로시스템을 통해 폐기물의 이동 과정이 관리되지만 재활용을 거쳐 제품이나 성토재로 출하되면 최종 사용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계약서와 시험성적서가 있어도 실제로 어디에 얼마나 반입됐는지 파악할 수 없는 구조다.
김 변호사는 현장에서 적발된 운반자나 작업자만 처벌해서는 실질적인 책임자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차량 이동기록과 계근자료, 계좌거래, 올바로시스템 자료를 함께 분석해 배출업체와 브로커, 불법행위 주도자까지 추적하는 광역·연계 수사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발표를 진행한 김영민 기후에너지기자클럽 사무국장은 배출업체와 브로커, 운반업체, 성토업자가 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연결된 구조를 문제로 꼽았다.
김 사무국장은 서류상 폐기물을 순환토사나 토지개량재로 꾸민 뒤 일반 흙 사이에 매립하는 이른바 ‘샌드위치 복토’ 수법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립 작업이 끝나면 외부에서 일반 농지와 구별하기 어려워 주민 신고나 침출수 발생 이후에야 불법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02개 사업장에서 폐기물 약 520만t이 성·복토재 등으로 재활용됐다. 성·복토재 용도의 환경표지 인증은 지난 8월 기준 287건으로 2020년 188건보다 52.7% 증가했다.
적법한 재활용이 확대될수록 정상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하는 업체와 불법 성·복토를 가려낼 관리체계도 중요해진다. 배출 사업장과 재활용업체, 생산량, 출하 차량, 최종 사용 필지, 개발행위 허가번호와 실제 반입량을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이어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박현서 전 전주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다양한 의견이 펼쳐졌다. 전원혁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과 홍경희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 임월시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과장,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협동사무총장, 강경진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 회장 등이 참석해 부처별 관리체계와 사전 예방 방안을 제언했다.
강경진 회장은 “배출과 운반 단계에서는 올바로시스템이 작동하지만 중간재활용업체를 거쳐 성·복토재 제품으로 출하되는 순간 유통 경로에 대한 추적은 완전히 중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수막 하나 없이 지하수와 농작물로 오염물질이 스며드는 것을 재활용이라고 부를 수 없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 매립이자 불법 투기”라고 강조했다.
부처별로 나뉜 관리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폐기물과 재활용은 기후부, 농지개량은 농식품부, 개발행위허가는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개발행위 담당자는 성토재의 출처와 폐기물 재활용 기준 충족 여부까지 확인하지 않고, 폐기물 담당부서는 재활용 제품이 사업장 밖으로 나간 뒤 어디에 사용되는지 관리하지 않는다. 개별 절차에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전체 과정을 연결하면 부적정 폐기물이 대량으로 반입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일정 규모 이상의 성·복토는 개발행위 허가 단계에서 재료의 종류와 발생지, 공급업체, 예상 반입량, 성분 시험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고 폐기물 담당부서와의 협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허가받은 토량과 실제 반입량을 대조해 기준을 넘으면 점검에 들어가는 장치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공급업체가 제출한 시험성적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행정기관이나 지정 검사기관이 현장에서 직접 시료를 채취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성·복토 과정에 감리자를 두고 공사가 끝난 뒤에는 지하수와 침출수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불법 업체가 폐업하거나 달아난 뒤 토지 소유자와 지방자치단체가 복구비를 떠안는 일을 막기 위한 재원 확보 방안도 논의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성·복토 사업에 이행보증금이나 보증보험을 적용하고 보증 규모는 공사비가 아닌 반입 물량과 폐기물 처리단가를 기준으로 산정하자는 것이다.
윤철한 경실련 협동사무총장은 “지금까지 행정은 문제가 발생하면 적발하고 원상복구를 명령한 뒤 책임자를 찾는 방식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다”며 “이제는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행정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하기 어렵게 만드는 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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