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업노조, ‘DS 전용 노조’ 규약 개정 및 DX 간부 불신임 투표
소통방 폭언에 지도부 사법 리스크까지 겹쳐 노노 갈등 최고조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이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사업부 간 누적된 불만과 지도부의 도덕성 논란, 원색적인 비방전 끝에 결국 분열의 길로 들어설 전망이다. 

반도체(DS)와 가전·스마트폰 등 완제품(DX) 부문을 아우르며 출범했던 노조가 사업부별로 갈라서는 수순을 밟게 되면서, 사측을 상대로 한 교섭력 약화는 물론 사내 구성원 간 반목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지난 5월 20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뒤 휴대폰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DS 전용 노조’ 쪼개기 투표 돌입…DX 집행부 축출 표결까지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이날부터 오는 22일까지 모바일 전자투표 방식을 통해 ‘2026년 5차 총회’를 진행한다.

이번 총회의 최대 뇌관은 조합원 가입 자격을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 부문 근로자로 한정하는 규약 변경안이다. 

현행 규약상 초기업노조는 DS 부문 조합원이 중심이지만 DX 부문 임직원도 가입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이 가결되면 신규 가입 대상이 DS 부문으로 제한돼 노조는 사실상 ‘반도체 전용 단체’로 재편된다.

이와 함께 DX 부문 소속 집행부인 이송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에 대한 불신임안도 동시에 상정됐다. 

최승호 위원장 측은 이들 DX 소속 간부들이 반도체 전용 노조 전환을 방해하고 지도부를 흔들려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DX 측 간부와 조합원들은 “출범 당시부터 함께해 온 동료들을 성과급 차이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내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이번 규약 개정을 계기로 완제품 부문과의 연대를 사실상 단절할 방침이다. 이미 2027년 임금·단체협약부터는 DX 부문 중심의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등 타 노조와의 공동 교섭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다음 달 6일에는 ‘성과급 분배 전사 기준 통합 요구안’과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적자 페널티 개선 요구안’을 추가 표결에 부쳐 반도체 중심의 이익 관철에 나설 예정이다.

◆ 누적된 ‘성과급 격차’와 소통방 내 살해 협박 공방

표면적으로는 조직 분리 투표이지만, 갈등의 뿌리는 오랫동안 쌓인 성과급 격차와 교섭 주도권 쟁탈전에 닿아 있다. 초기업노조는 영업이익 연동형 초과이익성과급(OPI) 배분 기준을 두고 사업부 간 시각차가 팽팽히 맞서왔다. 

호황기 반도체의 독식 논란과 침체기 완제품 부문과의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5월 동행노조가 반도체 중심의 교섭 요구에 반발해 공동교섭단에서 이탈하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최근에는 메신저 소통방 내 막말 공방으로 감정의 골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4일 동행노조 측에 폭력적 표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초기업노조가 확보한 동행노조 폐쇄형 텔레그램 방 대화록에는 최 위원장과 임직원을 겨냥해 “사제폭탄이라도 만들어서 던지고 싶은 지경”, “끔찍한 최후를 당했으면 좋겠다” 등 신변 위협성 발언과 특정 부서 비하 발언이 다수 포함됐다.

최 위원장은 “제보 내용의 5% 수준만 공개한 상태이며, 사안이 엄중해 법무법인을 통해 정식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노노 간 법정 공방까지 예고했다.

◆ 위원장 사법 리스크 속 삼성 준감위 “노노관계도 인권 준수돼야”

초기업노조 지도부 자체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과 사법 리스크도 내홍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3~4월 집회 당시 자신의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약 3억7000만 원 규모의 집회 물품을 수의계약 형태로 발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감사 요구 간부에 대한 보복 조치 논란과 비판적 성향의 조합원을 추린 ‘노조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고발돼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서 지도부의 법적 부담이 가중됐다. 갈등이 한계 수위에 도달하자 외부 감시 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도 공식 경고를 내놨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15일 정례회의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노동인권은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간의 ‘노노관계’에서도 반드시 준수되어야 할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준감위는 노동소위원회를 전면 가동해 최근 갈등의 핵심으로 지목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제도와 노동 현장의 인권 실태를 다각도로 점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성과급과 밥그릇 싸움으로 사분오열되며 생산성 저하와 조직 문화 훼손이라는 심각한 경영 리스크를 낳고 있다”며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 내 노사 지형은 물론 조직 결속력 전반에 적지 않은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