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신고·시정 유도하고 중대 위반 국토부 직접처분
상호협력평가 신청사 87.9% ‘우수’…예방 노력 수주에 반영해야
[미디어펜=조태민 기자]불법하도급 사실을 자진신고하고 바로잡은 건설사업자가 영업정지나 과징금을 최대 절반까지 감경받을 길이 열린다. 숨어 있는 위반을 적법한 계약으로 돌리기 위한 조치인 만큼, 처음부터 법을 지키기 위해 교육과 점검에 비용을 들인 건설사의 노력도 수주 과정에서 분명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정부가 불법하도급을 자진신고하고 시정한 업체의 처분을 최대 절반 감경하기로 한 가운데, 처음부터 준법 관리에 투자한 건설사에도 공공입찰 등 수주상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은 국토부가 정하는 기간에 불법하도급을 자진신고하고 행정처분 확정 전까지 시정한 업체의 영업정지·과징금을 2분의 1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공포 후 4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불법하도급은 계약 당사자가 드러내지 않으면 단속만으로 적발하기 어렵다. 정부가 처분 감경이라는 유인을 내건 것도 안전사고나 산업재해, 대금 체불 등의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업체 스스로 위반 상태를 바로잡도록 하기 위해서다.

처분 절차도 손질했다. 현재 불법하도급 행정처분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돼 있어 국토부가 위반을 적발해도 지자체의 재조사를 거치면서 처분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앞으로는 적발 주체와 하도급 금액, 공종, 공정률 등을 고려해 중대한 사안을 국토부가 직접 처분한다.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건설현장 1814곳을 합동 단속한 결과 95개 현장에서 106개 업체의 불법하도급 262건이 적발됐다. 무등록·무자격 업체에 공사를 맡긴 사례가 141건, 하도급받은 공사를 다시 넘긴 불법 재하도급이 121건이었다.

적발 업체 가운데 원도급사 27곳은 모두 종합건설사였다. 하도급사 79곳은 종합건설사 5곳과 전문건설사 74곳으로 집계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전체 적발 업체에서 원도급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62.7%에서 지난해 25.5%로 낮아졌다며 원도급사의 준법 인식이 일부 개선된 정황으로 분석했다.

종합건설사는 공사를 맡길 업체의 등록 업종과 시공 자격, 재하도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전문건설사도 무등록 업체 활용과 금지된 재하도급을 막기 위해 계약 내용과 시공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 종합과 전문 모두 적법한 시공체계를 유지하려면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다.

건설사들은 위반이 발생하기 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체 준법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전 현장을 대상으로 하도급 교육과 점검을 진행하고 분기마다 공정거래 위험을 평가한다.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을 반영한 자율준수편람을 마련해 실무자가 확인할 사항도 체크리스트로 관리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2011년부터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 교육과 내부 모니터링을 통해 법 위반 가능성을 점검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시정·예방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위반 이후 처분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계약 단계부터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투자다.

이번 개정안이 새로 마련한 직접적인 혜택은 위반 사실을 자진신고하고 시정한 업체에 돌아간다. 반면 이처럼 예방체계를 구축하고 적법한 계약을 유지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별도로 평가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준법기업을 우대하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의 건설사업자 간 상호협력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으면 공공공사 입찰 가점과 시공능력평가액 가산, 건설산업기본법상 벌점 감경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와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실적에 따라서도 직권조사 면제나 입찰 가점, 벌점 경감 등을 받을 수 있다.

기존 제도는 공동도급과 하도급 실적, 협력업체 육성, 신인도 등 상생협력 전반을 평가한다. 불법하도급 이력이 없거나 별도의 예방체계를 구축한 기업을 직접 가려내는 지표와는 차이가 있다.

올해 건설사업자 간 상호협력평가에서는 신청업체 2197곳 가운데 1932곳인 87.9%가 60점 이상을 받아 우수업체로 선정됐다. 신청 기업 10곳 중 9곳 가까이가 우수업체로 분류된 만큼, 현재 평가만으로 불법하도급 예방에 꾸준히 투자한 기업을 뚜렷하게 구별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이에 불법하도급 무위반 기간과 현장 교육 실적, 협력업체 자격 검증, 재하도급 점검 등 예방 활동을 공공입찰 평가에 별도로 반영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위반 업체에 적법한 계약으로 돌아올 퇴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처음부터 법을 지킨 업체에도 수주상의 이점을 주자는 것이다.

건산연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기업의 준수 비용과 규제 피로를 키우고 계약 형태를 바꾸는 회피 행동을 부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인 준법을 유도하고 우수기업에 시장과 조달상의 이익을 제공해 ‘준법이 경쟁력’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규제를 최소한의 안전판으로 두되 공공조달 가점과 세제·금융 지원, 평가·인증 연계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건산연은 제언했다.

평가 기준은 기업 규모와 업종 특성에 맞춰 달리 적용할 필요도 있다. 전담조직 보유 여부만 볼 경우 대형 종합건설사에 유리할 수 있는 만큼 전문건설사와 중소업체에는 교육 이수와 표준 점검표 사용, 전자계약 관리, 무위반 실적처럼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진신고 감경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불법계약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장치”라며 “이와 함께 교육과 현장 점검에 비용을 들여 처음부터 법을 지켜온 건설사도 공공입찰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받아야 준법 투자가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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