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 흡수합병…13년 디지털 실험 마침표
입력 2026-09-16 15:26:44 | 수정 2026-09-16 15:43:52
이보라 기자 | dlghfk0000@daum.net
캐롯 이어 교보라플도 모회사 품으로…디지털보험 독립법인 한계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모회사인 교보생명에 흡수합병된다. 2013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로 출범한 지 13년 만이다. 대면 영업조직 없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보험을 판매하는 구조로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으나 출범 이후 적자를 이어오면서 결국 독립 법인으로서의 사업을 마무리하게 됐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전날 이사회에서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기존 사업과 인력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이사회도 이날 합병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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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전경./사진=교보생명 | ||
이번 합병은 교보생명이 100% 자회사인 라이프플래닛을 흡수하는 ‘소규모 합병’에 해당돼 주주총회 승인 대신에 이사회 승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 금융당국에 합병인가 신청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내년 4월에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발전으로 기술·인프라 대규모 투자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교보라이프플래닛을 독립 법인으로 운영하기보다 그룹 내 역량을 결집해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혁신성과 민첩성을 교보생명에 내재화해 상품개발과 마케팅, 고객관리, 영업채널 등 보험사업 전반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독립사업부인 ‘라이프플래닛사업부(가칭)’를 신설하고, 국내 최초 디지털 생명보험사로서의 정통성을 계승할 수 있도록 라이프플래닛 브랜드를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온라인에서 보험 가입부터 계약까지유지, 보험금 청구까지 진행하는 방식으로 기존 생보사와 차별화를 꾀했다. 디지털 금융시장 확대에 맞춰 새로운 보험 판매 모델을 구축한다는 교보생명의 신사업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갔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당기순손실은 2022년 121억원에서 2023년 240억원, 2024년 256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에는 201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200억원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누적 적자도 상당하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출범 이후 12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해 누적 적자 규모가 2000억원에 달한다. 모회사 입장에서는 장기간 자본을 투입하면서도 독립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셈이다.
교보생명은 그동안 교보라이프플래닛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자본 확충을 지원했다. 지금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약 3650억원을 증자했으며, 마지막 증자는 2024년 3월로 당시 1250억원을 투입했다.
특히 2024년 대규모 증자 이후에도 적자가 이어졌다는 점은 이번 합병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독립 법인을 유지하기보다 모회사와 조직을 통합해 중복 비용과 자본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사례는 디지털 보험사가 성장 과정에서 겪는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캐롯손해보험도 초기 사업비 부담과 높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등으로 적자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은 대면 판매조직에 비해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는데 용이할 수 있으나 온라인만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번 흡수합병은 국내 디지털 보험 시장이 ‘별도 법인 설립을 통한 실험’에서 ‘기존 보험사 내부 역량과의 결합’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흐름의 한 사례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