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세단 등록 5.2% 감소…SUV는 58만대로 세단의 두 배
그랜저·아반떼·S클래스·ES90 등 신차 러시…반등 여부 주목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세단 입지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SUV가 넓은 실내 공간과 실용성을 무기로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가운데 완성차·수입차 업체들은 잇달아 세단 신차를 투입하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신차 효과가 위축된 세단 수요를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세단 신규 등록 대수는 27만281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만7901대보다 5.2% 감소했다. 전체 승용차 신규 등록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8.8%에서 올해 27.5%로 1.3%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SUV 신규 등록은 58만465대로 전년 동기 57만7400대보다 0.5% 증가했다. 등록 대수 기준 SUV가 세단의 두 배를 넘어섰다.

   
▲ 디 올 뉴 셀토스./사진=기아 제공


SUV로 기울어진 소비자 수요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는 신차에 가까운 SUV의 가격이 오르는 동안 연식이 지난 준대형 세단의 시세는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KG모빌리티플랫폼이 분석한 지난 8월 중고차 시세에 따르면 전체 중고차 평균 시세는 국산차가 1.6%, 수입차가 1.7% 각각 하락했다. 반면 신차급 기아 셀토스의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2.9% 상승했고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3% 올랐다. 이전 세대 준대형 세단의 하락 폭은 더 컸다. 현대차 그랜저 IG는 전월 대비 4.1%, 더 뉴 그랜저는 3.9% 떨어졌다. 기아 올 뉴 K7과 K7 프리미어도 각각 3.7%, 3.3%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급 SUV는 패밀리카 수요와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시세가 견조한 반면 연식이 지난 준대형 세단은 신차 출시와 매물 증가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차종에 대한 선호뿐 아니라 연식과 상품성, 시장에 공급되는 매물 등 여러 요인이 중고차 시세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그랜저부터 S클래스까지…세단 신차로 반등 모색

SUV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도 완성차 업체들은 세단 신차 투입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규모 자체는 줄었지만 준중형·준대형부터 고급차까지 수요가 남아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상품성을 강화해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대표 준대형 세단 그랜저의 부분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 완전변경을 거친 '디 올 뉴 아반떼'를 선보였다. 그랜저는 올해 1~8월 국내에서 5만2853대가 판매돼 현대차 승용 모델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신형 아반떼 역시 계약 첫날 1만1094대가 계약되며 초기 수요를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과 고객 인도 시점 등의 영향으로 신형 모델 판매가 607대에 그쳤지만 계약 물량의 출고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판매 추이가 주목된다.

   
▲ 디 올 뉴 아반떼 주행 사진./사진=현대차 제공


수입차 업체들도 세단 신차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아우디 코리아는 지난 4월 완전변경 모델인 '더 뉴 아우디 A6'를 국내에 출시했고, 벤츠 코리아는 지난달 부분변경을 거친 '더 뉴 S-클래스'와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를 선보였다. 신형 S-클래스와 마이바흐 S-클래스는 사전계약 이후 출시 시점까지 2500대 이상의 계약을 확보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지난 7월 국내에 선보인 플래그십 세단 ES90도 사전계약 3000대를 넘어섰다. 오는 10월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되는 ES90은 볼보의 순수전기 플래그십 모델로, SUV 중심의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세단으로 초기 수요를 확보했다.

렉서스코리아도 지난 14일부터 완전변경 모델 '올 뉴 ES'의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다음 달 13일 국내에 공식 출시되는 신형 ES는 기존 하이브리드에 더해 ES 최초로 순수전기차(BEV)를 추가해 전동화 선택지를 확대했다.

◆ SUV 대세 속 세단 생존법…상품성·효율로 승부

SUV 중심으로 재편된 국내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넓은 공간과 높은 활용성을 갖춘 SUV가 패밀리카부터 전기차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세단만의 상품성은 여전히 경쟁 요소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낮은 차체에서 오는 주행 안정성과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유리한 차체 형태 등은 세단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다. 특히 전동화 모델에서는 공기역학적 효율이 주행거리와 전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세단의 장점을 활용할 여지도 있다.

   
▲ 볼보 ES90./사진=볼보 제공

완성차 업체들도 단순히 세단의 명맥을 유지하기보다 상품성을 크게 끌어올린 신차를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랜저와 아반떼처럼 판매 기반이 탄탄한 대중 세단부터 S-클래스 등 고급 세단, ES90과 ES 등 전동화 선택지를 갖춘 모델까지 제품군을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실제 일부 신차의 초기 반응도 긍정적이다. 그랜저가 여전히 현대차 승용 모델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고 신형 아반떼는 계약 첫날 1만 대를 넘겼다. 앞서 언급한 S-클래스와 ES90의 계약 실적 역시 전체 시장 위축과 별개로 경쟁력 있는 세단에는 수요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SUV 중심의 시장 구조가 굳어진 상황에서도 세단의 주행 특성과 효율, 디자인 등 차별화된 상품성에 대한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잇따라 등장한 신차들의 초기 흥행이 실제 판매로 이어지고, 나아가 개별 모델의 성과를 넘어 위축된 세단 시장의 반등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