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 비중 늘면서 사고 위험성 커져
대우건설·롯데건설·GS건설, AI 번역기로 현장 소통 혁신
한화·현대건설은 체험형 안전교육·상생 프로그램 강화
[미디어펜=서동영 기자]건설현장 안전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건설사들이 현장 인력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근로자와의 소통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언어 장벽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AI 번역 기술 도입부터 화합과 상생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까지, 접근 방식도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 대우건설 외국인 건설 근로자가 AI 실시간 번역기를 이용하고 있다./사진=대우건설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 커지는 안전 리스크

19일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20년 12%(16만9340명)에서 2023년 14%(23만6549명), 2024년 15%(22만9541명)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건설현장 근로자 7명 중 1명이 외국인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사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산재로 숨진 외국인 노동자는 369명에 달했다. 이 중 건설업이 194명(52.6%)으로 가장 많았다.

◆AI 번역기로 소통 장벽 허물고 다국어·체험형 안전교육 확대

이에 주요 건설사들은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와의 소통 체계 구축에 나섰다. 특히 최신 AI 기술을 적극 활용 중이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롯데이노베이트와 함께 건설업 특화 AI 번역기인 'AI 근로자 다국어 번역 모델'을 자체 개발했다. 개발 초기 4개 언어에서 현재 20개국 언어로 지원 범위를 확대했으며, 전국 약 40개 현장에 적용 중이다. 회사 측은 해당 번역기가 안전사고 예방은 물론 근로자 간 상호 공감대 형성과 작업 효율성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도 외국인 근로자의 교육 이해도 향상을 위해 이달부터 'AI 실시간 번역기'와 '스마트 안전교육'을 표준화해 국내 전 현장에서 확대 시행 중이다. AI 실시간 번역기는 관리자가 한국어로 전달하는 안전수칙이나 작업지시를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로 번역해 화면과 음성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안전교육뿐 아니라 아침조회·TBM(Tool Box Meeting)·회의 등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GS건설은 한국어 음성을 인식해 중국어·베트남어 등 120여 개 언어 텍스트로 변환하는 AI 번역 프로그램 '자이 보이스(Xi Voice)'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다국어 교육 콘텐츠와 체험형 안전교육에 힘쓰는 곳도 많다. DL이앤씨는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 안전교육 영상을 제작해 배포했으며, 공종별 47건의 필수 안전 수칙을 5가지 테마로 구성해 상위 5개국 언어와 영어로 번역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서울역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현장에 안전교육장, 안전보건 체험장, 스마트 통합관제실로 구성된 '건설안전보건센터'를 구축했다. 안전교육장에는 50석의 개별 태블릿 PC를 설치해 외국인 근로자 증가 추세에 맞춰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를 비롯한 6개국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도록 했다. 떨어짐·협착·감전 등 주요 사고사례 7가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안전보건 체험장도 함께 운영해 언어 장벽을 넘어선 체험형 안전교육에 힘쓰고 있다.

   
▲ 롯데건설이 지난 5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찾아가는 미용실' 행사를 진행했다./사진=롯데건설

◆교육을 넘어 상생으로…채용의 장도 넓힌다

건설사들의 노력은 단순 번역·교육을 넘어 근로자 간 유대감을 다지는 방향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5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찾아가는 미용실'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전문 미용사가 외국인 근로자들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음료와 간식 및 각 모국어로 적힌 응원 카드를 전달했다.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정식 채용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건설은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 채용을 진행 중이다. 특히 한국어 능력이 우수한 지원자를 우대한다. 단순 노무직 중심이던 외국인 인력 활용이 전문 기술·관리 인력 채용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은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며 "소통 문제를 방치하면 결국 안전사고와 공기 지연으로 돌아오는 만큼, 이같은 노력은 리스크 관리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안전 문화 정착이 건설업계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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