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정숙성…부드럽고 안정적인 승차감
최고출력 456마력·복합 주행거리 520㎞…강력한 전기차 성능
캐리어 4개·가방 2개도 거뜬…리프트백으로 넓힌 공간 활용성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속도계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하지만 몸이 받아들이는 변화는 크지 않았다. 볼보 ES90은 최고출력 456마력의 힘을 과시하기보다 차분하게 풀어냈다. 속도를 높여도 차체는 흐트러지지 않았고 실내의 고요함도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최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경기 포천을 오가는 약 120㎞ 구간에서 볼보자동차의 순수 전기 플래그십 ES90을 시승했다. 시승차는 트윈 모터 AWD 울트라 모델로 도심과 고속도로, 굽이진 국도 등 다양한 구간을 달렸다.

   
▲ 볼보 ES90 정면./사진=김연지 기자
   
▲ 볼보 ES90 정측면./사진=김연지 기자

ES90의 전면은 볼보의 상징인 '토르의 망치' 주간주행등을 새롭게 다듬어 익숙하면서도 선명한 인상을 준다. 차체와 같은 색상으로 막힌 그릴과 낮게 배치한 공기흡입구는 순수 전기차의 성격을 드러낸다. 복잡한 장식을 덜어낸 덕분에 차체가 넓고 안정적으로 보였다.

측면에서는 5000㎜에 이르는 차체와 3102㎜의 긴 휠베이스가 두드러졌다. 높고 길게 뻗은 숄더 라인 위로 루프가 뒤쪽까지 완만하게 내려가면서 대형 세단의 유려한 실루엣을 완성한다. 문 안쪽으로 숨은 플러시 도어 핸들과 에어로 휠도 매끈한 차체 흐름을 해치지 않았다. 전고가 1545㎜로 일반적인 세단보다 높지만 차체가 둔하거나 껑충해 보이지는 않았다.

후면은 볼보 세단의 수직형 테일램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C자 형태의 LED 리어램프가 중심을 잡는다. 검은색 패널과 차체를 따라 길게 뻗은 램프가 차폭을 강조하고, 군더더기를 덜어낸 범퍼가 단정한 인상을 더한다. 겉모습은 세단에 가깝지만 트렁크를 열면 뒷유리까지 함께 올라가는 리프트백 구조가 드러난다.

   
▲ 볼보 ES90 측면./사진=김연지 기자
   
▲ 볼보 ES90 후측면./사진=김연지 기자

ES90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단연 정숙성이었다. 출발과 저속 구간에서 조용한 것은 전기차라면 낯선 일이 아니다. 차이는 속도를 높인 뒤에도 고요함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해도 바람이 차체를 훑는 소리와 타이어가 노면을 구르는 소리가 실내로 크게 파고들지 않았다. 동승자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볼보가 ES90을 두고 '브랜드 역사상 가장 정숙한 모델'이라고 강조한 이유를 운전석에서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었다. 볼보 자체 비교시험에서는 도심주행 구간의 실내 소음이 55.6㏈A로 측정됐다. 공기저항계수를 브랜드 역대 최저 수준인 0.25Cd까지 낮추고 어쿠스틱 글라스를 적용하는 등 여러 설계가 정숙성에 힘을 보탰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조용한 실내에 한층 편안한 주행 경험을 더했다. ES90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잔진동과 크고 작은 충격을 유연하게 흡수했다. 요철을 지난 뒤에도 차체가 불필요하게 출렁이거나 충격의 여운이 길게 남지 않았다. 울트라 모델에서 선택할 수 있는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은 전자제어 댐퍼를 초당 500회 조정하며 노면 상황에 대응한다.

   
▲ 볼보 ES90 1열./사진=김연지 기자
   
▲ 볼보 ES90의 2열 공간. 3102㎜의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성인이 앉아도 넉넉한 무릎 공간을 확보했다./사진=김연지 기자

차체 길이 5000㎜, 공차중량 2545㎏에 이르는 대형 전기차지만 운전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조향 반응은 급하지 않았고 차체 움직임도 차분했다. 굽이진 도로에서도 앞머리가 크게 흔들리거나 차체가 뒤늦게 따라오는 느낌 없이 안정적으로 방향을 바꿨다. 운전자를 흥분시키기보다는 긴장을 풀어주는 쪽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주행이 느긋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앞뒤에 각각 전기모터를 탑재한 ES90 트윈 모터는 최고출력 456마력, 최대토크 68.4㎏·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4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육중한 차체를 주저 없이 밀어내지만 탑승자의 몸을 거칠게 잡아당기지는 않는다. 필요한 순간에는 충분한 힘을 꺼내면서도 플래그십 세단다운 편안함을 놓치지 않았다.

회생제동이 작동하는 과정도 자연스러웠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차체가 갑자기 앞으로 숙여지기보다 속도가 점진적으로 줄었다. 원 페달 드라이브의 감도를 낮음·높음·자동으로 설정할 수 있어 운전자의 성향과 도로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주행 감각을 선호한다면 크립 주행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 볼보 ES90 후면./사진=김연지 기자
   
▲ 볼보 ES90 2열 폴딩한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넓은 적재공간은 숫자보다 실제 짐을 넣었을 때 더욱 실감 났다. 트렁크에는 플랩 캐리어를 비롯해 20인치 캐리어 1개, 24인치 캐리어 2개, 26인치 캐리어 1개, 보스턴백 1개와 토트백 1개가 모두 들어갔다. 여행용 짐을 차곡차곡 쌓아 넣고도 테일게이트를 닫는 데 문제가 없었다. 세단의 낮고 좁은 트렁크 입구에서 흔히 겪는 불편도 크지 않았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409L이며 2열 좌석을 접으면 최대 1445L까지 늘어난다. 2열은 40대20대40 비율로 나눠 접을 수 있어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도 긴 짐을 실을 수 있다. 차체 앞쪽에는 충전 케이블 등을 보관할 수 있는 27L 용량의 프렁크도 마련됐다.

실내는 화려함을 앞세우기보다 절제된 분위기로 꾸몄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앞뒤 좌석 모두 여유가 넉넉했고, 높은 시트 포지션은 일반적인 세단보다 편안한 시야를 제공했다. 센터에는 14.5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배치하고 물리 버튼을 최소화했다. 주요 차량 기능 대부분을 화면에서 조작해야 하는 구성은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해 보였다.

   
▲ 볼보 ES90 프렁크 공간./사진=김연지 기자
   
▲ 볼보 ES90 적재공간에 짐을 싣지 않은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시승차에 적용된 바워스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은 25개 스피커와 1610W 출력을 갖췄다. 실내가 워낙 조용한 덕분에 작은 음량에서도 음악의 세부적인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소음을 음악으로 덮는 것이 아니라 고요한 실내에 음악을 섬세하게 채워 넣는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렸다.

ES90 트윈 모터는 106㎾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상온 복합 520㎞로 도심 548㎞, 고속도로 486㎞다. 최대 350㎾급 급속충전을 지원하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22분이 걸린다. 실제 충전시간은 배터리 상태와 외부 온도, 충전기 성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판매가격은 환경친화적 자동차 세제 혜택 적용 예정 기준 트윈 모터 플러스가 7960만 원, 트윈 모터 울트라가 8741만 원이다. 울트라에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을 추가하면 9041만 원이다.

   
▲ 볼보 ES90에 플랩 캐리어를 비롯해 20인치 캐리어 1개, 24인치 캐리어 2개, 26인치 캐리어 1개, 보스턴백 1개와 토트백 1개를 적재한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 볼보 ES90 적재공간에 들어갔던 캐리어./사진=김연지 기자

ES90의 가속은 강하지만 거칠지 않았고, 승차감은 부드러우면서도 차체를 느슨하게 풀어놓지 않았다. 빠르게 달릴수록 자극보다 평온함이 두드러지는 차다. 강렬한 자극보다 편안한 이동과 일상의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눈여겨볼 만한, 플래그십의 본질에 충실한 전기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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