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상문 기자] 기록적인 여름 폭염을 견뎌낸 꽃무릇이 가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경남 함양의 천년 숲 '상림'과 김해 활천 '꽃무릇숲길'에는 붉은 꽃무릇 군락이 숲과 도심에 깊은 가을빛을 더하고 있다.

위로 말려 올라간 붉은 꽃술은 여인의 속눈썹처럼 고혹적인 자태를 뽐낸다. 꽃무릇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돋아나 평생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서로를 그리워하는 꽃’이라는 애틋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같은 꽃이지만 피어나는 공간에 따라 풍경은 다르다. 함양 상림에서는 천년의 숲을 배경으로 붉은 꽃무릇이 물결을 이루고, 김해 활천에서는 도심 숲길을 오가는 시민들의 일상과 어우러져 가을 풍경을 만든다.

*천년의 숲을 수놓은 붉은 융단, 함양 상림
함양 상림에 들어서면 사각거리는 낙엽 소리와 흙내음, 곁을 흐르는 물소리가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신라 말 최치원이 홍수를 막고자 조성한 천년의 숲 상림은 천연기념물 제154호다.

약 1.6km로 이어진 울창한 활엽수림 사이로 붉은 꽃무릇이 마치 융단처럼 펼쳐진다. 초록빛 숲과 붉은 꽃의 대비가 뚜렷해 상림 특유의 웅장하고 깊이 있는 가을 정취를 자아낸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가을 햇살이 가느다란 꽃술을 비출 때 그 색감은 더욱 선명해진다.

   
▲ 상림 숲 사이로 피어난 꽃무릇이 초록빛 나무와 어우러져 선명한 색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 오후 햇살을 머금은 붉은 꽃잎과 가느다란 꽃술이 빛을 받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함양 상림 숲길을 따라 꽃무릇이 군락을 이루며 울창한 나무 사이로 붉은 가을빛을 더하고 있다. 천년의 숲과 어우러진 꽃무릇이 상림의 가을 풍경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일상 속으로 들어온 가을, 김해 활천
김해 활천 꽃무릇숲길은 도심 속에서 자연과 사람이 교감하는 공간이다. 장바구니를 든 주부, 퇴근길의 직장인, 산책 나온 연인들이 선분홍빛 꽃길을 거닐며 각자의 일상 속에서 가을을 즐긴다.

길을 걷던 한 시민은 "유독 심했던 폭염을 이겨내고 예쁘게 핀 꽃을 보니 다행스럽다"며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꽃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입에서는 비슷한 말이 나온다. 
“너무 예쁘다.”

이곳에서는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도 열린다. 오는 20일 활천동 꽃무릇숲길 문화광장 일원에서는 '제9회 김해활천꽃무릇축제'가 개최된다. 오후 1시 체험 부스를 시작으로 K-pop 퍼포먼스 경연, 시민 노래자랑, 초대가수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밤 9시까지 이어진다.

   
▲ 김해 활천 꽃무릇숲길에 꽃무릇이 군락을 이루며 도심 속 가을 풍경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김해 활천 꽃무릇숲길에서 시민들이 꽃무릇을 감상하며 길을 걷고 있다. 장바구니를 든 시민부터 퇴근길 직장인, 산책객과 연인까지 꽃무릇과 어우러진 일상의 모습이 도심 속 가을 풍경을 만들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같은 꽃, 다른 풍경
함양 상림에서는 천년의 숲을 배경으로 붉은 꽃무릇이 초록빛 나무와 어우러지고, 김해 활천에서는 꽃무릇숲길을 오가는 시민들의 일상 속에 꽃이 피어난다.

상림이 숲의 깊이와 꽃무릇의 색감을 보여준다면, 활천은 꽃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과 어우러져 도심 속 가을 풍경을 만든다. 같은 꽃이지만 공간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가을을 보여준다.

아침과 저녁 무렵에는 부드러운 햇살이 꽃무릇을 비추며 또 다른 풍경을 만든다. 햇살을 머금은 붉은 꽃잎과 가느다란 꽃술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꽃무릇 특유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 9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절정을 이루는 꽃무릇이 초록빛 숲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가느다란 꽃술과 붉은 꽃잎은 아침저녁 햇살을 받으면 선명하고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꽃무릇, 언제 가장 아름다울까?
꽃무릇은 대체로 9월 중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9월 하순까지 이어진다. 다만 기온과 강수량에 따라 해마다 개화와 절정 시점에는 차이가 있다.

함양 상림과 김해 활천 꽃무릇숲길은 9월 중순부터 하순 사이가 꽃무릇을 감상하기 좋은 시기다. 특히 군락의 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시기에는 초록빛 숲과 붉은 꽃이 어우러져 화려한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아침저녁으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햇살은 또 다른 비경을 선사한다. 빛을 머금은 붉은 꽃잎과 가느다란 꽃술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나며 꽃무릇 특유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등 이름난 군락지를 굳이 찾지 않더라도 좋다. 천년의 역사를 품은 함양 상림과 시민의 일상이 흐르는 김해 활천 꽃무릇숲길,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이 붉은 물결 속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가을은 이미 충분하다.

   
▲ 함양 상림과 김해 활천 꽃무릇숲길을 붉게 물들인 꽃무릇. 말려 올라간 가느다란 꽃술과 붉은 꽃잎이 어우러져 가을을 알리는 고혹적인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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