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조 1년을 두 달로…건설사, AI 데이터센터 ‘시간 경쟁’
입력 2026-09-22 13:16:02 | 수정 2026-09-22 14:06:26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포항 AIDC 16.5개월 준공 목표…PC·패스트트랙으로 공정 압축
100㎿ 모듈러 표준화 추진…설계·인허가·조달까지 경쟁 확대
100㎿ 모듈러 표준화 추진…설계·인허가·조달까지 경쟁 확대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공사기간이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동이 늦어지면 투자금 회수도 미뤄지는 만큼 건설사에 요구되는 역량도 시공에서 설계·인허가·장비 조달을 아우르는 일정 관리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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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데이터센터의 조기 가동이 투자금 회수와 직결되면서 건설사들이 공사기간 단축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포항 AI 데이터센터 조감도./사진=현대건설 | ||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수전용량 40㎿ 규모의 포항 AI 데이터센터를 16.5개월 만에 완공하는 초단기 시공에 나섰다. GS건설은 여러 사업에 반복 적용할 수 있는 100㎿급 사전제작형 모듈러 데이터센터 표준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부지와 건축물뿐 아니라 전력·냉각설비와 서버 등에 대규모 자금이 먼저 투입된다. 시설을 가동해야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낼 수 있어 준공이 늦어질수록 투자금 회수도 미뤄진다. 공사기간이 늘어나면 금융비용과 사업 기회비용도 함께 커진다.
시공 난도도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높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용량과 발열량이 커 골조와 전력·냉각설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변압기와 냉각설비 등 제작에 시간이 걸리는 장비의 발주와 반입 일정도 전체 공기에 영향을 준다. 골조공사만 앞당겨서는 실제 가동 시점을 줄이기 어려운 구조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포항 AI 데이터센터는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광명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선다. 수전용량 40㎿, IT 부하용량 32㎿ 규모로 총사업비 6000억 원이 투입된다. 올해 6월 착공했으며 2027년 11월 준공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전체 공사기간을 16.5개월로 맞추기 위해 사전 제작 콘크리트(PC) 공법을 골조 전반에 적용했다. 보와 기둥뿐 아니라 슬래브와 벽체, 계단까지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한다.
현장에서는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공장에서는 구조체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다. 현장 타설에 필요한 거푸집 설치와 콘크리트 양생 공정도 줄어든다. 현대건설은 이를 통해 기존 방식으로 약 1년 걸리는 골조공사를 2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다.
착공 전 단계에서도 시간을 줄였다. 사업 구조와 설계·시공 방식을 미리 검토하는 프리컨스트럭션 서비스(PCS)를 적용하고 설계와 인허가, 시공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도입했다. 구조와 설비 설계를 조기에 확정해 제작기간이 긴 장비의 발주와 반입 일정도 전체 공정에 맞춰 관리하는 방식이다.
골조공사가 빨라지면 전력·냉각설비 설치와 서버 반입 등 후속 공정도 앞당길 수 있다. 발주처는 데이터센터의 서비스 개시와 투자금 회수 시점을 당기고, 건설사는 현장 운영기간과 공정 지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포항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GPU를 수용하기 위해 일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보다 약 10배 높은 전력 밀도로 설계됐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은 수랭식 냉각시스템으로 관리한다. 구조와 전기·기계설비, 장비 반입 동선을 설계 단계부터 함께 검토한 배경이다.
GS건설은 공기 단축 기술을 여러 사업에 반복 적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LG유플러스, 자이C&A, 간삼건축, D&O CM과 지난 4월부터 100㎿급 사전제작형 모듈러 데이터센터(PMDC) 표준모델을 공동 개발해 왔다. 이달에는 ‘PMDC 얼라이언스’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체계를 공식화했다.
PMDC는 건축 구조물과 전력·냉각설비를 일정한 규격으로 설계해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GS건설은 신규 부지에 적용할 구축형 모델의 구조와 시공 방식을 검토하고 공사기간과 공정을 최적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표준모델이 마련되면 사업마다 설계와 공법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공장에서 같은 규격으로 구조물과 설비를 제작해 현장 작업을 줄이고 품질 편차와 시공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앞선 현장에서 확보한 설계와 제작·조립 데이터, 공급망을 후속 사업에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데이터센터를 사업마다 새로 설계하는 일회성 공사에서 검증된 기술을 반복 공급하는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어 후속 프로젝트와 해외 수주에도 대응하기 수월해진다.
현대건설이 실제 현장에서 PC 공법과 공정 병행을 통해 준공 시점을 앞당긴다면 GS건설은 설계와 제작·조립 방식을 표준화해 여러 사업의 준비기간을 줄이는 구조를 만드는 셈이다. 적용 방식은 다르지만 현장 시공 이전부터 전체 일정을 관리해 발주처가 요구하는 시점에 데이터센터를 공급한다는 방향은 같다.
정부도 사업 준비 단계의 시간을 줄이는 제도를 마련했다. 지난 6월9일 공포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은 내년 3월10일 시행된다. 사업자가 관련 인허가의 일괄처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관계기관이 정해진 기간 안에 검토 결과를 통보하도록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가동이 늦어지면 금융비용과 사업 기회비용이 함께 커진다”며 “앞으로는 얼마나 빨리 짓느냐뿐 아니라 설계와 인허가, 장비 조달 일정을 얼마나 촘촘하게 맞추느냐가 수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