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특별기고]앞선 국가가 마주한 과제…인증제도의 유연성 필요
입력 2026-09-24 09:00:00 | 수정 2026-09-24 09:00:00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기후변화와 자연자본, 공급망 인권 등 ESG가 다루는 리스크의 범위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동시에 자율공시에서 의무공시로, 기업의 자발적 선언에서 법적 책임이 따르는 규제로 그 성격 또한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기업에 필요한 것은 막연한 방향성이 아니다. ESG 공시 실무부터 조직 거버넌스, 자금 조달 전략까지 아우르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해법이다. 이에 미디어펜은 매달 두 차례, ESG 전 영역에 걸쳐 탁월한 식견을 갖춘 대신경제연구소의 전문가들로부터 경영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통찰과 해법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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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동녘 대신경제연구소 ESG공시컨설팅센터 팀장 | ||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다. 호주는 2025년 1월 1일부터 기후 관련 재무공시 제도를 시행해 2026년 첫 보고서가 발간됐다. 애초 제도는 네 번째 보고 주기(Group 1 기준 2028.7.1~2029.6.30 데이터)부터 모든 기후 공시에 ‘합리적 확신’ 수준의 인증을 요구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그러나 시행 1년 차 경험은 이 로드맵에 의문을 던졌다. Scope 3 배출량처럼 협력사 추정치와 2차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항목까지 그 대상으로 삼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이다. 1차 데이터의 가용성·중대성 판단 기준의 적절성·미래예측적 기후 전망의 불확실성 같은 요인들이 걸림돌로 지적되면서, 호주 재무부는 합리적 확신 수준의 인증이 가져오는 편익이 기업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지 검토에 착수했다.
호주가 검토 중인 대안은 세 갈래다. △합리적 확신 수준의 전환을 폐기하고 제한적 확신 수준을 영구 기준으로 유지하는 방안 △전환 목표는 유지하되 시행 시점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늦추는 방안 △Scope 1·2처럼 데이터 신뢰도가 높은 항목에는 합리적 확신 수준, Scope 3처럼 불확실성이 큰 항목에는 제한적 확신 수준을 적용하는 이원화 방안이다. 방향은 다르지만, 먼저 제도를 도입한 국가가 기존 계획을 고수하기보다 시장의 실제 역량에 맞춰 인증 수준을 되돌리거나 늦추는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내년부터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의무 공시를 시작한다. 제3자 인증 범위는 일본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SSBJ) 기준에 따라 도입 연도와 다음 해까지 2년간 Scope 1·2 배출량, 거버넌스, 리스크 관리로 한정할 방침이다.
인증 수준은 국제 인증 기준(ISSA 5000)과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인증 주체를 감사법인에 한정할지 여부를 두고는 의견이 맞서고 있어 향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 호주가 첫 공시 주기까지 인증 범위를 제한한 것처럼, 일본 역시 2년의 시한을 두고 인증 항목을 좁혀 도입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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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에도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이 확정됐다. 먼저 시행한 국가의 사례에서 봤듯이 시행 이후에도 계속된 조정이 필요하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국내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2030년부터 재무제표 회계감사에 준하는 인증을 의무화할 방침으로, 향후 인증 범위와 수준을 어디까지 어떤 속도로 끌어올릴지는 마주하게 될 사안이다. Scope 3 배출량 데이터의 신뢰도, 중대성 판단, 전망의 불확실성 등은 국내에서도 유사한 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 나라의 사례는 인증 절차를 시장과 공시의 성숙도에 연동해 유연하게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신뢰도가 이미 높은 항목과 추정치에 의존하는 항목은 인증 수준을 차등화할 수 있다. 모든 항목을 동일한 신뢰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접근은 호주가 이미 재검토 중이다. 또한 합리적 확신 수준의 인증 시점을 확정하기보다, 데이터 성숙도와 인증 제공자의 역량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조정할 여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
나아가 가치사슬 안에서 ‘과도한 비용이나 노력 없이 확보 가능한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기준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이는 보고 대상 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유연성을 지켜주는 한편, 공시 부담이 중소 협력사 등 가치사슬의 하위로 전가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비재무적 위험과 기회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데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부상했다. 환경·사회적 영향, 미래지향적 기후 리스크, 정성적 판단, 기후 외 공시 주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지속가능성 공시와 인증은 과거 재무공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지닌다. 이 특수성 앞에서는 재무공시의 엄밀함에 유연성이 함께 필요하다.
제도는 시행을 거듭하며 계속 수정 보완된다. 기업의 공시 작업 역시 특정 시점의 규정과 기준에 맞춘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인 활동과 성과를 증명해 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기업이 수치와 인증 절차에 쏟는 관심만큼, 실제 의사결정과 실천으로 이어져야 의미 있는 정보로 완성된다. 공시는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최동녘 대신경제연구소 ESG공시컨설팅센터 팀장
필자는 대신경제연구소 ESG공시컨설팅센터에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과 공시 전략 수립을 담당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의 변화를 실무 경험과 연결해, 기업별 특성을 반영한 공시 전략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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