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소득률 하락한 이유는…“‘경영비’ 증가 등 취약구조 확대”
입력 2026-09-24 11:13:11 | 수정 2026-09-24 11:13:11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KREI, 농산어촌 마을 패널조사…다중적·정주체계 재편
‘재구조화’ 과정…사후 관리로 정책 범위 넓힐 필요
“농업수익성 회복이 관건, 소득개선 여부 함께 관리해야”
‘재구조화’ 과정…사후 관리로 정책 범위 넓힐 필요
“농업수익성 회복이 관건, 소득개선 여부 함께 관리해야”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이어지는 농산어촌에서 주거·생활권·경제활동 구조가 동시에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주인구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농산어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체류인구를 포함한 새로운 정주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농업 본업의 수익성 회복과 농가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전국 103개 농산어촌 마을과 주민 3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농산어촌 마을 패널 조사사업’에 따르면 농산어촌에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도 가구 수가 소폭 증가하는 이른바 ‘인구 희석화’ 현상이 나타났다. 세컨하우스와 체류형 주거가 늘면서 상주 주민과 체류인구가 한 마을을 함께 이용하는 새로운 정주 형태도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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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촌의 마을 환경, 빈집·노후주택 등 정비를 통해 마을을 활성화한 우수사례로 꼽히는 정선군 현장/자료사진=농식품부 | ||
경제활동과 생활권도 기존의 농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농업이 여전히 주요 경제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빈집과 유휴공간을 활용한 소규모 창업과 관광·가공 등 비농업 활동이 늘고 있다. 생활서비스 역시 기존 읍·면 중심지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인접 중심지와 근거리 상권, 온라인·비대면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다층적인 생활권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공간·생활 구조의 변화가 농가의 경제적 기반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KREI의 ‘2025년 농가경제 실태와 시사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농가소득은 3722만 원에서 5467만 원으로 46.9%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농업소득은 1126만 원에서 1171만 원으로 사실상 정체됐다.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30.2%에서 21.4%로 8.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이전소득은 791만 원에서 1990만 원으로 151.6% 증가하면서 2025년에는 농가소득 원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농업 본업의 수익성 악화는 경영비 상승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5~2025년 농업총수입은 3365만 원에서 3991만 원으로 18.6% 증가했지만 농업경영비는 이보다 큰 폭인 25.9% 늘었다.
이에 따라 농업소득률은 33.4%에서 29.3%로 4.1%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노무비는 같은 기간 84.9% 증가해 재료비와 경비보다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연구진은 농촌 인력난과 외국인 근로자 임금 상승, 농작업 대행료 인상 등이 영향을 미친것으로 추정했다.
농가의 소득구조 변화는 농업 외 경제활동 확대에서도 확인된다. 농업외소득은 1494만 원에서 1964만 원으로 31.5% 증가했는데, 특히 겸업소득이 373만 원에서 659만 원으로 76.6% 늘었다. 농업 이외에 제조·도소매·음식숙박·관광 등의 활동을 통해 소득원을 다각화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농산어촌 마을에서 나타난 공간·생활권 변화와도 맞물린다. KREI 조사에서 빈집과 유휴공간을 활용한 창업·관광·가공 등 비농업 경제활동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농촌의 유휴공간을 주거뿐 아니라 경제활동과 생활서비스를 담는 복합공간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농산어촌 주민이 체감하는 생활 여건에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자연환경과 이웃관계, 공동체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반면 일자리와 보건의료, 생활편의서비스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청년층과 신규 전입자의 공동체 참여율도 낮아 기존 주민과 신규 주민을 함께 포용할 수 있는 공동체 운영 방식이 과제로 제시됐다.
농가 내부에서는 세대별 재무 부담의 차이도 커지고 있다. 전체 농가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2015년 6.0%에서 2025년 7.2%로 소폭 상승했지만, 50세 미만 경영주 농가의 부채비율은 2023년 16.55%에서 2025년 20.08%로 3.53%포인트 상승했다.
2025년 기준 전체 농가 평균의 2.8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이들 농가의 부채는 1억1507만 원에서 1억4031만 원으로 21.9% 증가했다.
특히 청년층에 해당하는 50세 미만 경영주 농가에서는 농업용 부채가 빠르게 늘었다. 농업용 부채는 2023년 6060만 원에서 2025년 9723만 원으로 60.4% 증가했고, 농업용 부채비율도 8.72%에서 13.92%로 5.20%포인트 상승했다.
연구진은 농지·시설·기계 등 영농 자본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영농 초기의 부채 부담이 농업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KREI는 농산어촌의 인구 감소를 마을 소멸만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기존 기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여건에 적응하는 ‘재구조화’ 과정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빈집·유휴공간의 복합 활용, 의료·돌봄·생활서비스 접근성 개선, 소규모 생활거점 확충, 다양한 세대의 지역사회 참여 확대 등을 핵심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농가경제 측면에서는 농업 본업의 수익성 회복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경영비 구조 개선과 농업총수입 기반 확충을 함께 추진하고, 외국인 계절근로자와 농작업 대행, 스마트농업 등의 정책이 실제 노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를 품목·영농형태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수취가격 안정, 계약재배, 유통·판매 조직화, 농업수입안정보험 등 위험관리 수단 강화도 주문했다.
영세·고령농에 대해서는 소득안전망과 구조 개선을 연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영농을 지속할 농가에는 공동이용 농기계와 농작업 대행, 공동판매, 고부가가치 작목 전환 등을 지원하고, 고령·준은퇴 농가에는 직불제와 기초연금 등 기존 소득안전망을 농지연금·농지임대·경영이양 등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청년농 정책 역시 진입 지원에서 사후 관리로 정책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KREI는 농지·시설 확보 등 진입 단계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진입 이후 상환능력과 현금흐름, 농업소득 개선 여부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대형·단계형 지원과 장기 거치·분할상환, 경영 컨설팅, 사후관리 등을 통해 부채가 과도하게 누적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농산어촌의 변화는 이제 ‘인구 감소’라는 하나의 지표로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상주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체류인구가 늘고, 생활권이 넓어지며, 농업과 비농업 활동이 결합하는 동시에 농가 내부에서는 공적이전 의존과 농업 수익성 저하, 세대별 부채 부담이라는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농촌정책은 정주공간 재편, 생활서비스 확충, 지역경제 다변화, 농업소득 개선, 청년농 재무관리를 별개의 정책이 아닌 하나의 농산어촌 지속가능성 전략으로 연결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