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입자가 사망한 뒤에도 보험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상속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이미지=Gemini 생생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 3사의 보험금청구권 신탁 누적 계약액은 약 1조14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68.6% 증가했다. 올해 7~8월에만 1640억 원을 기록해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1~8월 실적(4126억원)으로 볼 때 지난해 연간 계약액 4598억 원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청구권을 신탁회사에 위탁하면 계약자 사망 시 신탁회사가 보험금을 대신 수령해 생전 지정한 수익자에게 사전에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지급하는 제도로 2024년 11월 도입됐다.

예를 들어 미성년 자녀에게 보험금을 남기고 싶은 경우에도 사망 직후 거액의 보험금이 한꺼번에 지급되는 대신 자녀가 일정 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생활비와 교육비 등을 단계적으로 지급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상속인이 금융자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보험금의 사용 목적을 사전에 정해둘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보험사들도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보험금 지급 이후의 자산관리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활성화될 경우 보험사는 고객의 생애 전반에 걸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생명보험업계의 사업 영역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을 가입하고 보험금을 받는 기존 구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보험금이 지급된 이후 자산이 어떻게 관리되고 상속되는지까지 설계하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현재 제도의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향후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고령화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활용 범위를 상해질병보험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신탁 대상은 3000만 원 이상의 일반사망보험금으로 제한된다.

특히 치매보험금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치매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들의 재산을 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신탁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154조 원 규모였던 '치매머니'가 2050년 488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대봤다.

이에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보험금청구권신탁 대상을 현행 사망보험금청구권에서 치매보험금청구권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포함한 '생애재산관리 5법'을 발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단순히 보험금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상속인의 상황과 필요에 맞춰 보험금의 지급 방식과 사용 목적을 미리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고령화와 함께 상속·자산관리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치매보험금 등으로 제도가 확대된다면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의 활용 범위도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