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형강·특수강봉강·판재류 등 중국산 철강재에 전방위 무역장벽
올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 전년 대비 10% 감소…관세 효과 증명
관세 부과 넘어 모니터링 강화 등 촘촘한 관리도 병행해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철강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재에 대한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으로 수입이 옮겨가거나 보세구역을 활용한 반입이 이어지면서 규제의 빈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국내 철강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재에 대한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규제 빈틈을 우려하는 주장도 나온다. 사진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된 철강제품./사진=포스코 제공


2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최근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덤핑방지조치를 5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 라이우스틸과 르자오스틸 등 2곳에 대해서는 가격약속을 유지하고, 기타 중국 공급자에 대해서는 28.23~32.72%의 반덤핑관세 부과 연장을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가격약속은 중국 업체가 한국의 반덤핑관세를 직접 부과받는 대신 자발적으로 한국향 수출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하는 제도다. 

또 중국산 특수강 봉강에 대해서도 관세 장벽이 마련되고 있다. 무역위는 중국산 봉강에 대해 25.08~27.96%의 잠정 반덤핑관세를 건의했다. 이번 조치는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의 반덤핑 제소에 따른 것으로, 최종 판정은 내년 2월 확정될 예정이다. 

판재류에 대한 무역장벽 강화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산 후판에 대해서는 27.91%~34.10%의 반덤핑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중국산 열연강판에 28.16~33.10% 반덤핑관세 부과가 최종 확정됐다. 

중국산 아연 및 아연합금 표면처리 냉간압연제품에 대해서도 22.34~33.67%의 잠정 반덤핑관세가 적용됐으며, 최종 판정은 내년 1월이 예상된다. 

◆높은 관세에 중국산 수입 ‘뚝’…수익성 방어 기대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무역장벽이 세워지면서 수입이 감소하기도 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중국에서 유입된 철강재는 507만2000톤으로 전년 동기 562만9000톤 대비 55만7000톤(9.9%) 줄었다. 특히 중국산 열연강판은 같은 기간 25만1000톤이 유입돼 전년 동기 129만5000톤보다 104만4000톤(80.6%) 감소했다. 

중국산 철강재 수입 감소는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 방어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무분별하게 들어오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은 가격 인하 압력을 감수해야 했다. 저가 중국산 철강재와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 철강업체들도 가격을 낮추며 판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감소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가격 경쟁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이는 수익성 개선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산 수입재로 인한 시장 내 혼란이 진정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원가를 반영한 가격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에 대한 무역장벽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수입재가 가격 주도권을 쥐고 있어 국내 업체들도 시장을 지키기 위해 출혈 경쟁이 불가피했다”며 “다양한 품목에 대해 반덤핑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도 정상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무역장벽에도 빈틈…“입체적 방어막 구축해야”

다만 일부 품목에서는 반덤핑관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유입이 줄어들지 않고 있어 빈틈이 남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먼저 보세공장을 활용해 중국산 수입이 이어지고 있다. 보세공장은 해외에서 원자재를 반입해 가공한 뒤 수출하는 경우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제도다. 조선사들이 중국산 후판을 활용해 선박을 건조한 뒤 수출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중국산 후판은 반덤핑관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입이 늘어났다. 올해 8월까지 들어온 중국산 후판은 59만6000톤으로 전년 동기 51만4000톤보다 8만2000톤(16%) 증가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보세공장을 통한 중국산 철강재 반입이 확대될 경우 국내 철강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보세공장을 통해 수출용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물량은 국내 시장에 직접 유통되는 수입재와 성격이 다르지만,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반입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보세공장으로 유입된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상황도 경계하고 있다. 

규제 대상이 아닌 제품으로 전환해 국내 시장에 공급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산 후판에 페인트를 칠한 뒤 컬러후판으로 수입해 반덤핑관세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잠정 반덤핑관세를 받고 있는 냉연강판 소재 용융아연도금강판을 수입하는 대신 열연강판 소재인 열연용융아연도금강판을 들여와 규제망을 비켜나가는 수입 시도가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경우 규제 대상 품목의 수입을 줄이더라도 다른 제품으로 물량이 이동하면서 무역장벽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보세공장 물동량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으로의 수입 전환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규제 회피 가능성까지 관리해야 실질적인 국내 철강산업 보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우회 침투 시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실질적인 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촘촘하고 입체적인 무역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