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중심 정비에도 빈집 증가…카페·숙소·일터로 해법 넓힌다
입력 2026-09-27 13:00:00 | 수정 2026-09-27 13:00:00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전국 14만971가구, 1년 새 5.2%↑…집수리·리모델링은 4.4%
개별 주택은 매매·임대, 밀집지역은 거점 조성…지속 운영 관건
개별 주택은 매매·임대, 밀집지역은 거점 조성…지속 운영 관건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철거에 집중됐던 빈집 정비가 거래와 지역 재생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위험한 집은 철거하되 활용할 수 있는 집은 새 주인을 찾고, 밀집한 빈집은 숙박·창업·업무공간으로 바꿔 사람과 일자리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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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거에 집중됐던 빈집 정비가 거래와 지역 재생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활용 가능한 집은 새 주인을 찾고 밀집지역은 숙박·창업공간으로 조성해 사람과 일자리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사진=김상문 기자 | ||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빈집은 14만971가구로 전년 집계된 13만4009가구보다 6962가구(5.2%) 증가했다. 농촌 빈집은 8만3169가구로 전체의 59.0%를 차지했다.
정비 방식은 철거에 집중돼 왔다. 국토연구원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빈집 정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2만2352가구 가운데 단순 철거가 1만9384가구로 86.7%에 달했다. 집수리와 리모델링은 988가구로 4.4%, 매입 후 공공 활용은 35가구로 0.2%에 그쳤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새 빈집이 생기는 가운데 정비 수요의 중심은 철거에서 활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분류한 지난해 농촌 빈집 가운데 철거 대상은 2만8139가구로 전년보다 1542가구 줄었다. 반면 주거와 창업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빈집은 5만6061가구로 같은 기간 7647가구 증가했다. 붕괴나 화재 위험이 있는 집은 철거해야 하지만 활용 가능한 빈집까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증가세를 따라잡기 어려워진 것이다.
활용 가능한 빈집도 시장에 쉽게 나오지 못했다. 빈집은 사유재산이어서 소유자의 거래 동의가 필요하고 건물 상태와 권리관계, 개보수 비용을 수요자에게 전달할 기반도 부족했다. 국토연구원은 전기·수도 사용량 중심의 조사와 부처별로 흩어진 정보 탓에 실제 빈집과 거래·활용 이력까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빈집의 상태와 활용 가치에 따라 정비 방식을 나누고 있다. 활용 가치가 낮고 안전을 위협하는 빈집은 철거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집은 거래를 중개한다. 빈집이 10가구 이상 밀집한 지역은 숙박과 창업·업무시설, 공동이용공간 등을 갖춘 거점으로 재생한다.
철거 대상에 대한 지원도 강화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철거비 지원 한도를 가구당 700만 원에서 1600만 원으로 높이고 철거 이후 재산세와 취득세 부담도 완화했다.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빈집에는 ‘농촌 빈집은행’을 통해 새 주인을 연결한다. 소유자가 정보 제공과 거래에 동의하면 지역 공인중개사가 매물로 만든 뒤 정부 귀농·귀촌 플랫폼인 그린대로와 민간 부동산 플랫폼에 등록하는 방식이다. 참여 지역은 지난해 21개 시·군에서 올해 32개 시·군으로 늘었다.
그린대로에 따르면 24일 기준 공개된 빈집은 총 217건이다. 이 가운데 67건은 거래가 끝났고 150건은 거래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출범 이후 빈집을 매매나 임대로 연결할 통로가 마련됐지만 거래 대상으로 발굴한 물량은 아직 제한적이다.
개별 거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밀집지역은 마을 단위로 고쳐 쓴다. 정부는 빈집 10가구 이상이 모인 지역을 한꺼번에 정비해 주거와 숙박, 창업·업무시설 등을 조성하는 ‘농촌소멸 대응 빈집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흩어진 빈집마다 새 주인을 찾는 데서 나아가 외부인이 머물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드는 방식이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가 대표 사례다. 마을에 방치됐던 빈집 9가구를 한옥카페와 마을도서관,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바꾼 뒤 연간 2만5000여 명이 찾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귀촌 청년이 운영하는 한옥카페 ‘연당림’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와 문화행사를 운영해 2024년 약 1억5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부는 지난해 전남 강진과 경북 청도, 경남 남해를 빈집재생 시범지구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 제주 한경면 조수리·낙천리 일대를 신규 지구로 추가했다. 제주에서는 밀집한 빈집을 창업과 워케이션, 체류 공간으로 조성해 생활인구를 유입할 계획이다.
제도적 기반도 마련된다. 지난 6월 제정된 ‘농어촌 빈집 정비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내년 6월 시행될 예정이다. 중앙·지방정부와 빈집 소유자의 역할을 정하고 정비사업 특례와 지원조직의 설치 근거 등을 마련해 지방정부별로 흩어진 사업을 체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건물을 고치는 것만으로 사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입주자와 운영주체를 확보하지 못하면 정비한 공간이 다시 비거나 관리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빈집의 권리관계와 개보수 비용을 정리하는 동시에 지역 수요에 맞는 용도와 운영·수익모델을 사업 초기부터 마련해야 한다.
한 지역재생 전문가는 “철거는 안전사고와 관리 부담을 줄이는 데 필요하지만 지역에 사람과 소비를 불러오는 효과까지 만들기는 어렵다”며 “활용할 수 있는 빈집은 개보수에 앞서 누가 거주하고 운영할지 정하고 거래와 창업·운영 지원을 함께 연결해야 지속적인 지역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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