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화려한 공간 마케팅과 매출 뒤에 숨겨진 대형 백화점의 CS 민낯
유통의 본질은 눈속임 팝업이 아닌 '고객 존중과 신뢰'… 현장 실태 직시하고 책임져야
   
▲ 이미미 생활경제부 부장
최근 국내 백화점 업계는 '매출 몇 조 돌파', '가장 핫한 팝업스토어 유치' 같은 외형적 성과를 과시하기 바쁘다. SNS를 도배하는 화려한 공간 마케팅과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는 트렌디한 포장에 눈이 멀어, 지금의 백화점들은 마치 매출만 높으면 무조건 '일류'가 되는 양 어깨에 힘을 주고 있다. 

하지만 겉포장만 화려한 트렌드의 이면을 들춰보면, 과연 그들이 백화점의 본질이자 유통의 품격인 '고객 존중(CS)'의 기강까지 갖추고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 단순히 점포가 많고 매출이 높다고 해서 진정한 1등 명가(名家)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통의 진짜 품격은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고객이 마주하는 현장의 '사람'과 '서비스'에서 결정된다. 과거 모 백화점의 명품 매장에서 겪었던 개인적인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엄청난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려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 매장의 직원은 내가 찾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알아봐 주며 온 마음을 다해 응대했다. 

심지어 해당 매장에 재고가 없자 "제가 사실 직전에 롯데백화점에 근무했는데, 재고가 있었던 것 같다. 그쪽 매장 직원에게 당장 확인해 주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 현재 몸담고 있는 브랜드의 이익을 넘어, 고객의 불편을 먼저 해결하려는 그 직원의 태도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자사를 떠난 인력의 몸짓과 언어에까지 '명품 서비스'의 DNA를 깊게 각인시켜 놓은 것, 그것이야말로 오랜 시간 롯데백화점이 대중에게 '부동의 1등 명가'로 인정받아 온 진짜 저력이자, 하루아침에 흉내 낼 수 없는 철저한 CS 교육과 기강의 결과물일 것이다.

세계적인 명품 백화점 '셀프리지'의 창업자 해리 고든 셀프리지는 "고객이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갈 때라도 그들을 귀한 손님으로 대하라"고 했다. 백화점의 CS 응대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해 주거나 영혼 없는 미소를 짓는 매뉴얼이 아니다. 고객의 정당한 요구를 귀담아듣고, 그들의 구매 목적을 함께 고민하는 '신뢰의 결속'이다.

그러나 요즘 '가장 핫하다'는 소리를 듣는 일부 백화점들의 현실은 어떤가. 매장 규모와 외형은 명품으로 도배했을지언정, 정작 일부 현장 관리와 고객서비스는 낙제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당한 교환 요청조차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로 거부당하기 일쑤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본사 CS 조직은 지점 간 책임을 떠넘기며 고객과의 공식 통화에서마저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가 있다. 

대기업의 관리 책임을 외주 주듯 방치하는 태도는, 이들이 덩치만 커졌을 뿐 기본적인 기강은 처참하게 무너졌음을 자백하는 꼴이다. 화려한 공간으로 잠시 눈속임을 할 수는 있어도, 무너진 CS 기강과 고객을 기만하는 태도의 부메랑은 결국 브랜드의 신뢰를 통째로 갉아먹는다. 

백화점은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고 수수료나 챙기는 복덕방이 아니다. 경영진들은 지금의 화려한 실적 뒤에서 썩어가고 있는 현장의 민낯을 직시해야 한다. 진심 없이 매출만 쫓는  유통 기업의 종말은 언제나 소비자의 냉정한 외면이었음을, '진짜 1등'의 무게를 모르는 이들은 뼈아프게 기억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