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R&D 인재 중용… 신규 임원 ‘젊은 피’ 수혈로 조직 쇄신
SK 대관·통상 방어망 정비, LG ‘선택과 집중’ 조직 슬림화 기조 집중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의 인사 평가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고유의 인사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그 잣대를 현장 기술력과 위기관리 대응력으로 재조정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게 재계 내 평가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들의 인사는 변화한 모습을 보인다. 정기 연말 인사 외에도 상시 평가를 통해 핵심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상시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AI를 비롯해 반도체, 자율주행 등 각 산업군 간 기술의 초격차 유지와 생존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어 실적을 포함한 성과주의 인사가 주를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 ‘신상필벌’ 잣대 고도화… 반도체 초격차·AI 완제품 시너지 결합

삼성전자는 창립 이래 유지해 온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신상필벌 원칙 아래 기술 중심 리더십 재건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R&D)과 생산 현장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엔지니어 출신 인재를 전면에 세우는 기조다.

   
▲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의 인사 평가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고유의 인사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그 잣대를 현장 기술력과 위기관리 대응력으로 재조정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반도체(DS) 부문은 차세대 HBM4 주도권 선점과 파운드리 선단공정의 수율 안정화, 선제적인 공정 혁신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당면 과제다. 이에 따라 선행 기술 개발에 기여한 핵심 엔지니어들을 주요 보직에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 석학을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기술 리더십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공을 들여온 흐름도 이와 맞닿아 있다.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역시 체제 안정을 유지하는 동시에 모바일과 TV, 생활가전 전반을 아우르는 온디바이스 AI 생태계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적 프리미엄 수익성을 방어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젊은 실무 리더들의 발탁 폭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 SK그룹, HBM 주도권 수성… ‘통상·대관 방어선’ 그룹 전반 확산

SK그룹은 연중 지속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마무리 국면에서 신규 임원의 64%를 40대로 채우며 과감한 세대교체 보폭을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경영 방침 아래 그룹 전반의 비효율을 걷어내는 동시에, 실행력을 갖춘 젊은 리더십을 전진 배치하는 흐름이다.

인사 잣대의 또 다른 핵심 축은 ‘글로벌 통상 및 지정학 리스크 방어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거둔 차세대 HBM 공급 성과를 지켜내는 한편, 대미 대관·통상 네트워크가 이번 인사에서 주요 지표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 변화와 대중국 장비 반입 규제 등 대외 변수가 상존하는 만큼, 외교·통상 전문 인력의 역할을 그룹 전반으로 넓혀 대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 현대차그룹, ‘돌파형 리더십’ 속 위기관리… SDV 전환·40대 리더 전면화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돌파형’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한 주요 전략 시장에서 해외 판매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수익성을 방어하는 기조를 공고히 다졌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호실적의 이면에는 전기차 수요 정체의 장기화와 북미 통상 규제라는 복합 변수가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판매 실적을 넘어 급변하는 통상 파고를 정면 돌파할 ‘위기관리형’ 인재 등용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응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을 가속화하고 관련 기술 인재를 핵심 보직에 대거 배치하는 추세다. 특히 상무 신규 선임자의 절반을 40대로 채우고, 연구개발 부문에서 젊은 인재를 등용하며 기동력 있는 미래 모빌리티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 LG그룹, ‘인화’ 넘어 냉정한 실용주의… 승진 최소화 속 B2B 배치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지주사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성과주의 기반 실용주의’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온정주의 방침인 ‘인화’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배터리·석유화학 업황 부진을 냉정하게 반영해 임원 승진자 규모를 역대 최소 수준으로 묶어두는 등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가시적 성과를 입증한 미래 신성장 동력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힘 싣기가 이어지고 있다. 가전 혁신을 비롯해 B2B 냉난방공조(HVAC), 차량용 전장(VS), 플랫폼 서비스 등 성장세가 확인된 사업부를 중심으로 기술 및 영업 실무형 인재를 전진 배치하는 양상이다. 

실적 부진 부문에는 엄격한 쇄신 잣대를 들이대되 성장 축에는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이번 인사에서도 확고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4대 그룹 연말 인사는 특정 경영진의 거취나 자리 다툼을 넘어, 글로벌 통상 압박과 AI 기술 전쟁이라는 생존 국면에서 즉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실전형 기술·통상 인재’를 가려내는 작업”이라며 “그룹별 고유 철학을 실전형으로 정교화하려는 기업들의 인사 평가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