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농성' 돌입한 삼성 노조… 이재용 회장 '노노갈등' 해법 고심
입력 2026-09-29 11:10:20 | 수정 2026-09-29 11:22:14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성과주의 대원칙 vs 원 삼성 균열…원칙 훼손 시 감당 어려워”
"반도체와 공동교섭" 오너 담판 요구에 노태문 사장 전 직원 면담 예고
"반도체와 공동교섭" 오너 담판 요구에 노태문 사장 전 직원 면담 예고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반도체(DS)와 완제품(DX) 부문 간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지난한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급기야 서울 한남동 이 회장 자택 앞 천막 농성으로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3만여 명 규모의 DX 부문 대표 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이 새 지도부를 출범시키며 ‘오너 직접 담판’과 ‘전사 공동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의 칼끝이 전문경영인을 넘어 총수를 향하면서, 이 회장의 셈법 역시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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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2026년도 제36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디어펜 김상문 기자 | ||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직면한 이번 사태를 두고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 고수와 조직 내 결속력 유지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 이재용의 딜레마, ‘성과주의 원칙’이냐 ‘원 삼성 결속’이냐
이 회장의 입장에서 가장 큰 딜레마는 삼성의 근간인 ‘신상필벌’과 ‘독립채산제’의 훼손 우려다. 메모리 호황으로 막대한 흑자를 낸 DS와 달리 완제품(DX)은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실적이 부진한 상태다.
한 사업부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인위적으로 보상 격차를 좁혀주거나 공동교섭을 수용할 경우 향후 반도체 불황 시기 역풍을 맞거나 타 계열사와의 형평성 시비 등 감당하기 힘든 선례를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과거 2023년 반도체가 15조 원 적자를 냈을 때 DS 임직원의 초과이익성과급(OPI)이 0%였음에도 원칙을 지켰던 룰이 무너지는 것이다.
반면, 세트 부문의 사기 저하와 ‘원 삼성’의 균열 역시 방치할 수 없는 위험 요인이다. 스마트폰과 TV·가전은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사업이자 반도체의 핵심 시장이다. 연구개발(R&D)과 마케팅 핵심 인력들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동요하거나 이탈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 ‘3만 조합원’ 동행노조, 새 지도부 체제…이재용 겨눈 압박 가속
때문에 노조의 공세 강화는 이 회장의 이러한 고심을 한층 무겁게 만들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동행노조는 전날 신임 위원장·수석부위원장(손용호·안영득 후보, 득표율 54.2%) 선출을 마치며 지도부 재편을 일단락 했다. 직전 집행부 권한대행의 독단 운영 논란과 고용노동부 시정명령 요구 등 내부 갈등이 있었지만, 투표율 62.1%를 기록하며 선거를 마무리했다.
가입자 3만 명을 돌파해 DX 부문 임직원의 약 63%를 대변하는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함께 삼성전자 양대 노조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에 들어선 새 지도부는 반도체(DS) 부문과의 성과급 격차 해소를 전면에 내세우며, DS 부문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는 ‘공동교섭’ 틀을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동행노조는 지난 18일부터 서울 한남동 이재용 회장 자택 인근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하며 오너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과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5월 임금협약 당시 DS 부문에는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성과급이 합의된 반면, 세트 부문에는 자사주 600만 원 상당 지급에 그치자 이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결과다.
◆ “오너 직접 개입은 나쁜 선례”…전문경영인 책임경영에 무게
다만 오너가 노사 협상의 개별 쟁점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자택 앞 농성에 이재용 회장이 직접 응답하는 선례를 만들 경우 그룹 전체 노사 리스크가 총수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사측이 지켜온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 경영 체제와도 배치된다.
결국 총수인 이 회장은 큰 틀의 경영 원칙을 견지하고, 현장 소통은 부문장인 노 사장이 전면에 서서 풀어내는 ‘역할 분담’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노 사장이 오는 10월 타운홀미팅에서 직원들의 박탈감을 다독이면서도 온디바이스 AI 혁신 등 독자적 이익 체력을 키우는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으로선 성과주의의 틀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전문경영인이 주도적으로 불만을 수습하되, DX 부문 자체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는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인 보상 달래기를 넘어 AI 완제품 혁신을 통한 독자적 이익 체력 확보가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