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현의 아틀라스] 한남동 텐트와 이재용, 지금 기억해야 할 것
입력 2026-09-29 10:51:34 | 수정 2026-09-29 10:51:34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이재용 집 앞 '성과급 텐트'…평등주의와 성과주의의 충돌
"번 만큼 최고 대우" 룰, 고독한 결단의 무게 생각할 때
"번 만큼 최고 대우" 룰, 고독한 결단의 무게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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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우현 기자 | ||
반도체는 AI 호황으로 특별성과급을 챙기는데, 부품값 급등으로 상대적 고전을 겪은 세트 부문은 자사주 600만 원 상당에 그친 것이 갈등의 시작이었다. 노태문 사장이 다음 달 전 직원 타운홀미팅 소집을 예고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현장에 번진 박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출근길마다 집 앞 텐트를 마주해야 하는 이 회장 역시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올 초부터 불거진 성과급 시비가 결국 노노 갈등을 거쳐 오너 자택 앞 집회로 번져가는 광경을 보며, 총수로서 감내해야 할 부담과 고뇌의 무게는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사실 이 회장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삼성이 반세기 동안 글로벌 초일류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을 말이다. 그간 삼성을 지탱해 온 보상 철학은 간명했다. "1등 인재에게는 경쟁사 어디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위적 통제가 아닌,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약속하는 '자발적 성과 계약'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만 이 철학에는 전제가 있었다. '최고의 대우'는 저절로 주어지는 시혜나 복지가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실력으로 증명해 낸 '성과'에 대한 대가라는 점이다. 보상은 집단의 정치력이 아니라 시장에서 창출한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시장의 룰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반도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천문학적 이익을 냈기에 큰 보상을 받는 것이고, 완제품은 시장 환경 악화로 이익 체력이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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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2026년도 제36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같은 삼성 식구니 비슷하게 나눠 달라"는 온정주의나 시위라는 정치력에 밀리는 순간, 삼성을 지탱해 온 '신상필벌'은 무너진다. 목소리를 높이면 성과급을 맞춰준다는 선례가 남는다면 치열하게 기술을 개발하고 이익을 내려는 임직원의 동기부여 시스템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장의 룰이 그저 "실적이 안 나왔으니 참으라"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의 본질은 강제가 아닌 자발적 계약이자, '미래 가치에 대한 합의'다. 삼성이 지켜온 '최고의 대우' 역시 눈앞의 현금에만 머물지 않았다. 내가 열심히 일군 조직의 성장이 곧 나의 미래 자산이 된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수많은 핵심 인재들이 고군분투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원가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주춤하더라도, DX 부문의 혁신으로 기업가치가 오를 때 그 결실을 임직원이 공유할 수 있는 정교한 보상 체계가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완제품 조직 3만여 명의 상처 입은 자존심과 사기 저하를 모른 척할 수 없기에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과 TV·가전은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켜온 든든한 사업이자 반도체의 소중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결속을 지켜내면서도 시장의 규율을 양보하지 않는 해법을 찾는 일은 그 어떤 경영 전략보다 풀기 어려운 일이다.
결국 질문은 감정에 기댄 평등주의 앞에서 삼성을 지탱해 온 성과주의를 지켜낼 수 있는가, 그리고 상처 입은 완제품 조직에 미래 기업가치를 나누는 주주로서 함께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가로 향한다.
누구보다 외롭고 무거울 결단이지만, 삼성이 위기를 뚫고 다시 전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결국 스스로 증명해 온 '시장의 룰' 위에 서는 것뿐이다. 신상필벌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조직의 자존심과 미래를 지켜내는 정공법. 삼성을 아끼는 이들이 한남동 텐트 너머 이 회장의 고독한 침묵에 조용한 응원을 보내는 이유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