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왜 이러나…韓 증권업계도 '긴장'
입력 2026-09-29 10:47:53 | 수정 2026-09-29 10:47:53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연이은 자본확충에도 경영 리스크 전반적으로 '상승'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정부의 발행어음 및 종합투자계좌(IMA) 확대 정책에 힘입어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치솟는 등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 조상을 보이면서 증권업계의 유동성과 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모습이다. 자본 확충을 통해 손실흡수력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리 급등이 국내 증권사의 조달비용 상승과 자산 가치 하락, 기업 신용위험 확대로 직결되면서 경영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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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치솟는 등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 조상을 보이면서 증권업계의 유동성과 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모습이다./사진=김상문 기자 | ||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국채금리 리스크가 증권업계 전반에까지 번지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상황을 보면, 간밤 글로벌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전장 대비 6.1bp(1bp=0.01%포인트) 오르며 5.241%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6월 12일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30년물 국채 금리 역시 장중 5.561%까지 오르며 2002년 6월 10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추석 연휴 기간 가속화된 미 국채 금리 급등세는 국내 채권시장에도 즉각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0.6bp 오른 연 4.112%, 10년물은 15.0bp 상승한 연 4.542% 수준까지 오르며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시장 안팎에선 최근의 금리 상승을 단순한 일시적 채권시장 조정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더해 미국의 재정적자 심화와 국채 공급 증가가 맞물린 까닭이다. 향후 5%대 장기금리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문제는 대외적으로 금리상방 압력이 거세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과 자산 운용 여건 역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몸집을 키운 국내 증권사들은 때아닌 고금리 파고에 동시다발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일단 국내 증권업계는 최근 들어 오히려 위험 인수 규모를 확대하는 구조적 변화를 겪험하고 있다. 정부의 기조에 맞춰 자본 확충에 전력투구해 온 것.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8월 증권업계의 자본확충 규모는 총 6조2000억원으로, 이미 작년 연간 전체 규모(4조2000억원)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이 중 유상증자가 4조6000억원, 신종자본증권 순발행이 1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최근 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으면서 국내 발행어음 사업자는 총 9곳으로 늘어났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까지 조달이 가능하며,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만 허용되는 IMA까지 합칠 경우 조달 한도는 자기자본의 300%까지 치솟는다. 이에 발맞춰 발행어음 및 IMA 조달액 대비 국내 모험자본 공급의무 비율도 올해 10%에서 내년 20%, 2028년에는 2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자본을 늘려 형식적인 손실흡수력을 높였다 하더라도, 고금리가 장기화되는 국면에서는 이러한 공격적인 외형 성장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5개 대형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채권 평가손익은 803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3795억원 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조1825억원이나 급감하며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조달비용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연초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 수준이던 주요 증권사의 1년 만기 발행어음 금리는 최근 4% 안팎까지 올랐다. 발행어음과 IMA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으는 와중에 조달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이를 감당하기 위해 더 높은 운용수익률을 추구해야 하는 자산운용·리스크 관리의 압박도 한층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로 인해 기업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한계기업들의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떠안고 있는 기업금융(IB) 자산의 신용위험 역시 동반 상승하는 추세다.
금융당국은 증권업계의 건전성 관리를 위한 '안전판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국은 내년부터 외국계 지점을 제외한 국내 49개 증권사 전체로 유동성비율 규제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자산가격 하락 위험과 채무보증 등 잠재적 위험인 우발채무 리스크를 현실화하여 반영한 새로운 '조정유동성비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대해서는 일반 증권사와 차별화된 별도의 자본규제 방안을 마련해 연내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대형화와 역할 확대에 발맞춰 리스크 관리 패러다임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진단한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1~2년 사이 증시는 물론 증권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면서 "증권사들의 덩치가 커질수록 평상시의 단순 유동성비율 관리에서 벗어나 위기 시 실제 현금이 얼마나 급격히 유출되고 버틸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