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6조8000억원 규모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기판 증설 공시에 실적 눈높이 상향
투자금 대부분을 고객사 선수금으로 충당, 자체 자금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분석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팽창과 함께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고부가 패키지기판(FC-BGA)을 둘러싸고 삼성전기가 대규모 '선수금 잭팟'을 터뜨렸다. 조 단위의 막대한 증설 비용 상당 부분을 고객사가 미리 대는 이례적인 구조가 확인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를 향해 겹호재라는 평가와 함께 실적 눈높이를 앞다퉈 올려 잡고 있다.

   
▲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기 제공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전날 세종사업장과 베트남 생산법인에 총 6조8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지기판 증설을 단행한다고 공시했다. 시장에서는 베트남 현지 인프라 투자 비용까지 합산할 경우 실제 투입되는 자금은 8조5000억~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투자 규모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환호하는 이유는 자금 조달 방식에 있다. 증권가는 이번 투자가 철저히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이뤄진 수주 기반 증설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하나증권은 삼성전기가 전체 투자액의 70% 이상을 고객사로부터 선수금 형태로 지급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DB증권 역시 향후 총 10조원 규모로 확대될 FC-BGA 투자금 가운데 무려 8조원을 고객사 선급금으로 충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기 입장에서는 자체적인 재무 부담을 덜고 안정적으로 생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고객사들이 조 단위의 자금을 먼저 쥐여주면서까지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극심한 공급 부족 때문이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FC-BGA는 최근 AI 서버 수요 폭발로 인해 주문 후 납품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이 정상 수준(12주)의 4배가 넘는 48~56주까지 늘어난 상태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규모 투자가 확정됐다는 것은 3년 이후의 물량에 대해 고객사와의 협의가 상당 부분 진전됐음을 시사한다"며 "최근 주요 고객사와 2030년 이후의 공급 물량까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 부담을 던 확실한 증설 모멘텀에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실적 추정치를 상향했다.

하나증권은 삼성전기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전 6013억원에서 6615억원으로 10%가량 올렸고, 내년 전망치는 4조3325억원에서 4조7538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대신증권(6360억원→6606억원)과 키움증권(6710억원)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기존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민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 국면에서도 실적 추정치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은 철저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FC-BGA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삼성전기가 AI 투자 사이클의 최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선제 투자의 효과가 2028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퀀텀점프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2조2000억원 수준인 FC-BGA 매출 기준 생산능력은 증설이 마무리되는 2029년에서 2030년 사이 6조원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MLCC와 FC-BGA의 판가 인상과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2027∼2028년 이익 추정치 상향 구간에 재차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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