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가격 투찰률 올해 3월 68.96%…입찰가 예측에 치우친 경쟁 손질
내년 1월 기술형 적격심사 도입…공사비·지역업체 참여 기준이 관건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공공공사에서 같은 가격을 써낸 업체들이 추첨으로 낙찰자를 가리는 이른바 ‘로또 낙찰’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편이 추진된다. 건설사들은 입찰가 예측에 치우친 경쟁을 바꾸는 데 기대를 걸면서도, 적정 공사비와 지역 중소업체의 참여 기회를 확보할 세부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 공공공사 ‘로또 낙찰’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낮은 입찰가격 순으로 수행능력을 심사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적정 공사비 확보와 지역 중소업체 참여가 관건이다./사진=김상문 기자
 
30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국가계약 대상인 추정가격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공공공사의 낙찰 방식이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에서 기술형 적격심사제로 바뀐다.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는 중소 건설업체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20년 도입됐다. 입찰가격과 공사수행능력을 함께 평가하지만, 참여 업체 대부분이 수행능력 평가에서 만점을 받으면서 기술력의 차이를 가려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결국 낙찰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격 점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가격 점수를 얻는 방식이었다. 여러 업체의 입찰금액을 토대로 산정한 ‘균형가격’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재비와 인건비, 시공 방법을 따져 공사비를 산정해도 균형가격에서 멀어지면 불리했다. 건설사에는 해당 공사를 얼마에 수행할 수 있느냐와 별개로 다른 업체가 얼마를 써낼지 예측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견적대행사 의존이 커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중견건설사에서도 연간 수주 건수가 많지 않아 자체 견적팀을 운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중소업체가 균형가격을 스스로 예측하기 어려워 대행사에 의존하고, 대행사를 활용하지 않는 업체가 오히려 불리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가격을 써낸 업체들이 나머지 평가를 거쳐 최종 점수까지 같으면 추첨으로 낙찰자를 가렸다. 조달청 발주 공사의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 동일가격 투찰률은 2020년 0.90%에서 지난해 38.97%, 올해 3월 68.96%로 높아졌다. 수행능력과 가격을 심사하고도 업체를 고르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운에 기대는 상황이 늘어난 것이다.

업계는 균형가격을 예측하는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개편을 반기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도 견적대행사의 과도한 영향과 동일가격 투찰 문제를 들어 기존 제도의 폐지를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새 제도에서는 균형가격과의 차이를 따지지 않는다. 낙찰하한율 이상으로 입찰한 업체 가운데 낮은 가격을 제시한 순서대로 계약이행능력을 심사하고, 정해진 점수를 충족하면 낙찰자로 선정한다. 다른 업체들의 입찰가를 예측해 특정 금액에 맞출 필요가 줄어드는 대신, 자신이 제시한 가격으로 공사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정부는 공사 난이도에 따라 실적 평가 기준을 달리하고 안전·품질 기술자의 경력 평가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해당 공사를 수행한 경험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 배치할 관리 인력까지 살피겠다는 취지다. 건설사들은 강화되는 평가가 업체의 역량 차이를 가려낼 수 있을지, 실적 만점 기준은 어느 수준으로 정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가격을 낮출 유인은 여전히 남는다. 낙찰하한율 미만의 입찰은 배제되지만 그 이상에서는 낮은 가격을 써낼수록 먼저 심사를 받는다. 수주를 위해 공사비를 줄였다가 자재와 인력을 확보할 비용이 부족해지면, 심사에서 확인한 시공 능력을 실제 현장에서 발휘하는 데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저가 투찰 방지책으로 입찰금액과 산출내역서를 함께 제출하는 내역입찰을 유지한다. 표준시장단가 적용 공종은 낙찰률 산정에서 제외하고 해당 공종에 낙찰률 90%를 적용할 계획이다. 가격 경쟁에 따라 이들 공종의 비용까지 함께 깎이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공사 전체의 낙찰률을 90%로 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 중소업체에는 강화되는 실적·인력 기준도 변수다. 공사 경험과 기술자를 갖춘 업체를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실적 요구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중소업체의 참여 문턱도 높아질 수 있다. 건설사들은 실적 기준 강화로 지역업체의 실적 부족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300억 원 미만 공사가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수주 시장인 만큼, 공사 난이도와 지역업체의 참여 여건을 함께 고려해 평가 수준을 정해야 한다는 요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가격을 써내고 추첨에 기대는 입찰은 줄어들겠지만, 낙찰받으려고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면 문제만 달라지는 셈”이라며 “공사비를 확보할 장치를 두고 지역 중소업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실적·인력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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