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통합 1년…재생에너지·전력망 중심 정책축 이동
키워드는 공존·과정은 숙의·실행은 전기화…“평가는 국민이”
김성환 장관 “기반 닦고 법제화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도”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 1년을 맞았다. 지난해 10월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환경부의 기후·환경 기능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한 부처로 묶은 이후 지난 1년간 정책의 중심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개편,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기후재난 대응 등으로 이동했다.

   
▲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기후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간의 성과와 소회를 설명했다./자료사진=기후부


특히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탄소감축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만이 아니라 발전원-전력망-수요를 함께 손보는 방향으로 정책 범위가 넓어진 점이 두드러진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1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숨 가쁘게 달려온 1년이었다”면서 한 해의 소회이자 키워드로 ‘공존’에 방점을 찍었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기계, 인간과 AI, 인간과 인간 공존의 차원에서 활동해왔다고 설명했다.

그간의 성과로는 에너지 대전환과 탈탄소 정책 제도화, 기후 적응대책 추진, 순환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 탈플라스틱 대책, 러브버그 퇴치 및 국립공원 불법시설 철거 등 자연생태계 복원 등을 들었고 아쉬운 점으로는 4대강 16개 보 문제 처리와 녹조관리제 미흡 등을 꼽았다.

실제 기후부는 출범 이후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조기 달성을 목표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2026~2035년)을 마련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태양광 이격거리 규정을 손질하고 공영주차장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재생에너지와 신에너지를 하나의 법체계에서 다루던 기존 제도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개편했다.

수요에 따른 전력망도 주요 정책 대상으로 부상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늘어날수록 기존 송배전망의 수용능력이 병목으로 작용하는 만큼, 신규 발전사업자의 계통 접속을 일정 범위에서 우선 허용하고 필요할 경우 출력을 제어하는 유연한 전력망 접속제도가 추진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 재생에너지 수용능력을 송전 기준 119GW에서 171GW로, 배전단은 84GW에서 110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ESS를 활용해 배전선과 변압기 포화 구간의 추가 접속을 가능하게 하고, 기존 변전소와 송전망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도 병행한다.

전력수요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 전기요금을 낮추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녁·심야 요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가격 신호를 조정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역시 지역별 전력 수급 상황을 반영하는 지역별 요금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전력 정책의 초점이 발전설비 확충에서 어디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어디에서 소비할 것인지까지 고려하는 지역단위의 전력수급 구조 개편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 확보된 재생에너지 규모는 약 40GW 수준이다. 성과로는 못 미친다는 지적에 김 장관은 “재생에너지의 가시적인 총량 확대는 아직 과제로 남았다. 태양광이 빠르긴 하지만 그것도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린다”면서 “내년부터는 적어도 태양광 10GW 이상, 풍력도 조금씩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업 부문에서는 전기화와 탈탄소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 100만 대 돌파와 함께 충전요금 체계가 세분화됐고, 난방 분야에서는 무탄소 히트펌프 보급 확대가 추진됐다.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반도체 등 5대 다배출 업종을 대상으로 탈탄소와 고부가가치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이 마련됐다.

다만 산업계의 실제 감축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향후 정책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후부 역시 출범 1년을 평가하면서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경로 등 거시적 방향은 제시됐지만 실제 산업계 감축실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향후 과제로 남겨뒀다. 이에 따라 K-GX를 통해 산업 전반의 탈탄소 전환과 녹색산업 육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제도적 기반도 바뀌었다.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하고 2018년 대비 53~61% 감축 경로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했다. 배출권거래제에서는 제4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수립하고 발전부문의 유상할당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자료에 따르면 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11월 톤당 1만 원 수준에서 올해 9월 말 3만 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기후 정책의 또 다른 축은 ‘감축’에서 ‘적응’으로 넓어졌다. 도시침수 예보체계를 시범 운영하면서 기상청·국토교통부·지자체 자료를 연계해 10분 단위로 침수 상황을 분석·예측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기존 댐과 저수지를 연계 운영해 홍수조절용량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를 위한 별도 법률을 제정해 취약계층 지원과 기후보험 활성화 등을 위한 제도적 근거도 마련했다.

기후·에너지·환경을 하나의 부처에서 다루면서 산업 인프라 정책의 범위도 달라졌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한 부처에서 담당하게 되면서 국가산업 프로젝트의 기반시설 공급을 통합적으로 검토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물과 에너지를 하나의 순환체계로 보는 ‘물-에너지 넥서스’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특히 올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자인한 녹조 조기경보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낙동강, 섬진강 등 대상으로 ‘국가주도 녹조집중관리 사업’을 신설해 오염저감시설 설치, 녹조제거설비 투입 등을 집중할 계획이다. 아울러 취․양수장 개선으로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의 실효성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기후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간의 성과와 소회를 설명했다./자료사진=기후부


이날 김 장관은 ‘기후부 출범 1년이 실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에 대해 묻자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로는 “국민들이 작년 초까지만 해도 전기차 사는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부담스러워했지만 기후부의 지난 1년의 노력과 중동발 영향으로 올해 신차 중에 23%가 전기차로 전환된 것”이라며 “새 상품을 구매하는 데 30% 정도가 넘어가면 심리적 대세가 된다고 하듯 국민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다음 구입 때는 전기차로 바꿔볼까라고 하는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또한 “아파트를 신축하는 조합의 임원이 우리 아파트도 가스배관 없는 아파트로 지어주면 안되겠냐는 요청을 해왔었다”면서 건물분야에서 더 이상 가스에 의존하지 않고 전기화하겠다는 것도 상당하게 국민적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지난해 계양산 등지에서 대거 출몰한 러브버그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방제활동과 실증으로 국민들의 불편을 줄였다고 자평하면서 “총체적으로는 에너지 대전환 등 규모가 큰 일을 다루는 부처다 보니 작은 변화를 이끄는 게 힘들지만 나름의 변화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기후부 출범 1년의 핵심 변화는 조직 통합 자체보다 기후정책과 에너지정책의 접점이 넓어진 데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망 투자와 계통 운영 문제로 이어지고, 전력수요 증가는 산업정책과 지역별 요금체계 문제로 연결된다. 온실가스 감축 역시 발전·산업·수송·건물의 에너지 전환과 맞물리면서 환경정책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정책의 성패를 가를 과제는 이제부터다. 정부 스스로도 산업계의 실질적인 감축실적 부족, 녹조의 근본 원인 대응 미흡, 핵심광물 순환공급망 구축 필요성 등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역할을 조정하고 탈석탄 이행안을 구체화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기후부의 2년 차 정책은 ‘목표와 제도를 만들었다’는 단계에서 실제 산업·시장·지역의 변화로 얼마나 연결시키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100GW 확대와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확충, 산업계의 감축 투자, 기후재난 대응, 첨단산업의 전력·용수 공급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 통합의 효과 역시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 경제주체의 비용과 투자, 공급망과 산업경쟁력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느냐를 통해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