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메모리 업체의 투자 범위는 HBM에서 서버 DRAM, eSSD로 확대
대규모 투자 감당하기 위한 기업의 자본 배분 전략이 중요해지는 시점
솔리다임 IPO는 SK하이닉스 전체 기업가치 확대 차원에서 바라봐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SK하이닉스의 NAND·SSD 사업을 담당하는 솔리다임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HBM 수요가 급증한 데 이어 AI 데이터센터의 데이터 처리·저장 규모가 커지면서 고용량 기업용 SSD(eSSD) 역시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솔리다임의 투자 유치와 미국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단순히 자회사 상장 여부를 넘어 AI 시대 반도체 기업의 자본 배분 전략이라는 측면에서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솔리다임의 투자 유치와 미국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자회사 상장 여부를 넘어 AI 시대 반도체 기업의 자본 배분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로이터)


◆eSSD 성장에 솔리다임도 ‘성장 기회’ 잡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전략은 DRAM과 NAND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집중됐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투자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HBM과 서버용 DRAM뿐 아니라 고용량 eSSD까지 수요가 함께 늘면서 각 사업 분야에서 기술개발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솔리다임 역시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eSSD 시장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려면 적기에 투자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메모리 산업은 투자 시기를 놓칠 경우 향후 시장점유율과 원가 경쟁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이다. 

솔리다임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다루는 데이터 규모가 커질수록 고성능·고용량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eSSD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NAND 사업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메모리 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자본집약 산업인 만큼 시장 확대에 맞춰 적기에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고객사의 투자 계획과 서버·스토리지 수요 변화에 따라 제품 경쟁력이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 솔리다임 입장에서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시기에 선제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안정적인 성장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가 될 수 있다.

◆“누구의 돈으로 키울 것인가”…내부 재원만으로는 한계

이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는 ‘누구의 돈으로 성장할 것인가’다. SK하이닉스가 자체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 가장 단순한 방법이지만 모든 성장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내부 재원으로 충당할 경우 자본 배분의 선택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솔리다임에 투입되는 자금이 커질수록 HBM이나 차세대 DRAM 등 SK하이닉스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다른 전략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AI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개별 사업의 성장뿐 아니라 회사 전체의 투자 우선순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외부 투자 유치나 IPO는 단순한 자 금조달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솔리다임이 독자적인 재원을 확보해 eSSD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SK하이닉스는 자체 자본을 HBM·DRAM 등 핵심 사업에 보다 탄력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솔리다임의 성장과 SK하이닉스 본사의 투자 여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로 볼 수 있다. 

다만 외부자본 활용이 주주에게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솔리다임의 기업가치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시점에서 지분가치가 희석된다면 기존 주주에게 부정적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외부자금 조달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성장 가치가 지분 희석을 넘어설 수 있느냐에 있다.

업계에서도 솔리다임의 IPO 가능성을 SK하이닉스의 전체적인 투자전략과 연결해 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만큼 선제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사업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이에 솔리다임이 외부 자본을 활용해 성장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면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핵심 AI 메모리 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인수한 목적도 NAND·eSSD 경쟁력을 높여 회사 전체의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다. 중요한 것은 IPO 여부가 아닌 어떤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해 솔리다임의 성장과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투자를 동시에 가능하게 만드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AI 메모리 경쟁도 HBM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HBM과 서버용 DRAM, eSSD 등 서로 다른 성장 시장에 동시에 대응하면서 제한된 자본을 어디에 얼마나 투입할지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솔리다임을 둘러싼 논의의 핵심도 ‘자회사를 상장하느냐’보다 ‘어떤 자본구조가 SK하이닉스 전체의 기업가치를 더 키울 수 있느냐’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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