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솔리다임의 반전...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카드 꺼내나
입력 2026-10-02 11:28:29 | 수정 2026-10-02 11:28:40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쪼개기 상장’ 프레임 벗긴 AI 격전지 셈법… 본사 재무 부담 분산
200조 잠재력 낸드 캐시카우 육성… 미국 자본·인재 확보 노린다
200조 잠재력 낸드 캐시카우 육성… 미국 자본·인재 확보 노린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SK하이닉스의 자본 배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설에 시장 일각에서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잣대부터 들이대고 있어서다. 하지만 반도체 현장에서는 천문학적 설비 투자가 수반되는 낸드 사업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실리콘밸리 인재를 끌어안기 위해 나스닥 직상장이 불가피한 승부수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솔리다임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어떤 방안이든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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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하이닉스의 자본 배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설에 시장 일각에서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잣대부터 들이대고 있어서다. 하지만 반도체 현장에서는 천문학적 설비투자가 수반되는 낸드 사업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실리콘밸리 인재를 끌어안기 위해 나스닥 직상장이 불가피한 승부수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 ||
◆ “테슬라 코리아와 같나”… ‘쪼개기 프레임’ 잘못된 이유
일각에서는 테슬라 코리아나 구글 유튜브, 대만 TSMC 등을 예로 들며 ‘자회사의 가치는 모회사 주주에게 온전히 귀속돼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워 솔리다임의 상장 가능성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비현실적이고 부적절한 비교”라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 코리아는 단순 판매법인이고, 유튜브는 독립 법인이 아닌 구글 내부의 플랫폼 서비스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상법과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단순 판매망이나 서비스를 독립된 글로벌 팹과 생산 기술을 갖춘 제조 자산인 솔리다임과 1대1로 비교하는 것은 산업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이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재상장해 일반주주 지분을 희석시켰던 이른바 ‘쪼개기 상장’ 프레임을 솔리다임에 씌우는 것 역시 오류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국내에서 비판받는 쪼개기 상장은 모회사의 기존 알짜 사업부를 인위적으로 떼어내 기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우”라고 선을 그었다.
솔리다임의 경우 2020년 인텔의 NAND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독립된 미국 법인으로, 내부 자산을 쪼갠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편입된 글로벌 자산이 자체 성장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 SK 자회사 솔리다임, ‘아픈 손가락’서 200조 잠재력으로… 시설투자 ‘자체 조달’ 필수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20년 10월 인텔의 낸드플래시 및 SSD 사업부를 약 90억 달러(약 10조 원)에 인수해 2021년에 출범한 자회사다. 출범 초기만 해도 글로벌 메모리 다운사이클과 낸드 가격 급락이 겹치며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해 한때 SK하이닉스의 최대 재무적 부담으로 꼽혔다.
그러나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됐다. 데이터센터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처리해야 하는 AI 시대가 열리면서, 인텔 시절부터 축적해 온 솔리다임의 초고용량 QLC(Quadruple Level Cell) 기반 기업용 SSD(eSSD)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필수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당장 쏟아부어야 할 설비투자 규모 역시 천문학적이라는 점이다. SK하이닉스 본사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M15X 팹 건설은 물론, HBM4 등 차세대 AI 메모리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막대한 현금을 투입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호황 뒤에 깊은 침체가 뒤따르는 낸드 업황의 사이클 특성상, 차기 다운턴에 대비한 리스크 분산도 필수적이다. 솔리다임의 대규모 증설 비용을 SK하이닉스 본사가 고스란히 떠안기보다는, 풍부한 유동성을 갖춘 미국 자본시장에서 자체적으로 투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지키는 현실적 방파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실리콘밸리 인재 유치와 모회사 연결가치 극대화
미국 상장은 실리콘밸리 현지에서의 ‘인재 확보’ 측면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카드로 꼽힌다.
초고용량 eSSD의 성패는 고난도 컨트롤러와 펌웨어(Firmware) 기술력에 달려 있다. 현지 A급 엔지니어와 경영진을 유치하고 묶어두려면 실리콘밸리 표준에 부합하는 주식 기반 보상(스톡옵션·RSU) 체계가 필수적이다. 한국 증시에 묶여 있는 비상장 자회사 형태로는 빅테크들과의 치열한 인재 쟁탈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이 깔려 있다.
결국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은 본사 재무 부담을 덜어 HBM 집중도를 높이는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 공인받은 솔리다임의 높은 기업가치가 SK하이닉스의 연결 자산 및 지분가치 상승으로 되돌아오는 선순환을 노린 포석이다.
최준선 교수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모회사 디스카운트’ 문제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본업인 HBM의 성장세가 확고한 상황에서 솔리다임이 미국 자본을 통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며 낸드 캐시카우로 거듭난다면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의 연결 실적 성장이라는 훨씬 더 큰 효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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