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영 중지 위한 고육지책" vs "배우 사생활 침해 우려" 상충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 집회로까지 번졌다. 작품의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배우 개인의 사적 공간을 직접 겨냥한 집회가 적절한 지를 두고 또 다른 논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신자유연대는 오는 3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서울 성북구에 있는 유해진의 자택으로 알려진 단독 주택 앞에서 매일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인원은 20명이며 집회 시작 시간은 매일 오후 4시 30분이다. 방송차 2대와 간이 음향 장비도 동원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이번 집회의 취지에 대해 유해진에게 특정한 정치적 성향의 작품에만 출연하지 말고 다양한 관점의 영화에도 출연해달라는 요구라고 설명했다. 집회 명칭은 ‘유해진 규탄, 암살자들 제작사 규탄’으로 신고됐다.

   
▲ 영화 '암살자(들)의 논란이 주연 배우 유해진 자택 앞 보수단체 시위로 확산하고 있다./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논란의 중심에 선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영화가 당시 정부의 공식 발표와 다른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제작진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며 반박했다.

이번 집회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두 갈래다. 집회 개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는 영화가 실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만큼 그 내용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도 가능하며, 영화의 흥행을 통해 경제적·대중적 이익을 얻는 주연 배우 역시 작품에 대한 사회적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 특히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이 심각하다고 판단한다면 영화 상영 중단이나 제작진의 해명을 요구하기 위한 집회 역시 표현의 한 방식이라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반면 배우의 자택 앞까지 찾아가 장기간 집회를 벌이는 것은 영화에 대한 비판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해진은 ‘암살자(들)’의 각본가나 감독이 아닌 출연 배우인 만큼 작품의 역사적 해석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배우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계에서는 최근 논란이 제작진뿐 아니라 출연 배우와 동료 배우들에게까지 확산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자택은 배우가 아닌 한 개인으로서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배우에 대한 항의가 가족이나 주변 주민들에게까지 불편과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영화의 역사적 해석을 비판하기 위한 행동이 오히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둘러싼 역사적 평가를 차분하게 논의하기보다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논란은 이미 영화 밖으로 번지고 있다. 유해진이 출연한 광고 영상의 댓글 기능이 제한되는 등 작품을 둘러싼 비판이 배우 개인과 광고 영역으로까지 확대됐다.

영화에 대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는 공존할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면 그 해석에 대해 강한 비판이 제기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다만 작품에 대한 비판과 배우 개인의 사생활을 겨냥한 행동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이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를 둘러싼 생산적인 논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출연 배우의 사적 공간까지 침범하는 갈등으로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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