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파워트레인 활용부터 공동개발·자본 협력까지 확대
전동화 개발 부담 커지자 외부 기술 활용…비용·시간 절감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자동차 산업과의 접점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업체와의 협력이 부품 조달 등에 머물렀다면 최근 들어서는 차량의 뼈대가 되는 플랫폼부터 파워트레인, 신차 공동개발까지 핵심 영역으로 범위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를 제외한 국내 중견 완성차 3사는 중국 자동차 업체와 플랫폼·파워트레인·차량 개발 등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자동차 산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신차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늘어난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확보한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기술을 활용해 신차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기아와 수입차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견 업체에게는 개발 부담을 낮추면서 제품 출시 주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 지리와 손잡고 반등한 르노…KGM, 체리와 신차 공동개발

중국 업체와의 협력이 실제 신차 출시와 판매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는 르노코리아다. 르노코리아가 2024년 국내에 출시한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그랑 콜레오스는 중국 지리그룹과 볼보가 공동 개발한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르노코리아는 지리의 플랫폼과 하이브리드 기술을 활용하면서 국내 시장에 맞춘 상품 개발과 생산을 맡았다. 차량은 부산공장에서 생산된다. 지리그룹은 2022년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르노그룹과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코리아가 추진한 신차 프로젝트 '오로라'의 첫 번째 모델이다. 장기간 이어진 신차 공백을 끝낸 핵심 차종으로, 지난해 국내에서 4만877대가 판매되며 르노코리아의 내수 실적을 견인했다.

   
▲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자동차 산업과의 접점을 플랫폼부터 파워트레인, 신차 공동개발까지 빠르게 넓히고 있다. 사진은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KGM-Chery 글로벌 동반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 계약 체결식에서 (왼쪽부터) 장귀빙 체리자동차 사장, 인퉁웨 체리자동차 회장, 곽재선 KGM 회장, 황기영 KGM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양사의 연결고리는 부품 조달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지리그룹을 상대로 매입한 금액은 9527억 원이다. 이 가운데 차량·부품 매입액이 9019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KG모빌리티(KGM)는 중국 체리자동차와 플랫폼 도입을 넘어 공동개발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양사는 2024년 전략적 파트너십과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차량 공동개발과 자율주행·SDV 분야 협력에 나섰다. 첫 공동개발 모델인 중형 SUV 'SE10'은 체리의 T2X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며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2.0L 가솔린 모델로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이다.

양사의 관계는 자본 협력으로도 확대됐다. 체리는 지난 8월 KGM이 발행한 7500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전환권이 모두 행사될 경우 발행되는 신주는 현재 KGM 발행주식 총수의 16.22% 규모에 해당한다. KGM은 확보한 자금을 신차 개발과 미래차 기술 경쟁력 강화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 GM, 중국 개발·생산 차량 국내로…협력 방식은 제각각

GM 한국사업장은 르노코리아나 KGM과는 다른 방식으로 중국 자동차 산업과 연결돼 있다. 국내에 새롭게 도입한 뷰익 브랜드를 통해 중국에서 개발·생산한 차량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방식이다.

지난달 30일 국내에서 공개된 뷰익 엘렉트라 E7은 GM과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의 합작 연구개발법인인 범아시아기술자동차센터(PATAC)가 개발을 주도한 모델이다. 차량 역시 SAIC-GM의 중국 우한공장에서 생산돼 국내에 수입된다. 중국 플랫폼을 활용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르노코리아나 공동개발에 나선 KGM과 달리 GM은 글로벌 중국 사업 기반을 활용해 국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과 한국GM 임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뷰익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엘렉트라 E7'을 소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GM은 지난해 말 뷰익을 새롭게 도입해 쉐보레·캐딜락·GMC와 함께 멀티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생산 차량 도입과 별개로 국내 생산 기반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GM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3억 달러에 이어 올해 3월 3억 달러를 추가해 한국 사업장에 총 6억 달러(약 88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세 업체의 협력 방식은 다르지만 이미 확보된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개발 기반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동화 전환으로 하이브리드·전기차 파워트레인과 전자·전기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등 개발 영역이 넓어지면서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보다 외부 기술을 활용하는 전략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판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견 업체에는 신차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부담이다. 지난해 르노코리아·KGM·GM 한국사업장의 내수 판매량은 총 10만7607대로 국내 전체 판매의 6.4% 수준에 그쳤다. 업체별로는 르노코리아 5만2271대, KGM 4만249대, GM 한국사업장 1만5087대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전환으로 완성차 업체가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할 기술 영역과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중견 업체 입장에서는 상품 기획과 생산 등 강점을 유지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분야에서 외부 업체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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