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열흘 만에 189만, 논란 불구 초기 관객 이탈 거의 없는 듯
10월 2번 연휴 호재와 논란 장기화 여부가 장기 흥행의 관건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영화 '암살자(들)'의 초반 흥행세가 심상치 않다.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한 데 이어 10월 첫 연휴를 앞두고 2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다. 다만 영화가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으면서 불거진 역사 왜곡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 초반 흥행세가 장기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지난 2일 하루 6만846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누적 관객은 189만 416명이다. 200만 관객까지 약 11만 명만을 남겨둔 만큼 개봉 2주차 주말이 시작되는 3일 200만 관객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흥미로운 것은 개봉 이후의 순위 흐름이다. 지난 9월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5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뒤 28일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 1위를 내줬다. 그러나 하루 만에 다시 정상을 탈환했고, 30일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에 다시 한 번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10월 1일 곧바로 정상에 복귀했고 2일까지 이틀 연속 1위를 유지했다.

   
▲ 보수 진영이 역사 왜곡을 문제삼아 상영 중지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일단 개봉 열흘 째인 2일 영화 '암살자(들)'은 18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10월 들어 관객 흐름이 다시 살아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1일 5만 5016명이었던 일일 관객은 2일 6만 8460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개봉 초반 압도적인 독주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경쟁작들의 공세 속에서도 정상 자리를 다시 되찾고 관객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무엇보다 '암살자(들)' 앞에는 두 차례의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개천절부터 시작되는 10월 첫 연휴는 극장가에 관객이 유입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여기에 오는 9일 한글날 연휴까지 이어진다. 개봉 2주차와 3주차에 걸쳐 주말 및 연휴 관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반 흥행세를 이어갈 여지는 충분하다.

실제로 개봉 열흘 째인 2일 기준 '암살자(들)'의 누적 관객 189만 명은 올해 흥행작들과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다. 같은 기간 '왕과 사는 남자'의 149만 명보다 높은 수치다. 다만 '오디세이'의 317만 명,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493만 명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즉 올해 최고 흥행작들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초반 흥행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극장가의 경쟁 상황을 고려하면 분명한 흥행세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개봉 첫 열흘의 성적만으로 최종 관객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가 '왕과 사는 남자'다. 개봉 초반 열흘 동안 149만명의 관객을 모았지만 이후 장기간 흥행세를 이어가며 최종적으로 169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결국 초반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2주차 이후 관객 감소 폭과 평일 관객 유지력, 경쟁작의 흥행 여부다.

'암살자(들)'에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바로 영화를 둘러싼 역사 논쟁이다.

영화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당시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중앙정보부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보수 시민단체와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며 제작진의 사과와 상영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보수단체의 규탄 집회가 이어졌고, 영화에 대한 고발과 정치권의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여파로 제작진은 홍보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및 무대인사와 일반 극장 무대인사 일정까지 취소하면서 영화의 정상적인 홍보 활동에도 차질이 생겼다.

   
▲ 10월 2번의 연휴와 역사 왜곡 논쟁 장기화는 '암살자(들)' 흥행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반면 지금까지의 박스오피스 숫자만 놓고 보면 논란이 관객의 즉각적인 이탈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논쟁이 지속되면서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이 계속 환기되는 측면도 있다. 2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직후 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가 52년 만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다시 확산됐지만, 이날 '암살자(들)'의 관객수는 전날보다 증가했다.

결국 '암살자(들)'의 향후 흥행은 두 가지 상반된 변수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연휴라는 극장가의 전통적인 흥행 호재가 관객을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을지가 한쪽에 있다면, 역사 왜곡 논쟁이 장기화하면서 영화에 대한 피로감이나 관객의 관람 기피로 이어질 가능성은 다른 한쪽에 놓여 있다.

일단 첫 번째 고비는 200만 관객이다. 개봉 열흘 만에 189만명을 기록한 만큼 이 기록 자체는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짜 흥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은 그 이후다. 200만 돌파 이후에도 평일 관객을 얼마나 유지하고, 10월 두 차례 연휴를 거치면서 관객 감소 폭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초반 열흘의 성적만 놓고 보면 '암살자(들)'은 분명 흥행 궤도에 올라섰다. 다만 이것이 중장기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열려 있다. 연휴라는 호재와 역사 논쟁이라는 악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가운데, 개봉 3주차까지의 관객 흐름이 향후 최종 성적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