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철새도래지 오리류 2.9배 증가
해외 야생조류 AI 검출도 2배 이상
정부, 예찰확대·차량통제·농장소독 등 방역 강화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겨울철새의 국내 남하가 시작되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AI에 감수성이 높은 오리과 조류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데다 해외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 검출 건수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방역당국이 선제 대응에 나섰다.

   
▲ 정부가 겨울철새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10월 중하순에 앞서 야생조류와 가금농장 간 바이러스 전파 고리를 차단하는 데 방역 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야생동물 농장 내 유입 방지 강화 방안/자료=농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겨울철새의 국내 도래가 시작되고 해외 야생조류의 고병원성 AI 검출도 증가함에 따라 국내 유입과 확산에 대비해 예찰과 방역체계를 강화한다고 6일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10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 물새류는 73종, 5만7036개체가 관찰됐다. 이는 일부 겨울철새가 이미 국내에 도래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9월과 비교가 가능한 한강하구·시화호·삽교호 등 3개 지역에서는 물새류가 1만5606개체에서 2만3893개체로 53.1%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고병원성 AI에 감수성이 높은 오리과 조류는 6448개체에서 1만8678개체로 189.7% 증가해 약 2.9배로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시화호의 오리과 조류가 4226개체에서 1만4180개체로 235.5% 급증했고, 한강하구도 2006개체에서 4459개체로 122.3% 증가했다. 반면 삽교호에서는 216개체에서 39개체로 81.9% 감소했다.

해외 상황도 녹록지 않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자료에 따르면 유럽 등을 포함한 해외 야생조류의 고병원성 AI 검출 건수는 올해 1~8월 29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32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에서 바이러스 검출이 늘면서 철새 이동을 통한 국내 유입 및 노출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겨울철새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10월 중하순에 앞서 야생조류와 가금농장 간 바이러스 전파 고리를 차단하는 데 방역 역량을 집중한다.

기후부는 지난 9월부터 겨울철새 초기 기착지와 고병원성 AI 검출 위험성이 높은 22개 지점을 대상으로 집중 감시를 실시하고 있다. 전체 예찰지점도 102곳에서 112곳으로 확대해 야생조류 분변 채취와 폐사체 수색 등을 강화한다.

철새 이동 자체를 추적하는 과학적 감시도 강화한다. 정부는 몽골·일본 등 해외 국가와 협력해 위치추적기를 활용한 철새의 이동 경로와 행동 특성을 분석하고, 국내에서 검출되는 바이러스의 유전형을 분석해 국내 유입 및 확산 양상과 위험성을 신속하게 예측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도 가금농장을 대상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철새 정보 알림 시스템’을 통해 전국 축산농가에 고병원성 AI 위험 경보를 발령했으며, 소독 차량과 드론을 활용해 철새도래지 주변 도로와 농장 진입로를 소독하고 있다.

또 축산차량이 철새도래지 인근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축산차량 출입 통제 구간’ 280곳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실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야생조류 예찰 과정에서 검출될 경우에는 대응 수위가 한층 높아진다. 정부는 검출 지점을 기준으로 반경 10㎞를 예찰지역으로 설정하고, 21일간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인근 가금농가에 대한 검사와 집중 소독 등 강화된 방역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처럼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은 철새의 본격적인 국내 유입이 시작되면 야생조류에서 가금농장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국내 주요 철새도래지의 오리과 조류 개체수가 크게 증가한 동시에 해외 야생조류의 AI 검출도 늘어난 만큼 예찰과 차단방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가금농가와 국민들에게도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가금농가는 농장 주변 경운 작업과 외부 사람·차량의 농장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국민들은 철새가 모여드는 강이나 저수지 방문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야생조류 폐사체를 발견했을 경우에는 직접 접촉하거나 이동시키지 말고 관할 지방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겨울철새의 국내 도래가 본격화되는 10월 중하순을 앞두고 정부의 AI 방역체계가 ‘발생 후 대응’에서 ‘유입 전 차단’ 중심으로 강화되는 양상이다. 철새 이동정보와 야생조류 바이러스 검출정보를 실시간에 가깝게 공유하고 농장 주변 차단방역을 강화하는 것이 올겨울 AI 확산을 막는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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