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피해 막고 빚 갚았다"…최태원, SK 지분 블록딜의 ‘숨은 배려’
입력 2026-10-07 11:19:06 | 수정 2026-10-07 11:32:26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소송 채무 해소·주가 급락 방지 위한 장외 블록딜…거버넌스포럼 “우호 지분 쪼개기” 주장
지분 30% 쥐고도 감사위원 표결 땐 ‘3% 족쇄’…“역차별 규제 속 경영권 방어 불가피”
지분 30% 쥐고도 감사위원 표결 땐 ‘3% 족쇄’…“역차별 규제 속 경영권 방어 불가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 중이던 SK㈜ 지분 3%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한 것을 두고 자본시장에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주주행동주의 진영에서는 상법상 ‘감사위원 분리선출 3% 룰’을 우회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반면, 재계와 회사 안팎에서는 채무 변제 목적이 명확한 자금 조달이자 시장 충격을 최소화한 책임 있는 선택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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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6월 5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고깃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의 삼겹살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 감사위원 뽑을 땐 30% 지분도 ‘3%’…역차별 논란의 ‘합산 3% 룰’
7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매각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에는 개정 상법상의 ‘3% 룰’이 자리 잡고 있다. 상법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회사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모두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일반 이사 선임 표결에서는 대주주가 보유 지분 전량을 행사할 수 있지만, 회사의 회계와 업무를 상시 감시하는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만큼은 대주주의 입김을 원천 차단해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 규제가 최대주주 측에 과도한 ‘역차별’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번 거래 전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SK㈜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33.5%에 달했지만, 감사위원 선임 표결에서는 단 3%만 행사할 수 있었다.
반면 외국계 투기자본이나 행동주의 펀드는 각 펀드별로 3%씩 지분을 분산할 경우 제한 없이 의결권을 결집할 수 있어 대주주 지분율이 30%가 넘더라도 외부 세력이 추천한 인사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는 경영권 취약성이 상존해 왔다.
◆ 포럼 “우호 지분 분산 의혹”…업계 “액수 딱 맞춘 실수요 매각”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지분 3%(165만3924주) 매각이 3% 룰의 한계를 넘기 위한 지분 쪼개기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매수 주체인 미공개 전략적 투자자(SI, 1.78%)와 한국투자증권(1.25%)이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표결에 참여할 경우, 감사위원 표결에서 최 회장 측 우호 표가 6% 안팎으로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포럼은 사전 합의 등 ‘암묵적 약정’이 있다면 공동보유자로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편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매각 대금 규모 자체가 증명하듯,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에 따른 천문학적인 재산분할금 지급과 주식담보대출 상환 등 당장 필요한 사적 채무 변제 규모에 맞춘 ‘실수요 매각’이라는 시각이다.
1조 원 안팎의 명확한 자금 소요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나온 처분인 만큼, 공시된 매각 목적(개인 소요 자금 조달) 외에 다른 의도를 결부 짓는 것은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거래 방식에서도 시장 충격을 줄이려는 고민이 반영됐다. 94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물량을 장내에 쏟아냈을 경우 발생할 급격한 주가 폭락과 일반 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장외 블록딜 방식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 법적 ‘공동보유’ 입증 한계…과도한 이슈 파이팅 비판도
법조계에서도 단순한 우호 관계만으로 공동보유자로 묶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대법원(멜파스 판결 등)은 특정 주총에서 일시적으로 의결권을 위임하거나 입장을 같이한 것만으로는 법상 공동보유자로 볼 수 없다는 엄격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이면 계약이 존재하지 않는 한, 독립된 기관투자자의 자율적 의결권 행사를 예단해 편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한 법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거버넌스포럼의 공세를 두고 대기업 총수의 거취를 겨냥한 과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대주주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지분율 하락을 감내하며 정상적인 거래로 부채를 해소한 것”이라며 “적대적 세력의 무분별한 경영권 간섭에 대비해 기업가치와 경영 안정을 지켜내려는 정당한 지분 유치까지 꼼수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