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기업 최초 100조원 돌파… 4개 분기 연속 최대 실적
HBM4·범용 메모리 동반 성장… 기술 경쟁력에 투자 여력까지 확대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 속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메모리의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산업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특히 애플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도 도달하지 못한 이익 규모를 달성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과 대규모 생산능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사진=AI 이미지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95조 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 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6.59%, 영업이익은 782.50%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43조6000억 원의 약 2.5배에 달한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254조1000억 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기술기업 가운데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을 돌파한 것도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같은 기록을 세운 적은 있지만, 애플과 엔비디아 등 주요 기술기업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수익성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55.1%로 직전 분기 52.2%보다 2.9%포인트(p) 상승했다. 매출 100원당 55원 이상을 영업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반도체는 생산시설 구축 이후 고정비 비중이 높은 산업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면 추가 비용 증가 폭보다 매출 증가 폭이 커져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를 동시에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 HBM4·범용 메모리 동반 성장… 삼성 반도체 경쟁력 재확인

이번 실적을 사실상 이끈 사업은 반도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HBM 등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면서 범용 D램 공급도 제한돼 메모리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사 영업이익과 비슷하거나 이를 웃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DS부문 영업이익을 약 107조3000억~109조 원으로 추정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사업에서만 110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부별 실적은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6세대 HBM인 HBM4도 실적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한 이후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에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에는 3분기 HBM4 매출이 전 분기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HBM4는 삼성전자의 메모리와 파운드리 기술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삼성전자는 6세대 10나노급(1c) D램과 자체 4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한 베이스다이를 HBM4에 적용하고 있다. 메모리 설계부터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까지 연결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춘 만큼 차세대 HBM 시장에서도 기술적 대응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범용 메모리에서도 대규모 생산능력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인 DDR4 8Gb 평균 가격은 올해 3월 13달러에서 9월 26달러로 두 배 올랐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128Gb 제품 가격도 17.73달러에서 30.61달러로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HBM뿐 아니라 서버·PC용 D램과 낸드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갖추고 있어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구조다.

AI 산업이 대규모 모델 학습에서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 영역으로 확대되는 점도 삼성전자에 새로운 기회다. AI 추론에는 고성능 HBM 외에도 서버용 D램과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가 필요하다. 다양한 메모리 제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의 사업 기반이 AI 인프라 시장 전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막대한 이익으로 차세대 기술 투자… 반도체 주도권 강화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 돌파는 삼성전자의 향후 투자 여력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반도체 산업은 첨단 공정 개발과 생산시설 구축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호황기에 확보한 수익을 차세대 기술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투자하느냐가 장기 경쟁력을 좌우한다.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 생산시설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을 중심으로 중장기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HBM4에 이어 7세대 HBM4E와 8세대 HBM5 개발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에는 HBM4E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으며 내년 본격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메모리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보다 10~15%, 낸드플래시 가격은 15~2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을 550조 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메리츠증권은 최근 전망치를 기존 562조 원에서 632조 원으로 높여 잡았다.

다만 사업부별 수익성 격차는 풀어야 할 과제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이 메모리 등 주요 부품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을 겪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 역시 신규 생산시설 관련 비용 등으로 적자를 이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삼성전자가 확보한 반도체 수익을 차세대 메모리 기술과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앞으로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보유한 사업 구조는 AI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함께 개선해야 하는 차세대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꼽힌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의 호황을 얼마나 큰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보여준 동시에 향후 기술 경쟁에 투입할 자금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HBM은 메모리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설계와 파운드리, 패키징 기술이 함께 중요해지는 분야인 만큼 삼성전자가 가진 기술과 생산 역량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활용하느냐가 다음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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