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M 걷어내고 개구율 55%·수명 2.4배↑… 포토리소그래피로 화소 초정밀 구현
세계 유일 ‘8세대 원장’ 인라인 증착… 면취율 93%·연 수백억 마스크 비용 절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LG디스플레이가 20년 넘게 OLED 화면을 만들 때 ‘필수 부품’처럼 쓰이던 미세 금속 마스크(FMM)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금속 틀 대신 빛으로 정밀하게 회로를 그리는 반도체 기술을 접목해 화면은 1.6배 더 밝게, 수명은 2배 이상 늘렸다.   

유리를 반으로 쪼개지 않고 통째로 가공해 생산 효율도 끌어올렸다. 중국 등 후발주자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독자 기술 장벽을 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 LG디스플레이 'FLiPP 온라인 테크 세미나'에 최영석 CTO(가운데), 조흥렬 상무(우), 김응용 전문위원(좌)이 참석해 FLiPP 기술 소개를 진행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는 8일 ‘FLiPP(플립, FMM-Less innovative Pixel Patterning) 온라인 테크 세미나’를 열고 해당 기술의 개발 배경과 핵심 경쟁력, 양산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최영석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술 혁신은 흔히 무언가를 더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FLiPP은 OLED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던 FMM이라는 기술적 한계를 없애는 역발상에서 출발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FLiPP은 현존하는 8세대 최고의 공정 혁신이자 디스플레이 경쟁사들이 쉽게 도전하기 어렵고 두려움을 느끼게 할 강력한 ‘해자(垓子)’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FMM 한계 넘은 포토 패터닝… 개구율 55%↑, 수명 2.4배↑

FLiPP의 핵심은 기존 RGB OLED 증착 공정에서 절대적인 표준으로 여겨지던 FMM을 완전히 배제하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노광 공정에서 쓰이는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기술을 결합해 화소를 초정밀 패터닝하는 데 있다. 

기판 전체에 유기 발광 재료를 전면 증착한 뒤 봉지(Encapsulation) 보호막을 형성하고, 자외선(UV)과 식각(Etching) 공정으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과정을 거쳐 적·녹·청(RGB) 픽셀을 순차 완성하는 구조다.

그동안 중소형 OLED는 미세한 구멍이 뚫린 얇은 금속판(FMM)을 기판에 밀착해 유기물을 증착해왔다. 그러나 원장이 커질수록 금속 마스크가 자체 무게로 인해 가운데가 처지거나 열 변형이 일어나는 치명적 결함이 있어, 8세대 이상 대형 원판을 활용한 고해상도 구현에 물리적 한계가 존재했다.

FLiPP은 이러한 제약을 없애 픽셀 사이의 금속 경계 공간을 최소화했다. 이에 따라 전체 면적 중 실제 빛을 발산하는 면적인 ‘개구율(Aperture Ratio)’을 기존 FMM 방식의 42% 수준에서 65%까지 끌어올렸다. 약 55% 향상된 수치다. 

개구율이 대폭 넓어지면서 광학적 여유가 생겨 발광 효율이 극대화됐으며, 동일 전력 대비 휘도(밝기)는 1.6배, 패널 수명은 2.4배까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소비전력 역시 13% 절감할 수 있다.

소자 설계 측면의 차별성도 돋보인다. 공통층(HIL·HTL 등)을 함께 공유해 특정 색상의 효율을 희생해야 했던 기존 구조와 달리, RGB 각 색상에 맞춘 개별 최적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져 색재현율과 시야각 성능을 대폭 끌어올렸다.

   
▲ LG디스플레이가 20년 넘게 OLED 화면을 만들 때 ‘필수 부품’처럼 쓰이던 미세 금속 마스크(FMM)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금속 틀 대신 빛으로 정밀하게 회로를 그리는 반도체 기술을 접목해 화면은 1.6배 더 밝게, 수명은 2배 이상 늘렸다. 사진은 FLiPP과 FMM의 개구율을 비교한 표.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 8세대 ‘자르지 않는 원장’ 채택… 면취율 93%·비용 수백억 절감

생산성 측면에서는 8.5세대 대형 유리 원장을 절반으로 자르지 않고 그대로 가공하는 ‘세계 최초·유일의 8세대 풀 글라스(Full Glass) 공정’을 달성했다. 기존 8세대 FMM 공정은 처짐 방지를 위해 원장을 반으로 자르는 ‘하프컷(Half-cut)’이 불가피해 공정 로스가 발생했다.

반면 FLiPP은 원장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23.5인치 모니터 패널 기준 면취 효율을 93% 이상(FMM 대비 24%↑) 확보했으며, 기판 전체를 고르게 활용해 증착 재료 효율 또한 74%로 기존 FMM 대비 1.9배 끌어올렸다.

생산 속도 역시 혁신했다. 개별 챔버마다 원판과 마스크를 정렬·결합하고 분리하던 복잡한 클러스터(Cluster) 방식을 버리고, 유리 원판이 컨베이어 벨트처럼 이동하며 연속 증착하는 ‘인라인(Inline)’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공정 처리 시간을 FMM 대비 40% 단축했다.

원가 절감 효과도 명확하다. 기술 설명을 맡은 김흥용 연구위원은 Q&A 세션에서 “FMM은 신규 모델이나 해상도가 변경될 때마다 고가의 마스크를 새로 제작해야 하고 처짐이나 이물로 인한 불량이 지속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단일 모델 기준으로도 연간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마스크 제작·유지·불량 처리 비용이 투입되는데, FLiPP은 이 비용을 구조적으로 없앨 수 있다”고 부연했다.

◆ 8.6세대 막대한 신규 투자 대신 기존 인프라 전환… “IT 시장 개척”

LG디스플레이는 막대한 수조 원대 신규 설비 투자를 단행하는 대신, 기존에 보유한 대형 LCD 및 8.5세대 WOLED 유휴 설비·인프라를 적극 개조·활용해 ‘FLiPP 원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경쟁사들이 8.6세대 IT용 OLED를 위해 전용 신규 팹을 증설하는 것과 비교해 감가상각 부담과 투자비를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는 비결이다.

향후 응용처에 대해 최영석 CTO는 “이론상 1인치대 웨어러블부터 100인치 이상 초대형 TV, 수천 ppi급 초고해상도 XR(확장현실) 기기까지 모두 대응이 가능하지만, 우선 고객사 수요가 높은 모니터와 노트북 등 IT용 패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IT OLED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지 못한 배경에는 패널의 제조 원가와 기술적 한계가 얽혀 있었다”며 “기존 FMM 방식으로는 풀기 어려웠던 가격과 수명 문제를 FLiPP으로 해결해 시장을 직접 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FLiPP은 현재 선행 기술 검증을 마친 기술 개발 단계로, 향후 타깃 고객사와의 긴밀한 사양 협의를 거쳐 IT 제품군을 시작으로 양산 적용 시점을 최종 조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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