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설명 부족·현장 불안’ 지적에 하루 만에 후속 브리핑
특별조치법 추진 “10월 12일부터 농지조사 상담센터 운영키로”
“임대차 비율 47% 현실 반영”…내년 농지법 전면 손질 계획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책의 취지만 반복적으로 설명해서는 우리 농업인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농촌 현장의 불안을 직접 진화하고 나섰다.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설명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 지 하루 만에 후속 브리핑을 열고, 조사 결과가 일반적인 농업인의 농지 처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한편 이번 조사를 계기로 30년 된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는 제도의 취지를 피력했다.

송 장관은 8일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관련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는 조사의 취지가 무엇인가 뿐 아니라 상속받은 내 농지는 어떻게 되는지, 농사를 쉬고 있는 내 농지는 어떻게 되는지, 임대료를 주고 있는데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한 분 한 분에게 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농촌 현장의 불안과 정부의 설명 부족이 집중적으로 지적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송 장관 역시 국감에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좀 더 세심히 챙겼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 결과가 곧바로 처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다” 거듭 강조

이번 후속대책의 주요 포인트는 농지 전수조사와 농지 처분을 분리하는 것이다.

송 장관은 “농사짓는 농업인들에게는 아무 피해가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투기가 아닌 일반적인 사안은 이번 조사 결과를 근거로 농지법상의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국회와 협의해서 특별조치법을 제정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행 농지법과 맞지 않는 사항이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더라도 상속농지나 고령농의 농지, 관행적인 임대차 등 일반적인 사례를 일률적으로 처분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농지은행에 농지를 맡겨야만 처분 절차가 중단되는 방식도 배제했다. 송 장관은 “농지은행에 농지를 맡겨야만 처분이 중단되도록 하지도 않겠다”며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적인 사안은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농지은행에 농지를 임대하거나 매도하는 것은 농업인의 선택에 맡긴다. 다만 농지를 더 이상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고령농 등이 임차인을 찾거나 농지를 매도할 때 실질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농지은행의 매입·수탁 기능은 강화한다.

반면 명백한 투기 행위에는 예외 없이 현행 농지법을 적용한다. 다만 투기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처분하지 않고 충분한 소명 절차를 거쳐 실제 투기 행위가 확인된 경우에만 처분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상속농지·관행 임대차도 일률적 처분 대신 ‘양성화’

농촌 현장에서 우려가 컸던 상속농지와 고령농의 농지, 관행적인 임대차 등에 대해서도 조사 결과만으로 처분하지 않는다.

상속받은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거나 휴경하고 있더라도 이를 곧바로 처분 대상으로 삼지 않고, 향후 상속농지 제도를 현실화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 이웃이나 친척이 대신 경작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행 농지법의 임대 허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분 절차를 밟지 않고, 농업인 간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가족·이웃이 대신 경작하는 현실적인 농촌 관행도 제도 개선 대상으로 삼는다.

종중·사찰 농지나 미등기 상속 농지처럼 소유관계가 복잡해 정상적인 임대차 계약을 맺기 어려운 농지, 맹지·급경사지 등 현실적으로 영농이 어려운 농지도 농촌의 실제 여건을 반영해 제도를 손질한다.

농업용 창고나 농업인 주택, 간이 농산물 처리시설 등 과거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밟지 못한 시설도 조사에서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철거나 원상회복 조치를 하지 않는다. 관계 법령상 설치가 가능한 시설이라면 사후 허가 등을 통해 적법한 상태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농식품부가 단순한 처분 유예를 넘어 한시적인 ‘양성화’를 추진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현행 농지법상 허용 사유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관행적 임대차라도 특별조치법 기간에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서면계약을 체결하면 일정 기간 적법한 임대차로 인정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한다.

농업용 시설도 원래 관계 법령상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이라면 특별조치 기간에 사후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비농업용 시설의 경우 농지보전부담금 납부 등 기존 법을 준수한 농업인과의 형평성도 고려한다.

“이미 농지 47%는 임차”…농지 임대차 현실화가 핵심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를 계기로 임대차 제도 자체를 현실화하겠다는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이다.

송 장관은 “이미 임차 비율이 우리 농지의 47%”라며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임대차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틀과 임차농이 보호받을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실의 농촌에서는 농지 임대차가 이미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를 법의 테두리 밖에 놓기보다 실제 농업 구조에 맞춰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농지 소유 원칙을 둘러싼 논쟁으로도 이어진다.

송 장관은 ‘경자유전’ 원칙에 대해 “농사짓는 분이 농지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원칙이 지향하는 것은 농지를 투기하는 것을 막고 농지가 식량안보를 위해 제대로 이용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이 경자유전 원칙과 함께 예외적 조항을 허용하고 있고, 농지법이 그 예외를 구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소유 원칙 자체를 흔들기보다 농지가 실제로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중심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송 장관은 현행 농지법을 두고 “30년 전에 만들어진 묵은 제도”라고 평가하며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농지법 개정안만 30건이 제출돼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 특별조치법을 통해 당장의 입법 공백을 막은 뒤 내년 초 농지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오는 12일부터 농지조사 상담센터(1811-8852)를 운영해 조사 내용과 후속조치에 대한 개별 상담을 진행한다. 농업인 단체와의 현장 소통도 병행한다.

또 등기부·토지대장·농지대장·농업경영체 정보·농지전용 허가자료 등으로 분산된 농지 정보를 조사 결과와 연계해 체계화하고, 향후 농업인이 지역 농지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통합 농지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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